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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나는 천사들의 마을에서 자랐다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1. 18. 05:54

    원출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설명할 기회를 주면 고맙겠다. 이 글은 가볍게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 계속 고생하며 얻어낸 사실을 적은 것이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증거는 항상 내 눈앞에 있었지만, 천국과 지옥이 그저 기분좋은 추상적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그것들을 무시해 왔던 것 같다. 그런 건 중년을 지나 노년을 바라볼 시기에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들이니까.

    아마 정신과 의사들조차 그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 망상들이 '트라우마'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고 했지만, 그걸로 선명하고 완벽한 내 기억을 설명할 순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엔젤튼'이라고 이름지어진 그 완벽하고 작은 마을. 결국 약물들로 인해 내 기억력이 나빠져 갔고 흐려진 추억들은 하얗게 지워져 창백하게 칠해진 정신병동 벽에 스며들어 갔다. 끝내 나는 뭐가 진짜고 뭐가 환상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상이라고 판정받고 그곳에서 풀려나자, 나는 다시 사실과 환상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얗게 씻겨나간 실들로 이루어져 곧 찢어질 것만 같은 기억의 천에서 진짜 어릴 적 기억들을 뽑아내어,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각조각 맞춰 나갔다.

    이 이야기는 내가 살려낸 진실의 실들로 짜여진 직물이다.

    내 첫 기억은 다섯 살 때 생일파티를 하던 거다. 마당에 사람이 엄청 많은 걸 보면 온 동네 사람들이 전부 우리집에 온 것처럼 보였다. 그떈 몰랐는데, 진짜로 우리 골목에 온 동네 사람들이 전부 작은 마이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던 것 같다. 거실에 선물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마치 상자와 포장지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몇 시간이고 선물들을 열었고 내 어린 몸과 정신이 점점 피곤해져 갈 때에도 이웃과 친구들의 환한 웃음 덕에 나는 계속 선물을 열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 엄마가 3단 케이크를 먹다 잠든 나를 안고 침대에 눕혀 주었다고 한다. 엄마가 하도 그 얘기를 많이 해서 그것도 내 진짜 기억 중 하나로 자리잡아 버렸다.

    내가 모두와 다르다는 걸 깨달은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찝어 말하긴 힘들지만, 아마 학교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도착하기 전까진 그 학교가 나만을 위해 열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40년 전에 지어진 이후로 한 번도 쓰여지지 않고 방치됐던 것이다.

    모든 것은 새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TV에 나오는 학교들처럼 모든 학교가 그런 건 줄 알았다. 나의 첫번째 선생님 캐시엘 선생님도 교사직은 처음인 것 같았다. 학교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선생님은 우리에게 책을 많이 읽어 줬는데, 대부분 대중 잡지나 백과사전을 읽었다. 우리한텐 너무 수준이 높은 것들 말이다. 나머지 시간엔 우리가 그냥 놀거나 그림을 그리게 해 주었는데, 그녀는 그저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다른 애들도 나와는 달랐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 애들은 이상하고, 진지한 어린애들이었는데 뭔가 내 행동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내가 뭔가를 하면 걔들도 똑같이 하면서 행동하는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어린애처럼 되는 법을 점점 익혀나가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때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와서야 그게 얼마나 이상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눈치챈 게 하나 있다면 우리 학교가 TV에 나오는 학교와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생일이 지날 때마다 나는 학년을 올라갔는데, 내 작은 친구들은 같이 오지 않았다. 매 학년 선생님이 새로 바뀌는 건 정상적이었지만, 학생들은 완전히 다른 애들로 바뀌었다.

