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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물방울을 무시하지 마라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8. 4. 24. 19:00

    원출처






    난 살면서 이상한 상황들을 자주 겪어온 편이다. 그 이유를 알아낸 것은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 일들을 최대한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그러한 기현상을 처음 겪었을 때가 기억난다. 나는 7학년 역사 수업시간에 앉아서 로빈슨 선생님이 화이트보드에 필기를 하실 동안 게으르게 머리 한 가닥을 잡고 돌리고 있었다. 어깨에 무언가 한 방울 떨어졌다. 너무 작아서 내가 정말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거다. 나는 본능적으로 어깨에 손을 올려 젖은 느낌을 닦아내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말라 있었다. 혹시 어디가 새나 하고 천장을 올려다 봤다. 전혀 그런 흔적은 없었다. 재빨리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다. 뒤엔 텅 빈 책상 뿐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나는 그 일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 일이 다시 생기기 전까진.

    나는 욕실 카운터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세면대 양 쪽에 무릎을 올리고 얼굴에 여드름이 있나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었는데, 또 그 현상이 발생했다. 무언가 한 방울 내 어깨 위로 떨어졌다. 예전과 똑같은 곳에.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내 어깨 위에 물은 조금도 묻어있지 않았다. 완전히 말라 있었단 말이다. 엄마한테 그 이상한 일을 얘기해 봤다. 엄마는 그저 읽던 책에서 눈을 잠깐 떼 내 얼굴을 올려다보곤 "얘, 내가 얼굴 잡아뜯지 말라고 했지?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잖아. 나이를 먹으면 여드름은 사라지는데,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니까." 엄마 말이 맞았다. 나이가 들자 여드름은 사라졌지만, 물방울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2년에서 3년에 한 번 정도만 그 익숙한 방울이 느껴졌다. 그저 내가 상상해낸 느낌이라고는 여길 수 없을 만큼의 간격이었다. 내가 운전을 배우고, 강아지를 입양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두 명의 아이를 가질 동안 어깨에 그 방울들은 계속 떨어져 왔다.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저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으로 여겨지는 불편함이 약간 있었을 뿐.


    하지만 결국 상황은 나빠졌다. 직장에 앉아 있는데 방울이 느껴졌다. 나는 습관적으로 어깨를 문질렀는데, 또 한 방울이 내 손을 곧바로 통과해 어깨에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두 번이나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위에 아무것도 없을 걸 알면서도 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날 이후로 물방울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는 일 주일에 한 번, 그리고는 하루에 한 번으로 늘어났다. 나는 의사를 방문하고, 여러가지 약물들을 먹어 봤지만, 여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남편 토드는 매일같이 더욱 걱정스러워했다.


    쿵! "얘한테는 진짜라잖아요!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구요. 이론이나, 동정이나, 알약이 아니라- 해결 방안을 달라구요!" 나는 토드의 꽉 쥔 주먹을 책상에서 잡아 내렸다. 토드의 손가락 마디들은 힘이 들어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제발, 섀넌 선생님, 지어내는 얘기가 아니에요."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해했습니다만, 지금까지 치료를 수도 없이 시도했잖습니까. 모든 선택지를 소비해 버렸다구요." 토드가 이를 꽉 무는 게 보였다. 나는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정말 시도해볼 만한 게 하나도 남지 않은 건가요?" 내 자신의 목소리에서 애걸하는 게 느껴졌다. 계속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나를 미쳐가게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멈춰야만 했다. 의사는 다리를 꼬고는 허리를 세웠다. "방법 몇 개가 남아있긴 합니다만, 이런 방법에는 따르는 무언가가-" 선생님은 말을 도중에 멈췄다. 입을 여전히 벌린 채 나를 똑바로 쳐다보곤 말이다.


    "섀넌 선생님?" 의사 선생의 입꼬리가 움찔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 깊은 곳에서부터 그르르륵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상황이 뭔가 아주 잘못돼 있었다. 부자연스러웠다. 선생님이 손을 아주 천천히 들어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그녀의 동공은 점점 확장되었다. 나는 얼어버린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상황에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지만,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x발 뭐야," 토드는 숨소리 아래로 중얼거리며, 복도 쪽으로 난 문을 열고 도움을 청했다.

    섀넌 선생님은 눈이 돌아가는 동안 나를 계속 가리켰다. 그르륵대는 소리는 더 커지고 격렬해졌다. 다른 의사가 들어와 섀넌 선생님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의사가 다가가자 섀넌 선생님은 아주 조용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소리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목소리는 계속 그르륵댔고 손가락은 계속 날 가리키고 있었다.

    "Duérmete niño. Duérmete ya. Que viene el lobo. Y te llevará." (*스페인어 자장가; 아이야 잠에 들어라, 어서 잠에 들어라. 늑대가 오고 있단다, 늑대가 널 잡아갈 거야.)


