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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수영장에 바닷물이 차 있었다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8. 6. 21. 22:35

    원출처





    수영장 물과 불편할 정도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술은 쨍한 붉은색을 유지했다.

    이웃이 수영하는 걸 지켜보는 게 소름돋는 짓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말을 거는 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수영장 옆쪽으로 잠시 쉬러 올라오더니,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으며 뭔가 달콤하면서도 웅얼대는 듯 잘 들리지 않게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녀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몰랐단 말이다.

    그녀의 노래를 좀더 잘 듣고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을 열었다.

    "정말 좋은 날이야..." 모든 단어를 다 알아듣진 못했다.

    그녀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고 나는 휙 뒷걸음질쳤다. 날 본 게 분명해. 가슴 속에서 심장이 아프도록 뛰었다. 용기를 내서, 아님 그저 공황 상태에서,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게 이 상황을 고칠 유일한 방법이라고 결심했다.

    할 수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펜스 뒤로 숨어 뭐라고 할지 궁리해 보았다. 결국 나는 그녀의 워터프루프 화장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아님 딴 걸로 할까, 그건 너무 이상하잖아.

    절망스러운 상태로, 나는 그저 펜스 위로 머리를 내밀고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기로 했다. 펜스가 예상보다 높다는 걸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펜스 기둥 두 개 사이에 얼굴을 낑긴 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저 말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맘에 드네요!"

    내가 말하려던 건 "화장이 맘에 드네요." 아니면 "날씨가 좋네요" 였는데, 결정장애라 저렇게 뒤섞이고 말았다. 나는 뒤돌아 뛰어가서 다신 나오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웃는데, 정말이지 음악소리 같았다.

    "저도 오늘 날씨 맘에 들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귀로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내 얼굴이 빨개지는 걸 분명 눈치챘을 거다.

    "이리 와서 수영장에서 같이 놀래요?"

    뭔가 창피한 말은 하기 싫어서, 나는 그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아마 그 쪽이 훨씬 나빴겠지. 그리곤 집안으로 뛰어가 수영복을 챙겼다.

    그녀의 마당으로 돌아갔을 땐, 그녀는 아무데도 없었다.

    "아직 들어가지 마요! 마실 것 좀 챙기고 있어요." 그녀가 집 안에서 소리쳤다.

    나는 마당 의자에 앉았다. 태양은 강렬했고 나는 선크림을 잊은 걸 기억해냈다. 10분이 지나고 나는 심하게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발가락을 좀 담근다고 싫어하진 않겠지.

    나는 수영장 바깥쪽에 앉아 조심스럽게 다리 하나를 담갔다. 보통의 수영장 물보다 더 차가웠다. 날씨를 고려하면 그런 비정상적임 정도는 반가웠다. 더 이상의 생각 없이 나는 수영장 안으로 푹 빠져들었다.

    물은 굉장히 차가웠고, 척추로 소름이 끼쳐왔다. 냄새도 이상했다, 무슨 소금 같이. 온기를 유지하려 팔을 문지르면서 물에 뜨려고 발길질을 했다. 무언가 내 발에 닿았다. 뭔가 해초같은 것이.

    휘적거리며 벗어나려 했지만, 다리에 그 무언가가 감겨 있었다. 나는 좀더 힘차게 다리를 휙 잡아뺐고 결국 벗어났다. 패닉 상태로 허우적거리면서, 나는 수영장 바깥 타일 바닥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한기와 공포로 떨며, 이상한 덩굴 같은 것을 다리에서 잡아당겼다. 그것들은 어두운 색의 실 같은 모양이었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인간의 머리카락이었다.

    수영장 안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역겨움에 가득 차 나는 끈적한 가닥들을 피부에서 떼어내 풀 쪽으로 던져냈다. 그리곤 그녀가 레모네이드 두 잔을 들고 돌아왔다.

    "수영장에 아직 들어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그녀의 목소리는 화난 상태에서도 아름답게 노래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는 어..."

    그녀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레모네이드를 내려놓았다.

    "괜찮아요, 수영장에 들어가고 싶으면 이제 같이 들어가면 되죠." 그녀는 물으로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례하게 굴고 싶지도 않았다.

    물은 아직도 차가웠다. 그녀는 나를 제일 깊은 가운데 쪽으로 이끌었다. 나는 수영을 잘 못했기에, 뜨려고 노력했지만 물이 코와 입으로 밀려들어왔다. 소금맛이 났다. 마치 바닷물처럼.

    "우리 밑으로 내려가서 바닥을 짚고 와 봐요." 그녀가 제안했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저 따르기로 했다.

    밑으로 잠수했고, 폐가 타는 거 같았다. 뭔가 나한테 부딪혔다. 따가웠지만 눈을 떠 보았다.

    차갑고, 죽은 듯한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 공기방울들을 마구 뱉어냈다. 물 속에서 휘적거리며 계속 눈을 뜨고 있었다. 물은 마치 무한한 듯이 깊었다. 확실히 수영장의 깊이는 넘어서 있었다. 내 주변엔 시체들이 똑바로 선 채 꼼짝 못하고 있었다. 몇 개는 부위들이 없어져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먹어치운 것처럼.

    뭔가 내 다리에 감겨왔고, 이번에는 분명 머리카락은 아니었다. 내려다보자 그녀가 있었고, 부자연스럽게 붉은 입술이 말려올라가 비웃는 미소를 지으며 마치 아구와 다를 바 없는 날카로운 이빨을 내비쳤다.

    나는 나약하게 허우적댔다. 시야가 뭉개지고 흐려졌다. 수면이 내 위에 있는 게 보였다. 인간 형체들이 무한하고 어두운 물 속에서 형체 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보였다.

    마지막 박차를 가해 나는 산소가 부족해진 근육을 동원해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다. 순간 그녀의 손이 풀렸고 나는 미친 듯이 수영했다.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오자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잔잔했다. 미친 듯이 공기를 폐 안으로 들이마시는데 멀리서 잔디 깎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수영장 밖으로 기어나오는데 팔이 떨려왔다.

    물 속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이 글을 쓰면서 앉아 있는 도중에도, 그녀의 사이렌 노랫소리가 아직까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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