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단편

[레딧 괴담] 칼데라 패러독스

리버틴 2018. 7. 24. 00:55

원출처





스타더스트 인더스트리 인사 보고:

"비정상 현상 CS01 탐사"

바네사 쾨펠, 양자학 연구 부서 수석 연구원 제출

개요: 비정상 현상 CS01은 스타더스트 소속 생물학자 C----- 사킨의 사무실 벽에 열린 약 152cm 높이의 입구이다. 입구는 검은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터널처럼 보인다. 터널은 어둠 속으로 12m 정도 뻗어 있고, 그 후로는 빛을 비춰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당 장소에서 채취한 샘플은 분류가 완료되었고 지구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광물로 보인다.

사킨은 비정상 현상의 존재를 ----년 --월 --일에 보고하였고 사무실의 변경을 요청했다. 생물학 부서는 그 후 임시 거처로 이동되었다. 입구로 무언가 들어오는 상황을 대비해 사킨의 사무실 문 밖에는 보안 요원들이 배치되었고 비정상 현상은 24시간 카메라의 감시 하에 있다.

비정상 현상 CS01의 영역 조사는 이제 양자학 연구 부서의 수석 연구원 테드 칼데라의 관할 아래에 있다.


탐사 1: M------ 베크먼에 의해 진행

승인을 받아 진행된 CS01의 첫 탐사는 ----년 --월 --일 --시 --분에 M------ 베크먼 (기술자) 에 의해 실행되었다. 베크먼은 온몸을 덮는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장착하였고, 야간 시력 향상기, 헬멧에는 양방향 통신 장치, 그리고 스타더스트에서 만든 나노 라이플을 장착하였다. 300m 길이의 금속 케이블이 베크먼의 벨트에 부착되었고 비정상 현상의 입구에 박아둔 기둥에 연결되었다. 테드 칼데라, P------ 카트리, 그리고 S------ 우는 모두 양자학 연구 부서 소속이며, 터널의 입구를 관리하고 베크먼의 라디오 연락망으로 활동했다.

베크먼(*이하 MV)은 비정상 현상의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12미터를 걸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아갔다. 그녀는 곧바로 통신장치를 틀어 칼데라(*이하 TC), 카트리(*이하 PK), 그리고 우(*이하 SW)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MV: 비정상 현상의 심연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야간 시야로는 한 10m정도 더 이어진 터널이 보이고, 그 끝에는 다른 광원으로 통하는 거 같습니다. 꽤나 밝은데, 거기서는 안 보입니까?

TC: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추진해, M------. 하지만 조심하고.

MV: 광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건... 흠. 이거 컴퓨터 스크린입니다. 팀, 이 터널은 사무실 하나로 이어집니다. 사킨의 사무실과 거의 일치하는 곳으로요. 여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먼지로 덮여 있고 천장의 등은 나갔습니다. 몇 개는 파리 시체가 쌓여 있거나 완전히 깨져 있습니다.

SW: 스크린에는 뭐가 보입니까?

MV: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저 블루스크린 뿐이에요. 더 나아가야 할까요?

TC: 일단 그렇게 하도록. 연결끈이 다 될 때까진 가보거나,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까지만 가 보지.

MV: 알겠습니다. 사무실을 나가 복도로 이동 중입니다.

PK: 혹시 생명체는 보이지 않나요?

MV: 보이지 않습니다. 복도는 사무실 문들이 줄지어 있는데, 불이 다 꺼져 있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습니다. 쥐나 벌레조차도요. 벽들은 처음의 사무실과 똑같은 먼지로 덮여있긴 한데... 잠시만요. 가까이서 보니까, 먼지가 아니라, 무슨 회색 곰팡이 같은 걸로 보입니다.

TC: 그것들과는 거리를 둬라, 베크먼.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MV: 물론이죠. 복도를 계속 걸어가고 있습니다. 맨 끝에는 양쪽 여닫이 문이 있는데, 경첩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뒤에는 아트리움 같은 게 있네요. 거기로 들어가겠습니다.

PK: 무기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MV: 이미 준비했죠.

SW: 아트리움 안을 묘사해 줄 수 있겠어요?

