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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사랑에 빠진 건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7. 3. 16. 10:19
    원출처


    사랑에 빠진 건 어느 시점에 알게 되는 걸까? 내 경우엔, 그냥...어느날 갑자기 사랑에 빠졌어.

    아니다, 그럴 순 없겠지. 사랑에 빠진 걸 눈치챈 게 그 날이었을 뿐이었던 것 같아. 이때까지 내 마음 속에 불타며 끓어오르는 사랑이 잠자고 있던 걸 눈치챈 거야. 그걸 알기 위해 저스틴을 잃어야만 했고. 아이러니하지? 아이러니하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난 가방끈이 짧아서..혹시 내가 단어를 틀리게 써도 그냥 넘어가줘. 그래도 책은 많이 읽어.

    난 저스틴이랑 꽤 오랜 시간동안 함께였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저스틴한테 화내면서 써버렸어. 내 인생을 차지해버린 데에 대한 분노.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거에 대한 분노. 난 매일 아침과 밤에 항상 "사랑해" 하고 말했지만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어. 사실, 처음엔 그렇게 말하기가 싫었어. 그게 맞는 행동같이 느껴지지도 않았지. 그래도 그냥 했어. 그래야만 했거든. 저스틴은 내가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난 저스틴이 날 돌봐주길 바랬고. 저스틴이 날 먹여주고, 입혀주고, 지켜주고...그러길 바랬어. 내가 이기적이었던 거지. 당시에는 몰랐어. 이제 저스틴이 없으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아무 쓸모도 없어. 난 이기적이야. 난 저스틴 없이는 아무도 아니야.

    내가 저스틴을 사랑했다는 걸 안 순간은 화요일 아침이었어. 처음엔 그냥 다른 날들처럼 시작된 날이었지. 난 저스틴한테 아침을 차려주고 내 의자에 앉았어. 저스틴이 수염 끝에 달걀조각을 달랑달랑 매단 채로 내가 차려준 베이컨과 달걀을 먹는 걸 배고픈 채 지켜봤지. 나는 물컵을 홀짝였어. 같이 라디오를 들었어. 지금까지 매일 아침 그랬던 것처럼 말야. 매일 아침.

    인생이 바뀔 순간 바로 전의 1분은 그냥 다른 때랑 완전 똑같은 그런 1분이란 게 참 신기하지 않아? 지금까지 지나온 백만개도 넘는 1분들과 전혀 구별도 안 되고 말야. 잠재적 원시 수프가 몇억년동안 변함없이 있다가 세포 하나가 변형하기로 하는 것처럼.

    짠.

    이제부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저스틴은 자기 그릇을 치우곤 의자에 기댔어. 거친 손을 자기 배에 올리곤. 난 그 배를 싫어하곤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

    저스틴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어. 난 무슨 노랜지 몰랐어. 노래는 좋았지만 말야.

    그는 그릇에 남은 것들을 쳐다보곤 "먹을래?" 했어.

    난 끄덕였어.

    "네 꺼야."

    저스틴은 그릇을 나한테 밀었어.

    난 고맙다고 하곤 먹다 남은 토스트를 음미하며 씹었어. 저스틴은 내가 먹는 모습을 바라봤어.

    아직도 생생하게 맛이 생각나. 항상 같은 브랜드를 샀었거든. 싼 거였어. "노 네임" 브랜드인가 뭔가.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그걸 좀 사다달라고 했는데 안 사줬어. 아 맞아, 나 이제 엄마랑 살아, 근데 그 얘긴 나중에 해줄게.

    "네 꺼야." 저스틴이 말했지.

    그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말이 그거야.

    "네 꺼야."

    바보 같게도 그 짧은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돼. "난 네 꺼야." 라는 뜻으로 말한 걸 거야. 내가 그의 것일 뿐 아니라, 저스틴도 내 것이잖아. 그걸 왜 몰랐을까?? 어떻게 난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나 눈이 멀었던 걸까?

    예전에 우리에겐 아기가 있었어. 남자아이였지. 재스퍼라는 이름을 붙여 줬었어.

    계속 키울 순 없었고 난 그거때문에 저스틴을 미워했어. 그치만 그가 옳았어. 저스틴이 사람 하날 더 먹여살릴 형편은 아니었거든.

    난 재스퍼를 입양보내야만 했어. 저스틴이 말하길 호주에 사는 좋은 가족이 아이를 데려갔다고 했어. 가끔은 재스퍼가 생각나.

    그 후로 저스틴을 정말로 싫어했어. 난 아이를 가진다는 게 너무 좋았거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 함께해줄 동반자. 내 모든 인생은 저스틴 위주였고, 나만의 무언가를 원해 왔었어. 하지만 내가 이기적이었던 거야. 정말 이기적이었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

    "네 꺼야."

