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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부재중 전화 1건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7. 3. 29. 18:57
    원출처






    난 잠을 깊게 자는 편이야. 보통 누가 흔들어 깨워야만 겨우 일어나곤 해.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자다가 깨어났어. 좀 짜증이 난 채, 일 가기 전에 얼마나 더 잘 수 있나 하고 핸드폰을 봤어. 말하기 좀 그런 얘기긴 하지만 난 살면서 많은 인간관계를 끊어 왔고 사실 이제 같이 사는 절친 한 명이랑 친형 말곤 친한 친구가 없다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켜니까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와있고 음성 메시지가 남겨져 있더라.

    음성메시지가 기록된 시간은 밤 12시 38분이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술취해서 차 태워달라고 전화하는 지인들은 보통 술집이 닫는 2시 30분 이후에만 전화하거든. 음성메시지를 틀었더니 몇 년 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의 목소리인걸 바로 알아챌 수 있었어. 울고 있었지.

    훌쩍이는 소리 속으로 알아들을 수 있던 말들은 "제발 전화해줘, 지금 나쁜 짓을 할 거야. 이제 더이상은 못 참겠어. 너무 고통스러워." 그 후론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뭐라고 하는진 못 알아듣겠더라.

    나는 911 전화응답원으로 일해서 밤마다 꼭 한 번씩은 자살하기 직전의 사람들한테서 전화를 받곤 하는데 그것들은 보통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야. 근데 왠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모른다는 게 좀더 일을 쉽게 만드는 거 같아. 난 나한테 얘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걸 알았어.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처음 5분동안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수도 없었어. 겨우 진정시키고 나니까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고 그녀도 내 말을 들을 수 있었어. 알고보니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고 화난 채 기댈 사람을 찾고 있더라고. 남친새낀 얠 때리고 벽에다 밀친 다음에 왜 또 일을 망치냐며 소리를 질렀대.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을 한 번 보러 가는 중이라고 했어. 자살은 침묵의 바위 (Silent Rock)에서 할 거라고 말했어.

    얘랑 전활 45분 정도는 해서 침묵의 바위까지 운전해 갈 시간은 있었어. 겨우 다 진정시켰고 나랑 다 얘기하고 나서 살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죽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어. 도착하니까 그녀는 추위에 떨면서 아직도 울고 있었어. 진짜 살면서 누군가를 보는 게 그렇게 기뻤던 적이 없어. 난 얠 내 차에 태우고 얘 차를 찾아다녔는데 아무데도 없어서, 아직도 얘가 어떻게 집에서 그렇게 멀리까지 갔는지 모르겠어.

    집까지 운전하는 동안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우리집에 도착해서 소파에 앉은 그녀한테 담요랑 베개를 가져다 줬어. 걘 날 안고는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어. 난 미드 "That 70's Show"를 틀었어. 우리가 사귈 때 얘가 그걸 되게 좋아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거든. 그녀가 잠들고 나서 난 얘가 완전히 잠들었는지 보려고 한 시간은 더 앉아있다가 나도 방에 들어가서 잤어.

    다음 날 일어나보니까 내가 펼쳐놨던 담요는 접혀 있고 베개는 위에 올려져 있었어. 그녀는 가고 없었어. 아마 전날 밤 저지른 일들을 좀 정리하러 갔겠지 하고 난 일하러 갔어. 직장에 도착해선 그녀가 잘 견디고 있나, 아직도 안정적인 상태인가 보려고 전화를 걸었어. 내가 모르는 남자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난 대답했어. "안녕하세요, 사브리나가 걱정이 돼서요, 어제 사브리나가 힘든 밤을 보내서 그냥 확인차 전화했어요."

    난 그때 돌아온 대답을 절대 잊지 못할거야. "지금 장난하십니까? 어떤 미친놈이 딸을 잃은 아빠를 괴롭히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리고 전화는 끊겼어. 난 다시 그녀한테 전화하려고 그녀의 연락처를 눌렀는데, 기록을 보니까 그 부재중전화는 딱 한 달 전에 왔었던 거야. 대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는데 오늘 그녀의 무덤을 방문했는데도 믿지를 못하겠어. 너넨 제발 무음모드 해두고 자지 마. 정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전화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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