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번역 괴담/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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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여자친구 입 안의 머리카락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4. 19. 01:08
원출처 그녀가 죽은 지 세 시간이 지났다. 방구석에 앉아서 노트북을 들고 이 글을 쓰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진짜가 아닌 것 같다. 아무것도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이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이젠... 이젠 이 일을 기록해야 한다. 그게 먼저다. 써 놓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젠장, 나조차 나를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눈을 감으면 그것이 아직도 보이지만, 내 뇌의 일부분은 전부 꿈이었다고 나 자신을 설득시키려 하는 것 같다. 그저 여자친구의 질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끔찍하고 정신이 반쯤 나간 악몽을 꾼 것 뿐이라고. 하지만 악몽이 아니다. 꿈이 아닌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 일에 대한 기록을 남겨 두지 않는다면, 정말 간신히 잡고 있는 정신줄을 놔 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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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내가 알 수 없는 것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3. 19. 04:00
원출처 지금은 1918년. 여기로부터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독일 미사일의 파편이 바위 하나를 격타했다. 파편은 엄청난 힘으로 튕겨나가 어떤 이의 배를 완전히 뚫고 나간 후 또 다른 이의 팔을 뚫고 지나갔다. 파편은 결국 가속도를 잃어 세 번째 사람의 턱에 맞았을 때는 거기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첫번째 사람은 죽었다. 나머지 둘은 이곳에 곧 도착할 것이다. 내가 시무스에게 이걸 알려주자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안단 말야," 그가 말한다. 그의 말이 맞다. 그건 알 길이 없지. 하지만 알고 있다. 그 두 사람이 몇 시간 후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한 명은 팔 하나가 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금속 파편이 왼쪽 귀 밑의 뼈에 단단히 박힌 채였다. 시무스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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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친구네 아빠에게는 수족관이 있었다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2. 12. 21:04
원출처 내가 제이슨 워렌을 처음 만난 건 학교 조별과제에서 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쪽으로 이사간 지 몇 달 되지 않아 선생님이 조 편성 목록을 나누어 주었고, 내 옆에 앉은 아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행운을 빈다.” 내 귀에다 이렇게 속삭였다고. 제이슨은 교실 저 건너편에서 나를 소심하게 쳐다봤는데, 어딘가 연민이 느껴졌다. 벌레 취급 당하는 기분이 뭔진 나도 아니까. 제이슨은 긴장한 듯 내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쟤네 아빠 부자야. 완전 갑부라고.” 칼리가 입안에 점심밥을 가득 문 채 말했다. 밥보단 말을 질겅이면서. “그럼 좋을 거 같지?” 칼리는 눈알을 굴렸다. “근데 진짜 수상한 사람이야. 엄마아빠가 걔네 아빠한테 가까이 가지 말고 다른 애들한테도 그렇게 전해주라고 했어.” 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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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레딧] 레디터들의 짧지만 소름돋는 경험들 2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1. 27. 05:50
※askreddit 은 레디터들이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서브레딧입니다. 픽션을 쓰는 노슬립과는 다르게 진짜 솔직하게 사담을 나누는 곳이기 때문에 실화일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인터넷이니 일부는 주작일 확률도 당연히 존재하지만요! :) Q. 알렉사(aka에코닷) (kt의 지니 같은 아마존의 홈비서) 갖고 있는 레디터들은 소름돋는 경험 있어? 출처 1. 이번 추수감사절에 언니네 집에서 다같이 모였는데 언니한텐 알렉사가 있어. 우린 알렉사한테 오래된 노래들을 틀어달라고 하면서 놀고 있었어. 꽤 말을 잘 알아듣길래 감탄하고 있었지. 그런데 대화 도중 농담으로 알렉사라고는 안 말하고 그냥 "쟤가 세계정복 하는 거 아냐?" 했는데 알렉사가 노래를 멈추더니 "저는 세계를 정복하려고 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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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설탕의 값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1. 21. 21:20
원출처 내가 어린 소녀였을 시절, 누군가 내게 장래희망을 물어본다면 절대 '밥 굶는 예슬가' 라고는 안 했을 거다. 아마 '공룡'이나 '우주비행사' 같은 걸 얘기했겠지. 그리고 좀 커서 어린애들이 공룡으로 변하거나 뉴질랜드에서 온 까만 피부의 여자애들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선생님' 이나 '간호사'라고 말했을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와 미술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십대에는 이모가 동네 병원에서 청소부 알바 자리를 알아봐 줬다. 그때는 시급이 별로 나쁘지 않다고 여겨졌고, 해보니 내가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청소하는 걸 좋아했다. 가끔은 폭풍 설사나 피 섞인 구토를 치워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좀 하다 보니까 대부분의 냄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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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나는 천사들의 마을에서 자랐다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1. 18. 05:54
원출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설명할 기회를 주면 고맙겠다. 이 글은 가볍게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계속 고생하며 얻어낸 사실을 적은 것이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증거는 항상 내 눈앞에 있었지만, 천국과 지옥이 그저 기분좋은 추상적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그것들을 무시해 왔던 것 같다. 그런 건 중년을 지나 노년을 바라볼 시기에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들이니까. 아마 정신과 의사들조차 그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 망상들이 '트라우마'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고 했지만, 그걸로 선명하고 완벽한 내 기억을 설명할 순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엔젤튼'이라고 이름지어진 그 완벽하고 작은 마을. 결국 약물들로 인해 내 기억력이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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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산타할아버지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8. 12. 26. 19:41
원출처 내가 산타를 믿었던 순수한 여섯 살 소녀일 시절, 우리 엄만 항상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쓰면서 산타한테 보낼 편지도 같이 쓰라고 말해주곤 했어. 난 삐뚤빼뚤한 초딩 글씨로 산타 할아버지에게 짧고 다정한 편지를 썼지. 산타 할아버지에게,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밀리예요! 저는 정말 크리스마스가 조아요. 올해는 착한 아이 리스트에 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저보고 계속 말 안 들으면 나쁜 애 리스트에 드러갈 거래요. 크리스마스에 꼭 쿠키를 마니마니 내노토록 노력할개요. 우리 아빠가 몃개 먹을 수도 있어서 제송해요. 사랑을 담아 밀리가. 틀린 글자들이 거슬린다면 미안. 여섯 살 때였으니까. 아무튼, 그날 엄마, 아빠, 오빠랑 나는 우리 가족 크리스마스 엽서를 친척들한테 보내러 우체국에 갔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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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러브 시뮬레이터™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8. 12. 17. 20:29
원출처 "너 진짜 자기합리화 심한 거 아냐?""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너를 위한 최선이야, 아님 우릴 위한 최선이야?" 내가 물었다. "그거 알아? 난 -- 난 댄이랑 결혼했어야 했어!"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전 애인들은 기억 속에서 미화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아 보이는 법이니까.하지만 너무 늦었다. 토미는 문을 쾅 닫고 나갔다.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채 소파에 주저앉아 버렸다. 계속 벽만 쳐다보다가 나는 노트북을 꺼내 검색창에 "잘못된 남자와 결혼했을 때 대처법"을 검색했다. 도움이 되는 기사나 이혼에 관련된 간단한 설명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그런데 뭔가 다른 게 떴다.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나요? 러브 시뮬레이터™을 사용해 보세요! 단돈 19.99달러!궁금해져서 클릭해 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