    점점 자라면서 나는 다른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도 눈치를 채게 되었다. 한가한 곳이었는데, 작은 마을로써 너무나 완벽한 게 마치 1950년대쯤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방과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밝은 색으로 칠해진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고, 줄줄 흐르는 색색의 아이스크림 콘을 든 채 깔끔한 공원에서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품종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주말에는 우리 골목길의 아빠들이 차가 반짝거리며 빛날 때까지 세차를 했고 마당의 풀과 울타리를 다듬으면 아내가 레몬에이드와 쿠키를 만들어 주었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도 전혀 없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곳은 어딘가 이상한 천국이었고, 나는 1978년의 세상이 전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란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 그 모든 것은 완전히 정상이었다.

    엔젤튼의 저녁은 TV가 차지했다. 집집마다 가족들은 비슷하게 생긴 거실에 모여 지역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프로그램들을 시청했다. 채널은 두 개밖에 없었는데, 둘 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방식만 다르게 바꿔서 방영했다.  대충 아이 러브 루시, 위험한 데니스, 마이 리틀 마지 그리고 비버에게 맡기세요 정도였다. TV를 보는 시간은 그 마을에선 거의 신성시되었는데, TV기술이 발달될 때마다 트럭이 길마다 들어서서 최신 컬러 TV와 리모콘 세트를 배달해 주었다. 그 배달일에만 나는 엔젤튼 바깥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물건들은 모두 뮤리엘의 백화점이나 웜우드의 식료품점에서 공급이 되고 있었다.

    나는 물론 마을 바깥의 세상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내 나이의 어린 애들이 보통 그렇듯 - 물론 우리 학교의 애들은 빼고 - 나는 호기심이 많았고, 물어볼 것도 많았다. 당시 우리 담임 선생님이었던 모노리 선생님은 처음엔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특히 더 꾸준하고 집착적으로 질문을 하면서 대답할 수 없어 주저하는 선생님을 유치하게 몰아붙였을 때, 나는 처음으로 엔젤튼 사람들의 진짜 정체에 대해 조금이나마 진실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아이젠하워가 아직도 대통령일 수 있어요?" 나는 당당하고 고집스럽게 물었다. "대통령은 8년 이상 같은 사람이 일할 수 없는 거잖아요 - 집에 있는 백과사전에 그렇게 써 있었어요, 제가 찾아봤단 말이에요!"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이탈리아 악센트를 가진 모로니 선생님은 고개를 젓더니 내 책상 쪽으로 몇 걸음 걸어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네 백과사전이 틀렸어."

    "하지만 그럴 리가 없어요. 캐시엘 선생님은 백과사전에 나온 건 다 진짜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것만 빼고는 다 맞아." 선생님이 으르렁댔다. 익숙하지 않은 깊은 목소리 때문에 팔의 털이 바짝 곤두서는 것 같았다.

    "거짓말 하시는 것 같은데요." 나는 이제 더 용감해져서, 그 느낌과 상황에 이상한 흥분을 느끼며 말했다. "제 생각에 선생님은 그냥 멍청한 거짓말쟁이 늙은이고,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

    다른 애들이 전부 날 쳐다보는 걸 느꼈지만, 지금에서야 걔들이 모두 일어섰다는 게 생각난다. 그리고 모로니 선생님은 더 이상 키 작고 친근해 보이는 멍청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 책상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선생님은 갑자기 커다랗고 위협적으로 보였고 이목구비는 이국적인 나무로 조각한 것처럼 보였다. 

    "왜 이렇게 구는 거지?" 그가 주먹을 꽉 쥐고 내 책상 위를 누른 채 으르렁거렸다. "왜 보통의 어린애처럼 굴지 않는 거냐고?"

    내가 너무 나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울지 마!" 선생이 쉬익거렸는데 입술이 뭔가 이상했다.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우는 거 멈춰, 당장!"

    그의 명령조가 내 머릿속 어딘가를 건드린 것 같았고, 내 뇌는 공포로 가득 차 팔다리를 마비시켰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게 흘렀고, 쿨쩍대는 듣기 싫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나왔다. 그 동물적인 소리는 선생을 더 화나게 만들 뿐이었다.