MV: 커다란 곳입니다. 축구장 반 정도 되는 사이즈 정도예요. 벽 근처에는 안내 데스크 같은 게 있고, 반원 보양으로 소파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모든 게 다 썩어 있고 그 똑같은 회색 물질로 덮여 있습니다. 바닥에는 뭔가 조각난 것들이 있는데 화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벽에는 문자들이 붙어 있던 거 같은 자국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글자는 S고.....아.

PK: 왜 그래요?

MV: "스타더스트" 라고 써 있습니다.

TC: 세상에.

SW: 왜 그래요?

TC: 우리 연구소 이름이잖아. 저건 평행우주라고.

PK하지만... 그건 칼데라 패러독스[각주:1]의 원칙에 위반되잖아요.

TC: 나도 그 패러독스가 뭔지는 알아, 내가 그걸 썼다고. 내가 틀렸던 게 분명해.

SW: 아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처음의 접촉을 만들어낸 걸수도 있죠.

MV: 이런 곳에서 누구랑 연결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긴 아무도 없어요. 아마 옛날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건물은 사용된지 꽤나 되어 보입니다. 제 예상으론 몇십 년 정도는 된 거 같은데, 더 됐을 수도 있겠어요.

[통신 장치가 멀리서 뭔가 부딪히는 소리를 잡아낸다.]

TC: 방금 뭐였어?

MV: 들어온 후 처음으로 감지된 움직임입니다. 아트리움 너머 어딘가에서 들리는 거 같아요. 계속 갈까요?

TC: 그래. 소리의 원인을 추적해 봐.

SW: 테드…

TC: 최대한 경계만 해. 알겠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탈출하고.

MV: 알겠습니다. 지금 아트리움을 지나 소리가 들려오는 걸로 추측되는 두 번째 문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여닫이문은 둘  사이에 잠금 장치가 있던 걸로 보이는데 지금은 고장났습니다. 이제 다음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PK: 세상에…

TC: 뭐가?

PK: 만약 저곳이 우리 세계의 거울 버전이라면, 방금 들어간 곳은 응용 연구실이에요.

TC: 근데?

PK: 우리 쪽 세계를 보자면, 거기엔 불안정한 실험 샘플들이 수없이 존재하죠. 만약 저 다른 세계에서 뭔가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던 거라면...

SW: 저기엔 뭐가 풀려나 있을지 아무도 모르겠네요...

TC: 베크먼? 거기서 최대 5분까지만 소요하고, 곧바로 기지로 돌아오도록.

MV: 알겠습니다. 확실히 실험실들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모든 것이 시커매지고 뒤틀려 있습니다. 바닥엔 유리와 파편들이 널려 있고요. 폭탄이라도 떨어진 거 같아요. 이전 공간들과 똑같은 물질로 뒤덮여 있는 걸 보아, 여기서 일어난 사고도 꽤 오래 전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똑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엔 더 크게.]

TC: 방금 -?

MV: 들었어요. 파손된 실험실들 중 하나에서 들렸습니다. 가서 조사하겠습니다.

PK: 신이시여, 너무 긴장되잖아.

SW: 나도 마찬가지야.

MV: [속삭이는 소리로] 실험실로 들어갑니다. 완전히 파괴됐군요 - 연구 자재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전부 날아간 것 같아요. 벽은 그 알 수 없는 물질들로 똑같이 시커멓게 얼룩져 있어요. 여기엔... 잠깐만요. 구석에 뭔가 형체가 보입니다. 인간으로 보이는군요. 태아마냥 쭈그리고 있어요. 우리 회사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입고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합니다. 저건….

TC: 뭔데? 누구야?

MV: ...테드 칼데라.

TC: 그래 젠장할, 나 듣고 있다고, 베크먼. 기다리게 만들지 마.

MV: 아뇨, 선배님, 제가 찾은 게 바로 그입니다. 선배님이요. 좀더 나이가 들었고, 어딘가 피부병이 도진 느낌인데, 그래도 분명 선배님이에요. 눈썹에 흉터랑 총상으로 인해 귀 쪽에 없어진 부분이 -

TC: 이제 됐다, 베크먼. 그냥 당장 나와.

MV: 하지만 선배님 -

TC: 당장이라고 했다, 젠장. 기지로 곧바로 돌아와.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그에게 말을 걸지 마. 알아들었어?

