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레딧 괴담]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4]

리버틴 2019. 4. 14. 00:05

원출처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인데 아빠가 날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


아빠는 내 접시 위에 방울양배추를 올려놔. 방울양배추에 독이 든 건 내가 분명히 알아. 파스찰은 아니라고 하지만, 맛은 확실히 독극물 같아. 아마도. 물론 독극물은 먹어본 적은 없어. 로저가 그랬는데 자기가 알던 어떤 애가 시나몬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병원에 가야 했대. 시나몬이 뱃속을 갉아먹고 있어서. 나도 방울양배추를 먹으면 그런 느낌이 들어. 내 뱃속이 파먹히는 느낌.


"얼른 아침 먹으렴, 릴리" 엄마가 말해.


둘 다 날 죽이려는 게 분명해. 방울양배추는 아침으로 먹는 야채도 아니라고. 무슨 부모가 애한테 아침으로 방울양배추를 줘? 나는 엄마아빠한테 이렇게 물었어.


"무슨 부모가 애한테 아침으로 방울양배추를 줘요?"


"어제 말했잖아, 저녁식사 때 남기면 아침에 차가운 채로 먹어야 된다고." 아빠가 신문을 보며 말해.


아 맞다.


"방울양배추에서 쓰레기 맛 나요." 쓰레기를 먹어본 적도 없지만, 냄새는 맡아본 적 있어. 방울양배추랑 똑같은 냄새야.


"릴리안 알렉산드라 매드윕!"


어른들은 뭘 시키고 싶을 때 중간이름을 불러. 왠지 몰라도 먹히거든. 중간 이름은 마법 같아. 중간 이름만 알고 있으면 그 사람한테 힘을 쓸 수 있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중간 이름이 없나 봐. 엄청 중요한 인물들은 심지어 성도 없어. 마돈나나 예수나 가필드처럼 말이야. 살인범이 잡히면 사람들한테 살인범의 중간 이름을 널리 알려 주더라고. 혹시라도 탈출한 살인범과 마주치게 되면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말이야.


아빠는 신문을 집어던지고는 커피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 아빠랑 엄마는 자말이랑 내가 저번에 숲속에서 죽은 동물들을 발견했을 때 엄청 크게 싸웠어. 난 방에서 정물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다 들리더라고. 아빠는 사람들이랑 다른 것들이 다 내 주변에 있으면 죽는다던가 내가 너무 소름끼치게 행동한다던가 하는 것들을 말했고 엄마는 당신 자식이니까 소름끼치는 것도 당신한테 물려받은 걸 거라고 했어. 그리고 엄마는 전화를 걸어서 사람을 부른 뒤에 죽은 동물들을 전부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담아가게 했어. 여러 명이 같이 왔어. 한 여섯 명? 그 사람들은 커다랗고 두꺼운 장갑이랑 수술실 의사들이 끼는 마스크를 끼고 있었어. 어떤 여자분은 클립보드를 들고 있었는데 거기에 죽은 동물들을 전부 적었어.


다람쥐는 23마리하고 반이 있었대.


엄마가 나를 재우러 왔을 때는 일이 더 안 좋아졌어. 수여미가 죽은 걸 깜빡하고 말 안 했거든. 엄마가 잘 자라고 뽀뽀해 주고 나서 텅 빈 햄스터 케이지를 발견할 때까지는 그날의 소란을 피우게 된 첫 원인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났어. 또다시 소란이 시작되었지. 물론 쓰레기봉투를 들고 온 사람들과 봉고차만 빼면 말이야. 그 사람들이 다시 와서 내 애완동물들을 전부 파내가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 운전사 아저씨 이름은 에드라고 해. 아저씨는 34년동안이나 버스 운전을 해 왔는데, 똑같은 버스를 계속 운전한 건 아니래. 버스들도 나이가 드니까. 아저씨가 그러는데 자기 아들은 군대에 갔었는데 지금은 백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대. 내 생각엔 서커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같아. 아마 공중그네 무용수들을 대포로 쏴 주는 일을 할 것 같아. 군대에 있었다고 했으니까.


아침 쉬는 시간이라 나는 야구장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6학년들이 공을 차는 걸 지켜봐. 자말도 같이 놀고 있어. 자말은 저 아래쪽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데 걔랑 몇몇 가톨릭학교 학생들이 아침마다 우리한테 놀러 와. 걔네 학교는 우리 학교보다 15분 늦게 시작하거든. 자말은 죽은 사슴과 새들이 자기 방 창문을 두드리는 악몽을 꾸는 사람치고는 행복해 보여. 자말은 타일러 오닐한테 곧 공을 찰 텐데 타일러 가랑이에 정통으로 맞을 거야. 나는 그걸 두 번이나 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 파스찰은 내 가방 속에 있어. 파스찰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웃으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타일러가 가랑이를 맞으니까 파스찰도 좀 재밌다고 인정해.