    누군가 문을 세게, 시끄럽게 두드렸어. 이상했지, 저스틴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있어봤자 별로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거든. 그 사람들 중 하나일까봐 무서웠어.

    저스틴은 일어서서 날 쳐다봤어. 난 어깨를 들썩였지. 저스틴은 날 보며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어. 나는 그의 말에 따랐고.

    저스틴은 몇 번 집에 다른 여자애들을 데려온 적도 있었어. 항상 늦은 밤이었고 저스틴은 취해 있었어. 내가 저스틴한테 건방지게 대한 후에 그러곤 했어. 처음 그랬을 땐 난 자고 있었는데 위층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저스틴은 방금 집에 들어온 후였지. 그의 목소리가 들리곤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왔어. 여자애 목소리. 저스틴은 그 여자애와 관계를 가졌어.

    난 조용히 있었어.

    질투가 나긴 했어. 엄청 질투났지. 질투가 났다는 거에 혼자 놀라하던 기억이 나. 하지만, 그렇다고 저스틴을 사랑했다는 걸 깨닫지는 못했어.

    다음 날 아침에 여자애는 사라져 있었어.

    저스틴은 내가 다 들었다는 걸 알았지. 어떻게 못 듣겠어?

    다른 때도 다 들었어.

    그 일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었어. 한 번도.

    다시 한번 시끄럽게 문을 쿵 치는 소리가 들리곤 희미하게 밖에서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어. 난 혼란스러운 채 저스틴을 쳐다봤어.

    저스틴은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났어. 뒤쪽의 카운터에서 샷건을 집어들고 저스틴은 복도로 걸어나갔지. 그가 열쇠를 꺼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쾅!

    커다란 충돌소리와 소리지르는 목소리들이 들려왔어. 싸우는 소리.

    그리고 총소리들.

    저스틴의 총소리가 아니었어. 그 소리는 내가 알거든. 다른 총에서 나는 소리들이었어.

    난 의자에서 일어나서 저스틴한테 뛰어가려고 했는데 발목에 의자가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저스틴의 이름을 내질렀지.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어. 앞으로 절대 못하겠지. 저스틴은 가버렸어.

    짠.

    경찰이 와서는 나한테 이제 괜찮을 거라고만 계속 말했어. "저스틴이 죽었어" 그들은 "괜찮아요" 라고만 했지. 괜찮다고? 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어. 내가 지금 무슨 기분인지도 몰랐지. 내가 괜찮은 거야? 괜찮다는 게 이런 기분인 거야? 어쩌면 내가 잊어버린 걸지도 몰라. 몇 년이 지났는지 누가 알겠어. 아니, 사실 13년이지. 13년. 사람들이 나한테 말해준 게 그래. 그럼 내가, 25살이란 거야? 와. 난 내가 더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이제 엄마랑 살고 있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처음에 엄마는 내 눈 코 입 때문에 날 못 알아봤는데, 엄마는 예전과 똑같았어. 나이만 먹었지.

    하지만 난 엄마를 엄마로 기억하지를 않아서 좀 힘들어. 엄만 자꾸 울면서 날 만져. 난 누가 만지는 거 싫은데.

    사람들이 마당 정원에서 재스퍼를 찾았다고 했어. 저스틴이 시켜서 내가 심고 요리했던 토마토랑 콩 밑에서 말야.

    그치만 화나진 않아. 저스틴이 옳았어. 재스퍼는 먹여살려야 할 사람이었고 저스틴은 나조차 먹여살리기 힘들었는걸. 재스퍼가 잠은 어디서 자겠어? 내가 가졌던 것도 그 매트리스 하나뿐이었는데.

    그리고 재스퍼가 자라면 어떡해? 학교에 가야 했을 거라고. 그럼 사람들이 우릴 찾아냈겠지.

    그리고 재스퍼 근처에서 다른 여자애들 몇 명도 묻혀 있는 걸 찾았다고 해. 아마 그때 데려왔었던 애들인가 봐.

    그 소식을 들으니까 좋았어. 저스틴이 떠나면서 남기고 간 선물 같았어. 저스틴은 날 죽이진 않았지만 걔네한텐 그런 거잖아.

    왜냐면 저스틴은 날 사랑하니까.

    너무 후회되는 게 많아.

    저스틴은 날 사랑해서 가둬둔 거야.

    저스틴이 나한테 쓸모없다고 말한 건 알아.

    이기적이라고 한 것도.

    자기 없인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도.

    하지만 그걸 알기 위해 난 그를 잃어야만 했어.

    사랑해 저스틴.

    영원히 사랑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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