MV: 알겠습니다. 지금 기지로 돌아갑니다.

베크먼은 무사히 기지로 복귀했다. 그녀는 탐사 1에서 혹시 어떤 증상을 입었는지 검사하기 위해 병동으로 곧바로 이송되었다. 바이오하자드 수트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부패 상태였지만, 베크먼 자체는 별다른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깔끔한 보건증을 받고 바로 직무에 복귀했다.

탐사2는 현재 계획 중에 있고, 칼데라의 복제물을 다른 차원의 연구소에서 데려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사 보고 종결


스타더스트 인더스트리 인사 보고:

"비정상 생명체 TC02의 심문"
바네사 쾨펠, 양자학 연구 부서 수석 연구원 제출

개요: 비정상 생명체 TC02는 인간 남성이며, 나이는 정확하지 않고, DNA가 양자학 연구 부서 수석 연구원 테드 칼데라와 일치한다. 이 비정상 생명체는 얼굴과 목 부분의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회색 빛깔로 변하는 알 수 없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오염을 막기 위해 탐사2에서 데려왔을 때부터 입고 있던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벗기지 않았다. 비정상 생명체 TC02는 현재 ---구역의 상급 보안실에 가둬져 있으며 24시간 카메라로 감시 중이다.

비정상 생명체 TC02는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며 데려온 후부터 계속 수석연구원 칼데라를 만나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예방접종과 강화된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포함한 사전 안전 조치들을 취하고 난 후, 칼데라는 ----년 --월 --일 --시 --분 비정상 생명체를 심문할 것에 동의했다. 양자학 연구 부서의 팀원들도 라디오 장치를 통해 참여했다.

당시 심문을 글로 옮긴 것은 다음과 같다.

TC: 있잖아, 난 이 대화를 몇 년이고 기다려 왔어. 최초의 연결. 우리 차원과 다른 차원을 잇는 다리 말이지. 하지만 드디어 그게 현실이 됐군. 정말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TC02: 네가 누군지부터... 말해주지 그래.

TC: 나는 테드 칼데라야. 하지만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TC02: 아...미안. 너라고 생각은 했어. 아니, 나 말이야. 집중하기가 힘드네.

TC: 왜지?

TC02: 포자들 때문이야... 전부... 뭉그뜨러져 보여. 내가 나같이 느껴지지 않아. 오랫동안 그랬지.

TC: 포자 말이지? 네 피부에 전부 묻어 있는 것들을 말하는 거겠군.

TC02: '우리의' 피부지.

TC: 친구, 네가 나같이 생기긴 했지만, 너한테 자라고 있는 게 뭐든 그건 100퍼센트 네 거야. 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연구소 전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우리 탐사원이 말하길 그녀가 찾을 수 있던 유일한 생명체는 너라고 했어.

TC02: 우린 멍청했어. 우린... 우리가 패러독스를 깨뜨렸다고 생각했어. 차원의 문을 여는 방법을 찾았다고.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TC: 칼데라 패러독스를 깨는 방법은 없어. 깨지 못하니까 패러독스인 거라고. 피해갈 길은 없어. 날 믿으라고. 우리도 시도했으니까.

TC02: 시도를 충분히 하지 않았군.

TC: 잘 들어, 이 건방진 -

TC02: 아, 닥쳐. 너나 나나 똑같으니까.

TC: 그럼 말해 보시지. 우리의 소중한 패러독스를 깨뜨린 위대한 비밀이 뭐였는지 말해 봐.

TC02: 에너지야.

TC: 날 위해 좀더 자세히 말해 봐.

TC02: 우리가 세운 가설들은 전부 지각력이 있는 무언가에 의존했어. 다른 차원의 누군가가 우리의 신호를 받고 차원 간의 틈을 연결해주는 거지. 하지만 에너지는... 지각력이 필요하지 않아. 틈을 연결하는데는 쓸 수 없지. 하지만 충분히만 있다면, 집중되고 동력원이 되고 관리가 된다면... 구멍은 만들 수 있어. 마치 동굴 벽을 뚫는 다이너마이트처럼.