우리 반에 새로 전학온 여자애가 있어. 메러디스라고 해. C-D 선생님이 메러디스를 반 앞쪽에 세우고 소개를 해 줬어. C-D는 카터-도그빌의 약자야. 선생님은 성씨가 두 개인 거지.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한테 힘을 쓰기가 어려울 거야. 중간 이름이 없지만 않으면 말이야. C-D 선생님은 원래 그냥 카터 선생님이었는데 도그빌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랑 결혼해서 그냥 그 성을 자기 성 뒤에 붙였대. 


메러디스는 얼마 전에 이사를 왔어. 걔는 되게 수줍음이 많아. 얼굴에 난 자국들 때문인가 봐. 머리카락으로 가리긴 하는데, 그래도 잘 보여. 제프리 베이커가 걔 얼굴에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었다가 선생님한테 혼났어. 우리 반에서 혼나면 벌점 카드를 받아. 벌점 카드를 세 개 받으면 롱바우 교감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 해. 교감 선생님은 소리를 너무 많이 질러서 항상 얼굴이 새빨개. 메러디스의 얼굴도 빨개. 파스찰이 그러는데 화상을 입은 거래. 방화광인 건지 궁금하다. 방화광은 불을 지르는 거에 미쳤다는 뜻이야. 말 그대로 미친 거. 로저 학년에 방화광인 애가 한 명 있었는데, 보이스카우트 캠프를 갔다가 텐트에서 거미를 보고 헤어스프레이랑 라이터로 그걸 죽이려고 했대. 그러다 자기까지 불에 타서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카터-도그빌 선생님이 메러디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냐고 모두에게 묻는데 한나 글래스가 "안녕?" 이라고 맞추기 전까진 아무도 몰라. 우린 그제서야 "아 맞다" 해. C-D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꽤 웃겨. 난 "화상 입어서 유감이야" 라고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거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되는 것 같아.

C-D선생님은 메러디스를 교실 뒤쪽에 있는 내 옆자리에 앉혀. 파스찰이 그러는데 전학생들은 겁에 질려 있으니까 잘 해줘야 한대. 나도 어차피 잘해주려고 했어. 화상을 쳐다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 눈을 깜빡여. 화상 때문에 메러디스 얼굴은 무언가 윤기가 나. 양초 같아.

"안녕, 나는 릴리야." 내가 말해. 전학생들은 아직 나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너무 좋아.

"알아."

"아."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어. 다른 애들이 나에 대해 이미 말했는지도 몰라. 자기 강아지가 발작을 일으키다 죽은 레이첼이 말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메러디스가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 반짝거리는 초록색 연필이랑 무지개색 지우개가 있어. 공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걸 보니 내 공책보다 세 배는 좋은 것 같아. 내가 책상 위에 파스찰을 놓는 것처럼 얘도 가방에서 바비인형을 꺼내서 책상 위에 놓는데 진짜 무섭게 생겼어. 옷이라곤 하나도 안 입고 있고, 머리카락은 거의 없어. 얼굴엔 검게 탄 자국이 있고 손 하나는 녹아서 뭉텅이가 되어 있어. 이 인형을 쳐다보는 거는 참을 수가 없어.

"얘는 바비야." 메러디스가 말하곤 바비를 내 쪽으로 돌려. 세상에, 얼굴도 좀 녹아 있어.

나는 파스찰이 바비에게 경례를 하도록 만들어. "얘는 파스찰이야." 그런데 바비는 파스찰처럼 선세한 관절도 없고 손도 뭉텅이라서 나는 좀 미안해졌어.

메러디스는 점심 시간에 내 옆에 앉아. 아무도 나랑 안 앉아서 거의 전학생들만 내 곁으로 오는데, 얘는 그냥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게 아니라 내 바로 옆에 앉아. 메러디스의 도시락 상자는 보라색에 식물이랑 혜성들이 그려져 있어. 나는 볼펜으로 이름이 쓰여진 종이봉투를 가지고 있어. 메러디스의 점심은 땅콩버터 샌드위치랑 당근 조각들이랑 레몬에이드 한 병이랑 와, 세상에, 오레오도 있어! 내 점심은 쥬스 한 팩이랑 파란색 옥수수 칩, 그리고 페퍼로니랑 머스타드로 만든 샌드위치야. 아빠가 방울양배추를 좀 숨겨 놨어. 장난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 아빠가 날 죽이려는 게 맞다니까.

메러디스는 점심 감독관 선생닌한테 화장실에 갔다 와도 되냐고 묻고는 자기 바비 인형이랑 오레오를 내 옆에 두고 가. 나보고 가지라는 건 아니고, 나보고 지켜 달라는 거야. 걔가 가자마자 갑자기 바비가 말을 하길 시작해.