    모로니 선생의 주먹에 의해 나무 책상은 갈라지기 시작했고 갑자기 그가 변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나는 그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었다. 다른 무언가였다고. 흰색과 금색의 생명체였는데, 이빨은 전부 초승달 모양의 송곳니에 눈은 창백했고, 어깨에서 팔이 아닌 무언가가 찢어져 나온 형상이 보였다.

    "그만하라고!" 그것이 울부짖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내 귓속에 천 개의 트럼펫 소리처럼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는 공포로 마비된 상태에서 방광의 자제력을 잃었고, 그의 말대로 울음은 멈추게 되었다.

    그 후로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엔젤튼의 누구에게도 바깥 세상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원초적 본능이 그 힘을 가진 사람은 그 선생만이 아닐 것이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조심스레 가꾸어진 미소와 무해한 성품 속에 그 무서운 것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었다. 순한 담임 선생님이 변해 버렸던, 주체할 수 없는 분노 속에 잠깐 비추어진 그 무시무시한 것이 말이다.

    나는 괴물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건 폭풍우 속에서 헛간의 문을 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번 열면 다시 닫을 방법이 없었다. 진실의 회오리바람은 밀어붙이기엔 너무 강력했다. 이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모든 것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풀려났다. 우리 마을이 얼마나 이상한지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던 거다. 다들 그렇게 사랑하는 TV프로그램들을 얼마나 완벽하게 따라하고 있었는지.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 환상이라고 정말 절실히 믿고 싶었지만, 주변에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무시하기는 불가능했다. 내가 혼자 있게 되는 시간들, 엄마가 빨래를 널고 있고 아빠가 차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 잠깐의 시간들에, 나는 TV를 엔젤튼 바깥의 주파수로 맞추는 방법을 배웠다. 화면은 지직거렸고 잡음도 심했지만, 나는 내가 살던 곳이 그저 이상할 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완전히 돌아버린 곳이었다.

    나의 곤두선 귀와 눈으로 본 곳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시대에 있었다. 바깥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단 말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격리된 채 살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로니 선생님이 변해 버린 그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단 한 가지의 행동 - 나는 마을의 끝자락까지 가 그곳을 탈출해야 했다. 바깥 세상을 직접 봐야만 했다. 나는 보자기에 음식을 싸서 막대기에 묶었다. 책과 TV에서 본 애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도망갈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을을 둘러싼 낮은 돌벽까지는 꽤 걸어야 했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치즈 샌드위치를 먹고 레몬에이드 반 병을 마신 후였다.

    돌벽은 희한하게 생긴, 분필같은 하얀 돌로 되어 있었고, 그저 30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왜 만들어 놨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 경계선 표시밖에는 되지 않았다. 작은 어린애도 쉽게 그곳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이상하게도 좋지 않은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뱃속이 무겁고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얼음물을 너무 빨리 벌컥벌컥 마셔 버린 것처럼.

    이러면 안 돼, 하고 속마음이 나에게 경고했다. 이건 잘못된 행동이야.

    하지만 나는 고집이 셌고,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었고, 이제 돌아갈 수 없었다. TV에 나오는 애들은 멍청한 속마음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얀 경계 위로 다리를 올리자, 마치 깃털로 건드리는 듯 기분좋은 간지러움이 살에 느껴졌고, 다른 쪽 발까지 바깥쪽 땅에 닿자마자 나는 내가 거기서 뭘 하는 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보자기 꾸러미를 어깨에 매고 있는지. 내 뒤에 남겨진 것은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아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급격히 사라지는 기억들을 뒤로 하고, 진짜 세상으로 말이다.

    엄마가 엔젤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울타리 밑에서 잠든 나를 찾아서 침대로 다시 데려왔다. 깨어났을 땐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잠겨 버린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기까지 오랜 혼란에 빠져 있었다.