TC: 단단히 미쳤군. 당연히 우리도 에너지 이론을 탐구해 봤지. 누가 안 해봤겠어? 하지만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조그마한 구멍 하나를 뚫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만 해도 한 나라에 맞먹는 양일 거야. 고려해볼 가치도 없지. 가능성 있는 옵션이라고 절대 생각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허락하지 않지.

TC02: 물론 나는 그걸 허락한 버전의 너지.

TC: 거짓말하지 마. 그럴 리 -

TC02: ----년 6월 --일. 스타더스트 계획 착수. 우리는 개인 소유의...강입자 충돌기를 멕시코의 사막에 10년 전 설치했었지. 윗쪽에서 승인이 내려왔고... 정부는 아무것도 몰랐지. 프로젝트를 최대한 은폐해서 진행하는 게 계획이었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지. 파열이 일어났어. 연결 구멍을 얻어내긴 했지... 그 과정에서 서반구의 대부분을 쓸어버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TC: 그만해.

TC02: 그 방법을 전혀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는 척은 하지 말지.

TC: 입 닥치라고!

TC02: 핵으로 인한 대참사가 가장 끔찍한 결과라고 생각하겠지...하지만 구멍을 통해 들어온 것들은 더 심각한 거였어. 마치 이집트를 휩쓸었던 전염병 같았지. 모든 걸 덮어버린,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있는 어두움. 그것은 모든 곳에 포자를 퍼트렸어. 우리를 나이 들게 하고, 살아있는 채로 썩게 만들었어. 며칠만에 부패를 시켜 버렸지. 우리도 포자가 되고,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그것은 먹어치우고 또 먹어치웠어.

TC: 거짓말이군. 네가 아직 살아 있잖아?

TC02: 죽다시피 살아 있지... 그것은 내 안에도 들어왔어. 나는 인류의 마지막일지도 몰라. 멸종 위기와 멸종의 다른 점이야.

TC: 네가 너네 세계를 종말시켰을진 몰라도, 우리 세계는 아직 잘 살아 움직이고 있어. 그러니 여기서 부패를 하던가.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불러. 그게 아니라면 우리 대화는 끝난 거 같군.

TC02: 너는... 네 자신을 여기서 죽게 놔둘 셈인가, 테드?

TC: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새끼야. 넌 내가 아냐. 너는 네 자신이 내린 잘못된 판단에 의해 썩어가고 있는 거야. 근데 내가 별로 감성적으로 굴지 않는다니 미안해 죽겠다. [라디오 팀에게] 끝났어. 이제 나간다.

수석 연구원 칼데라는 이후 곧바로 의료 병동으로 수송되었고 깨끗한 보건증을 받았다. 비정상 생명체 TC02는 이 심문 후 입을 열지 않았다. 존재의 피부병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이고, 생명 신호를 보니 심각하게 체온이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비정상 생명체는 이후로도 심한 건강 악화에 대해 계속 지켜봐질 것이다. 

인사 보고 종결




이하는 "탈출.wav"라는 파일의 음성을 글로 옮긴 것이다.

"여기는 스타더스트 인더스트리 양자학 부서 수석 연구원 바네사 쾨펠이다. 현재 연구소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고 공식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보고서 대신 이 녹음을 진행하게 되었다.

약 20여분 전, 비정상 생명체 TC02가 있던 유닛에서 침투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생명체가 '포자'라고 부르는 불분명한 피부 질환이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갉아먹고 밖으로 자라나기 시작하며, 해당 유닛을 뒤덮고 문을 부패시키기 시작했다. 비정상 생명체 TC02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감시카메라들에 TC02의 흐트러진 수트가 형체 없는 회색 물질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잡혔고, 이후 알 수 없는 물질에 뒤덮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연구소는 자동 격리 모드에 들어갔다. 비상 셔터가 바깥에 연결된 모든 문과 창문에 내려졌고 나와 다른 직원들은 건물 안에 갇히게 되었다. 나는 미리 강화된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입었지만, 비정상 생명체 TC02의 상태를 보아서는 마냥 수트를 믿을 수는 없다.

나는 동료들을 찾기 위해 양자학 부서의 사무실들에 들어가고 있다. 포자는 아직 이쪽까지는 퍼지지 않은 거 같지만, 동료들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잠깐. 복도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가서 탐사해야겠다.