걔가 그러는데 자기 이름은 나다니엘이래. 파스찰 말고 나한테 말을 거는 인형은 처음 봐. 파스찰처럼 너도 천사냐고 물으니까 그렇대. 모든 인형에 천사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천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단 얘긴데, 뭐 천국에 천사들이 부족하면 신이 더 만들면 되겠지. 나는 메러디스도 나다니엘이 천사인 걸 아냐고, 녹은데다 가슴까지 달린 바비 인형에 갇혀 있어도 괜찮냐고 물어 봐.

둘 다 아니라고 대답해.

그리고 메러디스도 나처럼 능력이 있다고 해. 걔도 나처럼 일어날 일을 미리 보냐고 물었더니 아니래. 나다니엘이 그러는데 메러디스의 능력은 무언가를 태우는 거래.

"방화광처럼?"

말하자면 그렇지.

"메러디스도 텐트에서 거미를 태운 적이 있어?"

아니.

그런데 자기 부모님은 태웠대. 홀딱 태워 버렸대. 로저처럼 묻혀 있는 것고 아니고, 재가 되어서 공원에 뿌려졌대. 이제 메러디스는 양가족이랑 사는데 그분들은 메러디스가 불을 지르는 걸 모른대. 그분들은 메러디스에게 잘해줄고 하지만 메러디스는 자기가 부모님을 태운 걸 알고 있고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항상 슬프대. 나다니엘이 그러는데 메러디스가 슬픈 건 괜찮지만 화가 나면 메러디스한테서 멀어지래. 화가 나면 전부 태워 버린다고 말이야.

메러디스가 돌아오자 나다니엘이 조용해졌어. 메러디스는 내가 걔 오레오랑 녹은 바비 인형을 지켜줬다는 거에 기분이 좋아 보여. 그치만 나는 좀 무서워졌어. 체육 시간이 피구를 하다가 느가 메러디스를 맞췄는데 화나서 우릴 다 태워 버리면 어떡해? 남자애들은 피구를 하고 싶어해. 왜냐면 피구 시간에는 여자애들을 공으로 때려도 혼나지 않거든.

오후 쉬는 시간이 되어서 종소리가 울렸고 메러디스는 나한테 방울양배추만 남은 걸 보고 오레오 하나를 줘.

"그네 타고 놀래?" 메러디스가 물어.

"그래."

그네를 타면서 나는 계속 땀을 흘려. 메러디스가 뜨거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걔가 어떤 식으로 물건들을 태우는지는 나다니엘이 말 안 해줬어. 아마 정신 능력을 이용해서 태우는 거 아닌가 싶은데 혹시 슈퍼맨이나 사이클롭스처럼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올지도 몰라. 뭐 걔넨 진짜가 아니라 만화책 캐릭터들이긴 하지.

리사 웰쉬랑 다른 못된 여자애들이 다가오기 시작해. 리사는 항상 거만해 보여. 뭐 걔가 거만하기 때문이겠지. 걔네 아빠는 치과 의사라서 걔 이빨은 항상 완벽한데 그래서 리사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이빨을 자랑해. 나처럼 자기가 싫어하는 애들한테도 말야. 난 아마 나중에 교정기를 껴야 할 거야. 리사랑 걔 친구들이 이제 메러디스를 놀릴 거야. 자기들이랑 다르게 생긴 애들을 놀리는 건 걔네가 세 번째로 좋아하는 일이거든. 두번째로 좋아하는 일은 남자애들이 공을 차고 놀 때 걔네를 쫓아다니는 거고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일은 자기들 부모님이 사 준 멍청한 물건들에 대해 얘기하는 거야. 망아지라던가 자기들 멍청한 이름 까먹을까봐 이름을 써 둔 장신구들이라던가. 멍청한 리사 웰쉬랑 나쁜 여자애들 같으니.

"안녀엉 릴리~" 리사가 말해. 리사는 인사를 할 때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게 해. 거만한 애들은 원래 그런가 봐. "네 새로운 친구는 누구야?"

나는 그네에서 내려와서 리사를 쳐다봐. 나는 빤히 쳐다보는 걸 잘하거든. "당장 안 가면 너 넘어지고 앞니를 바위에 박아서 깨질걸."

거짓말한 건데 리사랑 다른 나쁜 애들은 내가 거짓말한다는 걸 모르지. 내가 그냥 일어날 일을 말하는줄만 알아. 리사는 소중한 입을 가리고는 도망치는데, 갑자기 넘어지더니 얼굴을 땅에 박는 거야. 그러더니 울면서 얼굴을 잡고 입에서 피를 흘려. 여자애들은 전부 쉬는 시간 감독 선생닌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내가 저주를 걸었다고 말해.

