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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죽음의 증인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8. 7. 27. 00:00
나는 '죽음지켜보기'나 '무서운궁금증' 같은 죽음에 관련된 게시판을 자주 들락거리곤 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항상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 공포 영화, 실화 기반 이야기, 전부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다시는 잊혀지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돌렸다면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한다.
어떤 영상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떤 남자가 기차에 의해 반으로 잘리는데, 그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내장은 흩어지면서, 신기하고 무섭게도 몇 분동안 생명을 유지하며 죽음을 기다린다. 그게 정말 강하게 다가왔다. 그 불쌍한 사람한테 일어난 참사도 그렇지만, 엄청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영상을 찍고만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무도 남자를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내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렇게 행동했던 것 같다.
동네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점심시간을 거의 다 보낸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새파란 하늘에 부드러운 바람과 바다 향기로 가득한 완벽한 봄날씨였다. 그 평화로움은 타이어가 내는 끼이익 소리,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내가 들어본 중 가장 끔찍한 비명에 의해 깨졌다.
재빠르게 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트럭에 치여 반쯤 깔린 채로 길가에 누워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상태의 충격에 빠져 있었고 다 같이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는 것 같았다. 갑자기, 고무줄이 튕기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911에 전화하고, 교통을 통제하고, 현장을 비워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그 영상이 떠올랐다. 나는 뭘 해야 할지 알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피해자의 곁으로 달렸다.
내가 본 것들 중 가장 최악의 것이라고 한다면 끔찍한 과소평가일 것이다. 남자의 내장은 그를 반으로 가른 상처로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다리 하나는 시뻘건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 냄새란. 세상에, 그 냄새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다가가자 두려워했던 게 확실히 사실로 드러났다; 그는 의식이 있었던 거다. 치명상을 입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와 있단 사실을 인지한다는 걸 상상해 보라. 그 어느 누구에게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운명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나는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필요 이상으로 그의 부상 부위를 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의 눈은 커다랬고, 동공이 터진 채 흰자는 야생마의 것처럼 구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조금 잠잠해지더니 멀쩡한 쪽 팔을 날 향해 뻗었다.
"쉬이이" 나는 그의 손을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제가 여기 있어요. 같이 있어 줄게요." 그 상황에서 그것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나를 바라보곤 숨길이 조금 천천히 잦아들었다. "저 죽는 건가요?" 입가에 피거품이 일며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거짓말을 할 수도, 거짓 희망을 실어줄 수도 없었다. 우린 둘 다 현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요. 하지만 무서워할 것 없어요. 당신은 우리 모두가 마지막에 가는 곳으로 가는 거예요. 이게 당신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단 걸 알지만, 이젠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거예요." 나는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최대한 평정심있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 후엔, 우리는 그저 조용했다. 그는 부서지고 길가에 무너진 채, 나는 그의 감시병이 되어,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은 채. 그 순간 동안 나는 계속 그의 끝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자비롭게도, 그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져 오는 것을 듣기도 전에 곧 사망했다.
의료원들은 그와 계속 앉아있던 나를 찾았고, 그들이 일을 맡았을 땐 나는 재빨리 휘청대며 벗어나 아까 먹은 샌드위치를 토해냈다. 그 일은 내 평생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의 마지막 숨결을 목격하는 것. 하지만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곧 직장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렸다. 그는 꽤나 역겨워하며 필요한 만큼 쉬라고 얘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집에 오는 길은 물론이고 차에 어떻게 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아파트로 비틀대며 들어가 곧바로 뜨거운 샤워를 했다. 옷도 전부 입은 채로, 그저 그 남자의 피를 씻어낸다는 생각 뿐이었다.
온몸이 분홍색이 되도록 문지르고 살면서 제일 피곤해진 채로 샤워에서 나왔을 때는, 그저 오랫동안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감기약처럼 천천히 흐르듯 움직여 침실로 들어갔고 불을 켰다. 침대에는, 아름답게 포장된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좀더 걱정을 해야 했지만, 그 순간에 내 뇌는 정지 주파수보다 아주 약간 더 활동적일 뿐이었다.
혼란스러운 채로, 나는 반짝이는 검은색 포장지를 조심스레 벗겼다. 상자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고, 열어보자 시커먼 천이 한 뭉치 들어 있었다. 상자에서 완전히 꺼내 들어 보니,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의 색을 가진 후드가 달린 망토였다.
그때 카드가 눈에 띄었다. 섬세한 손글씨로, 카드엔 다섯 단어만이 쓰여 있었다. "성공적으로 해낸 임무에 대한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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