업데이트: 수석 연구원 테드 칼데라와 보조 연구원 P----- 카트리를 찾았다. 둘 다 칼데라의 사무실에 숨어 있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그들이 보인다. 나는... 세상에. 카트리가 포자에 뒤덮여 있다. 양쪽 팔을 타고 올라가 얼굴에 퍼지기 시작했다. 칼데라는 지금 당장은 깨끗해 보이지만, 둘 다 바이오하자드 수트를 입고 있지 않은데다 포자는 퍼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잠깐. 칼데라가 날 목격했다. 나한테 뭔가를 소리치고 있다."

“[ 멀리서 ] 세상에, 제발 여기서 나가! 터널로 가라고! 이 새끼들이 우리 우주에 구멍을 낸 게 하나만이 아닌 게 분명해. 또다른 연구소로 가서 출구를 찾아.”

“여...연구원님을 여기 버리고 갈 순 없어요.”

멀리서 젠장, 쾨펠, 그냥 가라고!”

"연구원 카트리는... 신이시여, 그는 해체되고 있다. 그의 손과 팔이 형체 없는 덩어리로 변하면서 바닥으로 뭉쳐 떨어지고 있다. 그는 비명을 지른다. 나...나는 여기 더 있을 수 없다. 가야 한다. 여기서 나가겠다.

현재 생물학 부서로 가는 중이다. 비정상 현상 CS01이 나타난 후 연구소에서 격리되었으니, 그들은 안전할 거다... 우리도 안전할 거라고는 말 못하겠다. 칼데라가 다른 구멍이 있다고 한 것이 맞기만을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난 죽은 목숨이니. 우리 전부가 그렇다.

생물학 사무실들은 텅 비어 있다. 보안 요원들이 어딜 갔는지 사킨의 사무실 앞에 배치되어 있지 않다. 안을 둘러보고 있다. 포자가 여기까진 아직 안 퍼진 것 같다... 비정상 현상 안으로 들어가도 안전할 것이다. 조금 터널이 작지만, 들어갈 수는 있다.

다른 쪽에 도착할 때까지 녹음을 멈추도록 하겠다."

녹음 종료

이하는 "대탈출.wav"라는 파일의 음성을 글로 옮긴 것이다.

"여기는 양자학 부서 수석 연구원 바네사 쾨펠, 녹음을 계속한다. CS01의 반대편에 있는 연구소에 도착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탐사1에서 베크먼이 묘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생명체는 없고, 불은 꺼져 있고, 컴퓨터엔 블루스크린 오류가 떠 있다. 포자는 이곳의 모든 표면을 덮고 있지만, 다른 쪽 연구소의 것과 달리 비활성화 상태로 보인다. 나는 베크먼의 발자국을 따라가 세 번째 연구소로 통하는 구멍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다. 아직 포자에 전염되지 않은 곳으로.

지금 당장은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지금으로썬, 베크먼의 관측처럼 여기에 아무런 생명체도 없다고 확인된다. 이제 아트리움으로 들어가 연구실들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 쪽의 똑같은 연구실들에 있는 물질들의 특징을 고려해 보았을 때, 가정상의 두 번째 비정상 현상은 그곳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조용하다. 냉방 장치의 소리도, 대화 소리도 없다. 포자에 덮인 바닥 탓에 내 발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업데이트: 연구실들 쪽에 도착했다. 이곳의 모든 것들은 파괴되어 뭐가 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몇몇 문들이 아직 남아 있지만 대부분은 경첩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뒤틀린 금속 덩어리로 변해 있다. 연구실마다 들어가 다른 비정상 현상이 있는지 탐사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무너진 잔해들과 포자로 덮여 있는 커다란 기계들밖에 찾을 수 없었다. 이 부서는 꽤 커서 모두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다.

우리 쪽이었다면 응용 연구 부서장의 것이었을 커다란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곳엔 도시를 내려다보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다른 곳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창 밖을 봐야겠다. 내가... 오 세상에. 오 젠장, 신이시여."

[ 구역질 소리 ]

"전부 뒤덮였다. 모든 건물, 모든 도로, 모든 나무와 차들...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 말이다. 포자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커다란 어둠의 담요가 도시를 덮은 것 같다. 마치... 세상이 전부 형태 없이 회색이기만 한 실루엣으로 변한 것 같다. 하늘에도 그것들이 깔려 있다. 구름들이 시커멓다. 먹구름 같지만, 크고 부풀어있지는 않다. 그저 평평한 까만 표면에 회색이 몇 줄기 뻗어 있다. 밖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시카고가 전부 사라졌다고. 세상에, 정말 단 한 명도 없다.