    "너 정말 끔찍한 일을 했어." 엄마가 아빠와 함께 침대 곁에 서서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끔찍하고도 무서운 일이야." 나는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실망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마음이 저려왔다.

    "하지만 이해가 안 돼요!"

    아빠는 화가 나 보였는데, 나한테가 아니라 엄마한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얘는 기적의 아이가 아니야. 얘는 우리 사이에서 태어난 애가 아니지, 어? 얘가 우리 아이라면, 방어막이 얘 기억을 지우지 않았을 거야. 잊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짜 감정 때문에 엄마의 완벽한 30살 얼굴은 일그러졌고 볼에는 눈물자국이 자리잡았다. 나는 엄마가 우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교실에서 내가 운 것 빼고는 그 누구도 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이가 갖고 싶었을 뿐이야!" 엄마가 울부짖었다. "나는 진짜 엄마가 되어서 진짜 아이를 기르는 것이 뭔지 알고 싶었다고. 그러는 척이 아니라."

    엄마는 마지막 문장을 독이 든 쓰디쓴 물약처럼 내뱉었다.

    아빠는 엄마의 진정한 모습에 불안해진 듯 한 걸음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아빠의 움직임은 뻣뻣했고 눈은 마치 마스크를 쓴 배우가 구멍 사이로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시장님한테 말해 뒀어." 아빠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이 금방 와서 너랑 이 애를 데려갈 거다."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운 채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뱃속엔 배배 꼬인 공포가 자리잡았고 방광은 나를 다시 부끄럽게 만들 거라고 위협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엄마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더니 피부 위의 축축한 반짝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는 둘 다 파괴될 거다. 얘는 경계를 넘으면서 마을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어. 너희의 냄새는 세라프와 타락한 이가 둘 다 맡을 수 있는 바람에 실릴 거다."

    위협을 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그 단어들 자체가 뭘 의미하는지 나는 전혀 몰랐다. 이 마을에서는 아무도 기도를 하지 않았다. 신이란 건 우리 생활에 존재하지 않았단 말이다. 예쁜 교회가 하나 있긴 했는데 - TV에도 교회가 나왔으니까 - 그냥 빵 시장이나 연극 같은 것만 진행될 뿐이었다. 누가 기도를 하거나 설교를 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엄마?" 나는 슬픈 목소리로 애원하듯 불렀다. 인간 어린이들이 다들 그렇듯이.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우리 엄마였다. 그녀의 웃음은 따뜻하고, 진실되고, 사랑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녀가 나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믿었다. 마을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비뚤어진 생존 게임 속에서 연극을 하며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고 해도, 이 여자 한 명, 이 천사 한 명만은 진심으로 어린 남자아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타락함과 동시에 날아올랐던 것이다.

    그리곤 그녀는 흰색과 금색의 흐릿한 형상으로 변했고 2미터가 넘는 날개로 내 방을 꽉 채운 채 아빠를 찢어발겼다. 그녀는 아빠의 피부를 찢고 가슴뼈 속으로 파고들어갔고, 내 방의 카우보이와 인디언 무늬 벽지는 금색 이코르 (*신들의 피)로 뒤덮였다.

    우리는 멀리 가지 못했다. 마을을 둘러싼 돌벽을 보기도 전에 우리를 가로막는 자들이 나타났다. 사람 행세를 하는 것들이 전부 마을을 뛰쳐나와, 하얀 날개들이 집들과 들판 위를 몰아쳤고 황금과 석고로 된 얼굴들이 맹수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우리를 쫓아왔다.

