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단편

[레딧 괴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선생님

리버틴 2018. 3.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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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나는 큰 꿈이 있었다. 아주 커다란 꿈.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이었다. 모두가 내 이름을 알 정도로.


나는 부모님이 질려서 머리를 쥐어뜯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똑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곤 했다. 부모님은 나한테 다른 취미를 가지게 하려고 애썼다. 승마, 그림, 체스, 축구.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다. 노래가 내 열정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내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줄리아드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게 되었고, 졸업 후 괜찮은 커리어도 쌓게 되었다. 부모님은 인정하시진 않지만 속으론 자랑스러워하신다. 그런데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름은 토마스라고 상상했다.


토마스는 우리집 옆 호에 살던 남자였다. 건물의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에 대해 불평할 때, 토마스는 벽을 통해서 응원을 던지곤 했다. '앵콜!' 하고 소리친다던가, 가끔은 같이 부르기까지 했다! 그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는 'You are my sunshine'이라는 곡이었다. 토마스는 실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그는 전문 오페라 가수 같은 목소리로 나와 함께 노래하곤 하면서 나한테 어떻게 발전해야 할 지 팁을 주었다. 토마스는 나에게 가장 대단한 선생님이자 가장 커다란 영감이었다.


부모님에게도 토마스 얘기를 해 주고 싶었다. 연습실으로 부모님을 데려와 보기까지 했지만, 토마스는 꼭 그럴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모님은 눈을 굴리고는 나의 '상상 친구'라며 얘기하곤 했는데, 나는 그냥 무시했다. 토마스는 그저 부모님이 계실 때 집에 없는 거라고, 어디서 공연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일 거라고.


몇 년이 지나갔고 대학에 간 후 졸업하고 나선 뉴욕에 있는 아파트로 독립했다. 맨해튼에 있는 연습실을 빌리곤 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그냥 집에서 연습하기로 했다. 이웃들은 화내라지 뭐. 연습을 시작하자 뭔가 추억이 밀려왔다. 'You are my sunshine'을 흥얼거리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완전한 노래로 부르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양 팔을 쭉 뻗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벽 반대편에서 같이 노래를 불러오는 소리에 멈춰 버렸다. 토마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영국에 있는 집에서 자랐다. 지금은 뉴욕에 있고 말이다. 이건 불가능했다.


그 일이 충분히 이상하지 않았다는 것마냥 또 뭔가 터졌다. 부모님에게 몇 달 전 토마스를 기억하냐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서 슬프다고 말했었는데, 이번에 부모님과 스카이프를 하던 도중 아빠가 갑자기 어색해지더니 그때는 말 못했던 게 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오페라 가수가 옆집에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아들이 납치 후 살인당하고 나서 아내도 떠나 버리자 자기 자신도 목숨을 끊어 버렸다고. 그의 이름? 토마스였다. 부모님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지만, 무서워서 최대한 무시했다고 한다.


뉴욕의 집에 혼자 서서 이 얘기를 머릿속으로 곱씹고 있는데, 벽 반대편에서 토마스가 부드럽게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짝 웃고는 우리의 노래를 계속했다. 모든 걸 잃은 이 사람이 나에게 모든 걸 줬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애절하게 복받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노래가 끝나고는 침묵 뿐이었다. 박수 소리도, '앵콜!' 소리도 없이, 그저 조용했다. 나는 토마스에게 고맙다고 속삭이고는 침대로 쓰러져 깊은 잠에 들었다.


토마스는 그 이후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우리의 마지막 듀엣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찾아온 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기 위해서. 나는 이제 나의 모든 공연을 토마스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