이...이제 그만. 더 이상 녹음을 할 수가 없다. 두 번째 구멍을 찾아야 한다."

녹음 종료

이하는 "증발.wav"라는 파일의 음성을 글로 옮긴 것이다.

"[ 흔들리는 목소리 ] 여기는 바네사 쾨펠, 전 양자학 부서의 수석 연구원이다. 그 부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연구소도 말이다. 나 혼자만이 남았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안에 들어왔다. 느낄 수 있다. 내 바이오하자드 수트가 벌써 부패하기 시작했고, 언제 그랬는지 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피부가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게 느껴진다. 포자가 자라는 것도 느껴진다. 살아 있다. 배고파하고 있고, 분명 의도를 갖고 있다. 이것은 의식을 가진 생명체고, 다른 것들을 전부 먹어치운 것처럼 나를 섭취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걸 여기 데려왔고, 이제 남은 것은 이것들밖에 없다.

이제 사흘이 지났다. 나는 또다른 구멍을 찾기 위해 연구소를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존재한다 해도, 너무 잘 숨겨져 있는 거다. 포자가 내 몸에 무슨 짓인지를 하는 거 외에도,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배고픔 때문에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 어떻게 되든,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 같다.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다.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던 것도 정말 많았고. 내 연구를 끝마칠 수 있었다면. 내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면. 기회가 있을 때 너에게 청혼할걸. 엄마랑도 더 연락 많이 할걸. 이런 것들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죽기 전에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 세상에... 내 수트의 장갑이 방금 해체되었다. 내 눈 앞에서 회색 물질로 변해 버렸다. 내 맨손이 포자로 덮인 게 보인다. 이제 내 손가락들이... 신이시여, 손가락들이 무너져내린다. 부서지고 바닥에 떨어진다. 전부 먼지와 곰팡이로 변해 버리고 있다 - 이제 내 팔로 번지는 게 느껴진다 - 너무 춥다 - 오 주여, 주여, 이제 내 목에 퍼지고, 내 입에 퍼지고 - 난 -"

마르고 거친 질식 소리 ]

녹음 종료



위의 증거물들은 유령 계정이 나한테 메시지로 보낸 암호화된 지시 사항을 통해 전달되었다. 지시 사항은 나를 메사추세츠 해변가의 작은 은행에 있는 안전 금고로 안내했다. 박스 안에는 위의 파일들이 든 플래시 드라이브와 이렇게 적힌 문서 한 장이 있었다: "친구로부터. 내가 성공한다면 더 제공될 것"

스타더스트 인더스트리에 대해 좀 조사를 해 봤는데 최근 시카고에 생긴 이론과 응용 물리학 연구소에, 생명학과 인류학 부서도 따로 있는 곳이었다. 2년 전 연구소 전체는 "환경적 위협"이라는 평가를 받고 로젠 코프라는 조직에서 격리 조치를 취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사건은 기사화가 많이 되지 못했다; 격리에 대한 기사라고는 르네 파머라는 지역 기자가 쓴 온라인 기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사에는, 테드 칼데라와 바네사 쾨펠이 이 사건으로 사망이 추측되는 이름들 중에 쓰여 있다. 기사는 내가 찾아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삭제되었다. 포자 자체는 자라나는 본성에 반해 비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개월 동안 오염에 대한 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이 미스터리한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이 파일들을 어디서 구했는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수수께끼 같은 로젠 코프라는 조직 뒤에 누가 있는지, 왜 조사를 전부 막아 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거라곤 나는 조사를 멈춰선 안 된다는 거다. 이미 우리 동네에서도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고 혹시 조사 결과가 있으면 또 글을 올리겠다.

"친구"라는 사람, 당신이 이걸 읽고 있다면 - 고맙다. 또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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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데라 패러독스 이론에 따르면 차원 간의 이동은 언제나 해당 차원 간의 접촉을 필요로 하나, 그러한 접촉(통신)은 차원 이동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역설이 존재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