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단편

[레딧 괴담] 오드아이

리버틴 2017. 8.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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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은 모두 내 눈이 정말 예쁘다고 말해주곤 했다. 색이 다른 눈 두 개 덕에 정말 특별해 보인다고 말이다.

가족들은 그냥 담담하게 굴었다. 내가 거울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이 드는지 그들은 전혀 몰랐을 거다. 어떻게 알았겠는가?

왼쪽의 파란 눈이 자기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걸 열두 살짜리 애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기억상실이 시작된 건 16살때부터였다.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장소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곤 했다. 처음엔 내 방 한가운데서 서 있던 채로 정신을 차렸었다. 마치 몇 시간이고 서 있던 것마냥 다리가 뻐근했다.

이후엔 TV앞의 계단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정도로 점점 발전했다. 항상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무서워하던 범죄 드라마였는데, 난 그 프로를 싫어했고 밤에 그걸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프로가 왜 틀어져 있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부모님한테도 이 일들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일 년 동안은 그게 다였다. 가벼운 몽유병 증세. 뭐 별거 아니니까. 정신을 차릴 때면, 다시 잠에 드는 건 항상 쉬웠다.

하지만 어젯밤엔...어젯밤엔 집에서 몇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깨어났고, 피에 온통 젖어 있었다. 나는 그게 내 피일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시켰다.



그 이후, 악몽들을 꾸기 시작했다.

온통 피로 덮인 시체들이 생생하게 보였다. 시체들의 눈은 뽑혀나갔고 시신경도 뜯겨 있었는데 눈알들은 눈 구멍 속으로 다시 쑤셔박혀 있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점이 있었다.

모든 시체들은 오드아이를 갖고 있었다. 나와 같진 않았다. 그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오드아이인 게 아니었다. 살인범이 시체마다 눈알을 다르게 넣어 둔 거였다.

오늘밤엔 침대에 몸을 묶고 자려고 한다. 우리 아빠가 뱃사람이라, 선창에 보트를 안전하게 묶어두는 두꺼운 밧줄들이 있었다. 그거면 충분할 거다.

그 꿈이 그저 악몽일 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이젠 며칠에 한 번씩 그 역겨운 꿈을 꾸다가 피에 젖은 채 깨어나곤 한다. 한번은 욕실에서 손을 씻으면서 정신이 든 적도 있다.



몸을 묶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말로 효과가 있길 바랬는데.

더이상 누군가를 해치고 싶지 않다.

경찰은 오드아이 살인마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경찰이 범인한테 붙인 별명이 그거였다.

나한테 붙인 별명 말이다.

거울을 쳐다보니 손목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아마 밧줄을 씹어대면서 생긴 상처인 것 같았다.

내가 어디 있는지는 몰랐지만 또 그 짓을 한 건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거고 아무도 날 잡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마치 낯선 이를 바라보는 것마냥 내 왼쪽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멈춰야 했다.

이젠 한 가지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검지와 엄지를 눈구멍 속으로 꾹 눌렀다.

고통 속에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손바닥에선 땀이 흘렀다.

하지만 참을 만했다. 할 수 있었다.

다른 한 손으론 싱크대를 꼭 잡고는 손가락으로 눈알 주변을 깊숙히 찔러 파냈다. 하얗도록 뜨거운 고통이 척추를 찌르고 올라왔다.

결국 싱크대에 토하고 말았다. 양손으로 날 지탱하기 위해 손가락을 빼냈다.

계속해야 했다. 모든 걸 멈춰야 했기에.

떨리는 손으로 부푼 눈을 마치 아기새마냥 감싸쥔 채 마지막으로 한 번 잽싸게 파냈다. 힘과 함께 시신경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생 그렇게 크게 소리질러본 적은 없다. 누군가 내가 있는 곳 근처에 있었다면, 그 소릴 분명 들었을 거다.

안도감이 자리잡는 동안 싱크대에 피가 차오르는 걸 지켜봤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충격과 과다출혈 때문이었겠지.

그래도, 전부 끝났다. 드디어 거울을 올려다봤는데 심장이 쿵 떨어졌다



거울 속에서 날 바라보는 건 새파란 바다색 눈이었다.

눈알을 든 손을 얼굴 가까이로 들었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벌써 뭔지 알았다.

주먹을 펴자, 흐려진 초록빛 눈이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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