    차라리 우리가 그것들 계획대로 잡혀서 죽임당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차라리 바람이 마을의 적에게 우리를 넘겨주기 전에 그들이 우리의 냄새를 전부 맡아 버렸으면 좋았을 뻔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검은 깃털들이 비처럼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깃털 하나하나가 내 팔보다 길었다. 나의 아름답고 끔찍한 어머니는 천사의 팔로 나를 감싸안고 커다란 날개를 내 주위로 접어내려, 우리에게 닥쳐오는 혼돈에게서 나를 보호했다. 내가 본 것은 얼마 안 되지만, 나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목관과 금관 악기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들 같은 목소리들이 공기 중에서 부딫히며 싸웠고, 부서지는 뼛소리와 찢겨나가는 살의 소리들이 성서 속의 불협화음을 이루는 타악기의 소리들처럼 우리 주변을 둘러쌌다. 나는 어머니가 수많은 타격을 견디며 떠는 것을 느꼈고, 굳건한 걸음이 비틀거리는 것이 느껴지면서 황금빛 피가 흘러내려 날갯 속을 채워 갔다.

    그리고, 갑자기 시작됐던 것처럼, 그것은 순간 끝나 있었다.

    엔젤튼의 시민들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았다. 천국과 지옥의 분노에 의해 그저 금색으로 뒤덮인 깃털들의 짓뭉게진 무더기들로 남겨졌을 뿐이었다. 그 두 개의 틀 바깥에서 존재하려 했던 죄로 인해서.

    하지만 나의 존재는 잊혀졌다. 나는 그 둘 중 어디에도 진짜로 속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해가 뜨고 시체들이 하얀 재로 변했을 때, 어둠과 빛의 주인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나는 한때 엔젤튼이 있었던, 먼지만 남은 텅 빈 들판에서 혼자 휘청대며 걸었다.



     


    나는 며칠 후에야 수분 부족에 정신이 오락가락한 채로 발견되었다. 옆 마을에 운전해 가던 농부에게. 담요에 싸인 채로 경찰서로 보내져, 나는 보안관의 사무실에 앉아서 코카콜라 한 캔을 마시며 나한테 생긴 일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들은 내가 심각하게 아프다고 여겼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이다. 결국 나는 도시의 병원으로 보내졌고 나의 고통스러운 정신이 안개에 싸인 평정을 찾을 때까지 현대 약물을 듬뿍 처방받았다.

    참 이상했다. 내가 좀 나아져서 다른 환자들이나 방문자들이랑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자기가 엔젤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거기가 어딘지, 언제 가 봤는지 얘기할 수 있던 사람은 전혀 없었고, 그 얘기를 1분 이상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곳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병동에서 몇 주고 몇 달이고 있다 보니, 나도 점점 그곳에 대해 잊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다시 가 본 적은 있다. 그곳이 있어야 할 자리 말이다. 지도 위로 경계선을 그려 보았지만, 그저 넓디넓은 경지밖에 찾지 못했다. 전부 보통 사람들이 소유한 땅이었다. 마치 지구의 표면 자체가 꽉 조여져서 그 마을이 있던 빈 곳을 채우고 그곳에 대해 완전히 지워버린 것 같았다.

    그곳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천상계의 전쟁으로부터 남은 유적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천사들 사이의 평화주의자들로부터 만들어진 숨겨진 장소. 신과 그의 아이들이 찾을 수 없는 곳. 천사들조차 그저 존재하기만을 위해 노력하는 곳.

    하지만 그것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다른 모든 이보다 더 인간적으로 되고 싶어하던 단 한 명의 천사 때문에. 배달원의 아이를 낚아챈 그 한 명의 천사 때문에. 기적의 아이를 낳았다고, 생명이 없고 메마른 사람들 속에 힘과 희망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아이를낳았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천사 때문에.

    하지만 나는 기적의 아이가 아니다. 나는 천국과 지옥이 진짜라는 걸 한 치의 의심 없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전혀 평화를 찾지 못했다.

    나는 그 두 세계 중 어디가 내가 쉴 곳이 될지 모른다. 그 둘 중 내가 갈 자격이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내 영혼이 어디로 묶였든간에, 나는 이 끔찍한 세상 속 상상도 못할 결과를 알면서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단 하나의 존재, 우리 어머니를 죽인 것들과 함께 영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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