난 그저 너무 놀랐어.

"릴리 매드윕이 리사한테 저주 걸었어요!" 다들 울고 있어. 리사는 밴쉬처럼 울부짖고 있어. 밴쉬는 항상 비명을 지르고 다니는 아일랜드 유령이야. 스쿠비두에서 본 적 있어.

롱바우 선생님이 갑자기 증기를 뿜으며 나타나. 뇌가 끓고 있기라도 한 건지 얼굴은 시뻘개서 말야.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것 같아. 아무데도 안 보이다가 누가 규칙을 어기면 곧바로 나타나니까. 롱바우 선생님이 나한테 소리를 질러. "릴리, 네가 얘 밀친 거냐? 당장 이리 와라."

메러디스가 그네에서 내려와. "릴리는 쟤 안 건드렸어요."

"뭐라고?" 롱바우 선생님은 애들이 울거나 겁에 질려서 오줌을 지리지 않고 자기한테 말을 거는 거에 익숙하지 않아.

"릴리는 그냥 가라고만 했는데 혼자 넘어진 거예요."

이미 못된 여자애들은 리사랑 감독 선생님을 데리고 떠난 후였기 때문에 반박할 사람은 없어. 물론 여기 있었어도 반박할 수 없었겠지만. 난 정말로 걔를 밀치거나 한 적이 없단 말야. 그치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 충격적이야. 리사가 넘어져서 그 멍청한 이빨을 깨는 건 보이지 않았어. 진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말한 거였는데 실제로 일어났단 말이야. 롱바우 선생님보고 닭처럼 꽥꽥대라고 시키면 진짜 꽥꽥댈까? 그 생각을 하니까 웃음이 나.

롱바우 교감 선생님이 내가 웃는 걸 눈치채. 하지만 선생님은 내 생각을 읽을 수가 없으니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결국 교감 선생님 사무실로 불려가게 돼. 선생님은 독수리 그림을 좋아해. 사무실 여기저기에 독수리 그림이 걸려 있어. 선생님도 독수리들처럼 대머리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나는 리사한테 손을 대지 않았고 그냥 가라고만 했는데 혼자 넘어져서 이빨이 부서진 거라고 다시 말해야 돼. 내가 걔보고 넘어져서 이빨을 부러뜨릴 거라고 말한 부분은 빼고 말했어.

롱바우 선생님은 날 가게 해 주지만 리사에게서 떨어지라고 말해. 어차피 걔랑 놀 생각은 없는데 말야. 걔랑 못된 여자애들은 다들 자기들 비싼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파스찰이 중고가게에서 산 인형이라고, 그건 피규어라고 놀려. 그래서 어쩌라고? 걔네들 인형들은 아는 게 하나도 없을걸.

반으로 돌아가니까 메러디스가 웃으면서 나한테 손을 흔들어. 녹은 바비 나다니엘은 걔 책상 위에 앉아 있어. 나도 손을 흔들고 웃어 보이지만 아직도 무서워. 메러디스랑 친구하는 건 마치 상어랑 친구를 하는 것 같아. 상어가 널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배고파지면 그런 건 신경 안 쓸 수도 있어. 날 태우지 않으면 좋겠는데. 나는 뭔가 잘못 말해서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들까 봐 하루종일 조용히 지내.

학교가 끝나서 이제 버스를 타고 집에 가. 파스찰이 그러는데 메러디스 주변에선 조심해야 한대. 내가 모르는 것들이 있대. 나도 알아. 파스찰은 이제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고, 유감이라고 말해.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집에 오니까 뒷마당에 아빠가 있어. 아빠는 내가 묻은 애완동물들을 거의 다 파내서 쓰레기봉지에 시체들을 담고 있어. 아빠가 그러는데 뒷마당에 시체가 너무 많이 묻혀 있으면 비위생적이고, 시체들 때문에 풀에 독성이 생겨서 사슴이랑 토끼랑 다람쥐 스물 세 마리랑 땅쥐들이랑 두더지들이 죽은 거라고 말해. 하지만 나는 다람쥐들은 풀이 아니라 견과류를 먹는다고, 그리고 너구리들도 있었다고 아빠한테 말해. 게다가 반쪽밖에 안 남은 다람쥐는 뭔데? 반쪽짜리 다람쥐는 뭐예요, 아빠?

"애완동물들 다시 묻어요." 아빠한테 말해.

하지만 아빠는 그러지 않아. 왜 리사 웰쉬한텐 통했는데 아빠한텐 안 통하는지 모르겠어. 대신 아빠는 나한테 가서 숙제나 하라고 말해.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돼지고기랑 아스파라거스를 먹을 거라고. 아스파라거스? 내가 말했지, 아빠가 나 죽이려고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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