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단편

[레딧 괴담] 유괴 전화

리버틴 2018. 4. 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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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11시쯤 전화를 받았다. 운이 좋게도, 혹은 안 좋게도, 내가 일하는 곳은 직원들이 사적인 전화를 받아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의 사무실이다. 가끔은 배관공이나, 공연장 매니저나, 아님... 이 사람이랑 전화를 해야 하니까. 난 보험 판매원한테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사고에 대해 물어보며 놀릴 기회를 기대하면서 층계참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신가, 선생/'

'죄송한데, 소리가 좀 울리네요...'

층계참은 실제로 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항상 누군가 다른 사무실에서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입 닥치고 그냥 들어.'

'음. 좋아요, 당신 누ㄱ/"

'난 지금 ___ 밖에 있다"

만약 발신자 표시 제한 전화가 아니었다면, 받지 않았을 거다. 번호가 뜨면 나중에 구글링해서 찾아보면 되는 거고, 내 친구들 몇몇이 습관적으로 자기 번호를 표시 제한으로 설정하기도 하니까. 

그는 런던 남서쪽에 있는 초등학교 이름을 댔다.

'그래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닌가?'

'아뇨,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

잠시 침묵이 있었고, 이때쯤 이 사람이 사과하고 전화를 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똑똑한 대응은 아니다,' 그가 말했다.

'뭐가 아니란 거예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거 말이지.'

'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데요.'

'난 지금 학교 바깥에 있다고. 알아들어?'

'네, 아까 말했잖아요.'

'x같은 농담은 집어쳐.'

'농담하는 쪽은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지금 망할 장난을 치는 걸로 보이나?'

'아니요, 당신은 그냥 욕을 많이 하고 있죠. 요점을 강조하려고 하는 거면, 먹히진 않고 있네요. 보통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욕을 하진 않거든요. 되게 가짜처럼 들려요.'

'네가 그 수법을 처음으로 쓰는 줄 알아?'

'무슨 수법이요? 당신을 괴짜 취급하는 거요? 아뇨,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해왔을 거 같군요.'

'아이들이 나오고 있다.'

'뭐요?'

'아이들이 첫 쉬는시간이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마 소리가 들릴 테지.'

소리는 겨우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알았어요. 그래서 뭐요? 그래서 이제 걔네들을 쳐다보면서 자위하는 동안 저한테 얘기해주기라도 하려고요? 그걸로 희열을 느끼는 거/'

'난 망할 소아성애자가 아냐.'

'아니겠죠, 그냥 아주 정상적인 이유로 학교 밖에 앉아서 애들을 쳐다보는 남자겠죠.'

'그 애의 목소리가 들리나?'

'누구요?'

'네 아들 말야.'

나에겐 아이가 없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 때 난 머릿속으로 나의 성인 시절을 되살펴 보며 재차 확인해 봤다. 원나잇부터 긴 관계까지. 그들 중 아무도 '나 네 아이 가졌는데 양육은 네 자유로 참여해도 돼.' 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게 정말 확실하냐고? 그래, 정말 확실했다. 얼마나 길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다시 말을 시작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네 아들 말야. 알았어?'

'저 아들 없는데요.'

그는 코웃음을 쳤다. 마치 내가 재미없는 농담을 한 것처럼.

'내가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저한텐 정말로 아이가 없습니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하는지 놀라울 정도라니까. 영화나 TV에서 "부모는 아이를 위해 뭐든지 할 것이다, 인생을 전부 바치고 어쩌고",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반대로 행동하지. 자기 애들을 자기 목숨의 대가로 바치는 것도 안 해. 아예 애들을 완전히 모른척하지. 존재하지 않으면 본인한테 해를 끼칠 수도 없으니까. 안 그래?'

'당신 정말... 당신이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잘못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냥 닥치고 들어, 난 인내심이 별로 없으니까.'

'이봐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전화 종료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그가 말했다:

'만약 전화를 끊는다면 애는 죽는다. 경고도, 또 다른 전화도 없을 거고, 쉬는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저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애는 사라지게 될 거야.'

그 말을 듣자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진심인 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나 정신병원에서 전화하는 게 아니라, 정말 바깥 어딘가에서 전화를 거는 거라면? 그리고 정말 학교를 주시하면서 어린애를 죽이려고 협박하는 거라면, 이 자식이 정말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면 나한테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을 거 아닌가? 내가 이 자식한테 한 말들 때문에? 그리고 전화를 하는 도중에는 그... 짓을 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더 오랫동안 거기 앉아있게 될 수록 눈에 띄고, 신고당하고, 체포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니까...

'알았어요.'

그는 나의 침묵을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 때문인진 알 테니까 길게 설명하진 않겠다. 넌 질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나쁜 사람들과 일을 해 왔지. 그리고 멍청하게도 그들을 화나게 만들었어. 진짜 아주, 아주 화나게 만들었다고. 내가 말하건대 나는 나쁜 사람이 아냐. 난 그냥 일을 할 뿐이지. 하지만. 이 나쁜 사람들은 정말 아주 질나쁜 사람들을 알고 있어.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길 좋아하는 아주 나쁜 사람들 말이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상황을 해결할 기회는 아주 많았지만,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그래서 이제, 너한테는 총 금액을 입금할 시간 2분이 주어졌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럼 애는 죽는 거지.'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ㅅ/'

'아니라니까.'

'그럼 왜/'

'일을 해야 할 뿐이다. 110초 남았어.'

'얼마인지 말 안 하셨잖아요.'

'얼만지 알고 있잖아. 107초.'

하-하-하지만 다시 컴퓨터를 켜거나, 전화를 하거나 하고, 로그인을 하고, 보안 확인을 하고, 아무튼, 시간이 부족/'

내가 왜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변명을 늘어놓는지도 몰랐다.

'요즘은 전부 핸드폰으로 할 수 있잖아, 어플로. 깔끔하고 빠르지.' '전... 그런 어플이 없는데요.'

'그거 참 멍청하군. 92초 남았다.'

우리 사무실 사람들이나 다른 사무실 사람들이 내가 계단으로 천천히 주저앉는 동안 뭐라고 생각했을지 알 게 뭐람. 이쯤 되자 '제발 아이를 해치지 마세요' 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그놈은 대답이 없었다. 아마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을지도.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92초가 전부 지난 걸 깨달았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놈이 길을 건너는 동안 아이들의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져 왔다. 그가 얼마나 조용히 움직이는지 이해가 갔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놀이터에 펜스가 쳐져 있는 게 분명했다. 전화를 일부러 켜 둔 걸까?

알 수 없는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관심. 혼란. 공포. 맞고도 틀린 모든 반응들이 들렸다.

그놈이 아이의 이름을 말했다. 그래, 전화를 일부러 켜 둔 게 분명했다.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떨렸다. 아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큰 금속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서 자동차까지 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놈은 전화를 끊었다.

나는 계속 뉴스를 검색해보고 있다. 그 학교. 그 아이. 하지만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전부 은폐된 건가? 나를 향한 정신나간 끔찍한 장난이었던 건가? 만약 그렇다면, 아무도 장난이었다고 밝히지 않았다.


난 아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다지. 그 애는 그저 전화 막바지에 들려온 비명소리일 뿐이었다. 그리고 난 정신을 붙잡고 있고 싶단 말이다. 그게 어떻게 들리든. 미안하지만, 그거에 대해선 별로 유감이 없다.


내가 유감을 느끼는 건 어딘가에 실수를 저지른 나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어느 날 그 실수를 고치기 위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고...


...그리고 그들은 내 번호를 가지고 있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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