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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잊혀진 시간 2
    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2019. 1. 11. 03:46

    원출처






    조니가 가방에 훔친 물건을 잔뜩 넣어 와서 학교에서 팔 때면 나는 항상 걱정에 휩싸였다. 이젠 노트북을 사서 이베이 아이디까지 만들고는 수집가들에게 포장도 안 뜯은 골동품을 팔며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던 거다. 조니는 이미 위험을 알고도 스스로 감수하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조니는 자기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잘 몰랐다. 그 유령한테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길이 없었고, 그런 위험한 곳에 계속 가게 내버려 두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항상 조니를 지켜주는 친구였다. 작고 마른 조니 레이진을 괴롭힌다면 키 크고 재빠른 루이스 벨몬트가 당장 달려와서 혼내줄 거라는 걸 모든 애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니는 이제 학교의 못된 애들보다 훨씬 무서운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었다. 설령 조니가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그러고 있는 것일지라도, 나는 조니가 날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조니가 얼굴 한쪽엔 커다란 멍이 들고 손에는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이 든 채 나타난 날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넘어졌어." 조니가 나한테 둘러댔다.

    "웃기고 있네."

    조니는 입꼬리 한 쪽을 올려 웃더니 어깨를 들썩였다. "뭐, 어차피 잡히진 않았잖아. 도망쳤어."

    "그래도 꼴이 이게 뭐야."

    "난 괜찮아."

    "안 괜찮잖아. 이제 그만해야 돼, 조니."

    조니의 입꼬리가 찔끔거리며 내려갔고, 그 웃음이 사라지는 동안 나는 기억 속 그 쇼핑몰의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안돼. 그렇게는.... 못해, 루이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네가 계속 거길 가야만 한다면 나도 같이 갈 거야. 최소한 네가 귀신한테 잡히지 않게 망을 볼 수라도 있겠지."

    무슨 백화점에서 물건 훔칠 때 경비원 눈치를 보는 것마냥 유령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하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랑 갔을 때 더 재미있긴 했어." 조니가 애써 밝게 말하며 말했다. 나도 똑같이 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다."

     

    에밋 몰의 초자연적인 주민들은 더 경계를 곤두세운 것 같았다. 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우리가 자기들 세상을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기들 사이에 퍼진 것 같았다. 우리가 그 세계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조니는 여전히 모든 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니를 계속 그렇게 만드는 게 욕심인지 뭔지는 몰랐지만, 야구방망이를 끼고 다니니까 유령들이 좀 덜 무서웠다.

    그것들이 조니를 때릴 수 있다면 나도 그것들을 때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얼마 동안은 별일 없이 잘 다녔다. 커다란 쇼핑몰이었기에 두 시간이면 그것들이 우릴 잡기엔 너무 짧은 시간 같기도 했다. 두 번 정도 거의 잡힐 뻔한 적은 있는데, 조니는 나만큼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린 그곳의 지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항상 어디로 숨을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우릴 덮쳐왔다.

    우린 쇼핑몰에 가는 요일을 계속 바꾸고 있었다. 유령들이 그렇게 하면 좀 혼란스러워 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번 요일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망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탁탁탁 뛰어가는 신발 소리가 들리더니 조니가 겁에 질린 채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팩 끈 한쪽을 잡은 채로 조니는 맨 위층 난간을 가로질러 뛰어가고 있었다. 조니의 바보같은 마이클 잭슨 자켓이 뛰면서 차락차락 소리를 냈다.

    하지만 유령은 조니보다 빨랐다. 은처럼 새하얗고 빼쭉 마른 몸으로 유령은 내가 야구 방망이를 휘어잡고 따라가는데도 멈추지 않고 조니 뒤를 바짝 쫓았다.

    그리고 그것이 조니를 잡은 순간, 모든 것이 새빨갛게 변했다.

    곰팡이가 핀 바닥에 피가 흥건히 번졌는데, 처음엔 선명한 빨간색이었지만 점점 짙은 색으로 변해 갔다. 유령은 조니의 머리가 죽이 될 때까지 마구 후려쳤다. 전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내 친구의 두개골이 그 길다랗고 흐린, 희뿌연 팔에 의해 점점 패여 가고, 핏줄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바닥에 흩뿌려지는 것이. 나는 마치 보이지 않는 결계나 왜곡된 안개 속을 헤쳐 나가는 느낌이었다. 발걸음이 너무 느렸다. 휘두른 방망이에 고체의 무언가가 맞는 것이 느껴졌고, 유령은 맞고 떨어져 나가 우리 세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한순간 조니의 부서진 머리뼈가 나를 향해 벌어진 것을 보았다. 내 친구의 얼굴이 있던 곳에는 윤기가 나는 뇌와 밝은 색의 뼈가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쇼핑몰 음악이 사라지면서 조니의 시체도 사라져 갔다.