    복도를 걸어 출구로 가는 동안 토드는 고개를 저었다. "저런 의사들은 돌팔이야. 아니, 문제가 있는 건 자기면서 뻔뻔하게 너보고 미쳤다고 하잖아." 평소 같으면 난 그걸 듣고 웃었겠지만, 대신 떨리는 손으로 토드의 손을 잡았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어." 토드가 날 내려다봤다. "아까 그 의사가 부르던 헛소리같은 노래를 말하는 거야?"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애들한테 겁을 줘서 잠에 들게 하려는 노래야. 깨어 있으면 로보가 그 애들을 잡아가." "로보?" "늑대라는 뜻이야." 출구에 다다르면서 토드는 살짝 웃었다. 그 순간 나는 토드만큼만 무덤덤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감적으로 깊은 잘못됨이 느껴졌다.


    밖에 나가자마자 비가 내리는 게 느껴졌다. "뭐야?" 나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우산을 찾았다. 벌써 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주말은 해가 쨍쩅하다던 거 같았는데." 우산을 확 펼쳤는데 토드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리아, 지금 비 안 오잖아."

    나는 토드가 진지하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팔을 뻗어서 보자 말라 있었다. "아니야- 전부 느껴진단 말이야, 토드." 토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동정의 눈길을 하고 있었다. "젠장, 느껴진다고." 우산조차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방울들은 내 몸 전체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팔을 찰싹찰싹 때리고, 다리도 때리고, 보이는 모든 피부는 전부 때렸지만, 그 망할 방울들은 멈추지 않았다. 견디기엔 너무 많았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주저앉았고, 토드는 같이 앉아서 내 머리를 팔로 감싸안았다. "그냥 멈추기만 하면 좋겠단 말이야," 나는 흐느꼈다. 토드는 내 등을 살살 문질러 주며, 내 머리 옆에서 조용히 속삭여 주었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토드의 어깨 위로 눈물을 쏟아냈다. 조금 진정된 후 나는 얼굴에 범벅된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었다. "미안해." 내가 훌쩍였다.


    토드는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뭔가를 속삭였다. "뭐라고?" 나는 토드의 표정을 보기 위해 살짝 몸을 뒤로 젖혔다. 토드의 눈은 하얬고 나를 가리키며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토드, 그만해." 토드의 팔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토드는 그저 거기에 얼어버린 채로 앉아서 조용히 속삭였다. "재미 없어, 토드." 토드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나는 몸을 숙여 토드가 뭐라고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토드는 그저 하나의 단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로보. 심장이 덜컥했다.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토드는 조용히 거기 앉아 여전히 날 가리키고 있었고, 순간의 공포 속에 나는 토드가 나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내 뒤를 가리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있는 용기를 전부 끌어모아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보자마자 나는 구토를 했다. 그는 밤하늘보다 까맸고, 거의 3미터가 다 되어 보였다. 그의 팔은 그 키의 두 배 정도 늘어져 있었고, 모든 관절에 얼굴들이 붙어 있었다. 분노와, 혐오, 절망, 그리고 고통으로 가득 찬 얼굴들. 그 얼굴들은 내 눈 앞에서 형태가 뒤틀리고, 썩더니, 그리고는 재생성되었다.


    모든 얼굴들 중, 그의 얼굴은 가장 끔찍했다. 그건 마치 그가 늑대 하나를 찾아 얼굴을 도려내고 자기 얼굴 위에 붙여놓은 것 같았다. 그는 죽음과 부패의 냄새를 지독하게 풍겼다. 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것이 고대의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능이었다. 내 존재의 모든 섬유가 날 보고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날 향해 팔을 뻗었고, 나는 거기에 굳은 채 무서워하며 앉아서 그의 팔이 세 배나 길어지는 걸 지켜봤다. 뛰거나, 소리치거나, 뭐라도 했어야 하는 건 안다. 하지만 내가 집중할 수 있었던 건 그의 팔 맨 끝에 있는 얼굴 하나였다. 내 얼굴. 백만 가지로 뒤틀린 내 얼굴.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의 기억은 흐릿하다. 어떻게 도망쳤는지 기억난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도망친 게 맞다면.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그저 갑자기 엄마 품에 안겨 있던 건데, 창피하지만 엄마를 한 대 치고 말았다. 엄마는 물론 날 용서했다. 나는 공포와 혼란 상태에 있었으니까. 의사가 "믿을 수가 없군."하고 중얼거리던 게 기억난다. 수많은 검사들도 기억나지만, 로보만큼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없다.


    내 이름은 마리아 아빌라. 13살이다. 난 4달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천장에서 물이 샌 것이 나의 생명을 살렸다. 내 어깨 바로 위로 겨우 12분간 샌 물방울들이 말이다.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고 나서, 엄마는 자신이 부른 자장가가 나를 깨웠다고 했다. 나는 30년의 인생을, 내 남편을, 아이들을, 그 모든 것을 1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려낸 것이다.


    나는 경고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만약 당신이 설명할 수 없는 물방울을 느낀다면, 혹은 아무도 느낄 수 없는 바람을 느낀다면, 깨어나라. 로보가 숨어다니고 있고, 그는 새로운 얼굴을 가지기 위해 몸이 근질거리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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