     

    화내고 울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음악이 다시 커지기만을 기다렸지만, 이미 조니가 영영 떠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항상 이 쇼핑몰은 무언가가 거슬렸다. 그저 단순한 유령 백화점이 아니었다. 우리가 훔치던 물건들은 너무 진짜 같았다. 너무 진짜 같고 새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였다. 조니의 엄마가 자기 아들이 죽은 걸 안다면 그분에게는 세상이 끝난 거나 다름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두통이 심하다며 학교에 가지 않고 컴퓨터에 달라붙어서 에밋 몰에 대해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지역 신문사에 이메일을 보내 혹시 옛날 기사들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들은 에밋 몰의 시체에 대한 기사를 스캔해서 보내 주었다.

    짓뭉개진 시체에 대한 설명을 읽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빨간 자켓, 레이커스 모자 그리고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은 13-15살의 남자아이


    그 모든 것을 시작하게 한 시체 - 쇼핑몰을 애초에 저주에 빠트린 그 시체가 내 친구 조니 레이진의 시체였던 것이다. 우리는 유령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던 게 아니었다. 우리가 바로 과거의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치던 유령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상점 주인들은 자기들 상점에 귀신이 씌였다고 생각한 거고.

    내가 멍청한 탓이었다. 그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가장 최악인 건 나 때문에 조니가 죽었다는 생각이었다. 조니의 엄마도 나 때문에 고통받는 거고. 조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조니네 엄마한테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보안 요원의 이름도 기사에 나와 있어서, 나는 곧바로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그는 경계가 최고로 삼엄한 교도소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채로 지내다가, 몇 년 후 다른 수감자에게 살해당해 죽었다. 그는 항상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해 왔는데, 나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고 있었다. 조니가 죽는 모습을 내 눈으로 똑똑히 봤고 그건 분명 살인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벌써 죽었고, 조니를 위해 복수할 길은 전혀 없었다.

    나는 책상 옆에 둔 야구 방망이를 보면서 조니를 공격한 놈을 쳤을 때 얼마나 진짜처럼 느껴졌는지 기억했다. 그를 방망이로 쳐냈을 때 얼마나 그 타격감이 진짜 같았는지.


    혹시 복수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경찰이 일주일째 실종 상태인 조니 레이진을 쫓을 때, 나는 조니를 죽인 놈을 찾아다녔다.

    매주 나는 쇼핑몰에 가서 유령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가끔씩 그것을 볼 수 있었는데, 희뿌옇고 길다란 팔을 흔들며 나를 놀리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사라지곤 했다. 내가 그놈이 내 친구에게 한 짓에 대한 복수심에 가득 차 쫓아가면 나로부터 도망가기도 했다. 그놈은 분명 날 피하고 있었다. 내가 자길 쫓아다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은 내 바로 앞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쇼핑몰 반대편에서 나타나기까지 했다. 마치 두 개의 몸을 가진 것처럼.

    나는 조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놈을 쫓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 번은 꽤 세게 그것을 한방 먹일 수 있었는데 곧바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천장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며 그 새낄 죽여버릴 거라고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었던 것처럼.

    나는 유령이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을 보았고 음악이 점점 커지는 동안 발자국 소리를 온 사방에 울리며 달려갔다. 내 소리를 듣고 그놈은 내 쪽을 돌아보더니 난간을 가로질러 달렸다. 알 수 없는 말을 마구 외치며 나는 그것을 쫓았고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그놈보다 내가 훨씬 더 빨랐다. 그리고 그놈이 휘청이는 순간 나는 그놈의 머리를 방망이로 내려쳤다. 은색 줄기들이 그것으로부터 마구 뿜어져 나왔고 나는 승리감에 가득 차 그것을 계속해서 내려쳤고 그놈의 두개골이 있던 자리 주변에는 은색 웅덩이가 고이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유령이 뒤늦게 나를 향해 달려와 힘차게 내 턱을 내려쳐 옆으로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내가 그 더러운 바닥에 눕는 순간 마치 잘못된 필름이 끼워진 영화처럼 세상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빨간색이 보였다.

    빨간 자켓, 레이커스 모자, 부서진 두개골; 그리고 우리 위에 서 있던 것은, 뼈저리게 익숙한 얼굴을 하고 야구 방망이를 든 남자 아이였다.


     




    내가 조니를 죽인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그 쇼핑몰엔 유령이란 것은 없었다는 것을, 그저 우리의 잔상들이 뒤섞여 시공간을 마구 꼬아  버려서 더이상 말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 8년이 지났다.

    조니의 엄마는 조니가 '실종'된 지 1년 후에 사망했다. 나는 조니의 엄마가 에밋 몰의 신원불명 시체 무덤 옆에 묻히도록 도와 아들 옆에 있도록 해 주었다.

    이 일에 대해 나 자신을 용서할 길은 없다. 속죄할 길도 없다.

    에밋 몰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썩어가며 양자학적 미스터리로 나를 유혹한다. 다시 돌아가서 내가 조니를 죽이는 것을 멈출 수 있다고 말이다. 모든 걸 다시 고칠 수 있다고.

    하지만 시간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거고, 패러독스를 만들거나 과거를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니의 인생은 완벽한 도돌이표였고, 나는 그것을 그렇게 재단한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나는 언젠가 아주 부자가 되어서 그 쇼핑몰을 산 후에 먼지가 되도록 부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내가 풀어나갈 문제들이 많다.

    그때까지는, 제발 내 말을 들어라.

    그냥 에밋 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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