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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내가 알 수 없는 것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9. 3. 19. 04:00

    원출처




    지금은 1918년.


    여기로부터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독일 미사일의 파편이 바위 하나를 격타했다. 파편은 엄청난 힘으로 튕겨나가 어떤 이의 배를 완전히 뚫고 나간 후 또 다른 이의 팔을 뚫고 지나갔다. 파편은 결국 가속도를 잃어 세 번째 사람의 턱에 맞았을 때는 거기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첫번째 사람은 죽었다. 나머지 둘은 이곳에 곧 도착할 것이다.


    내가 시무스에게 이걸 알려주자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안단 말야," 그가 말한다.


    그의 말이 맞다. 그건 알 길이 없지. 하지만 알고 있다.


    그 두 사람이 몇 시간 후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한 명은 팔 하나가 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금속 파편이 왼쪽 귀 밑의 뼈에 단단히 박힌 채였다. 시무스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가 말해준 이야기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디스," 그가 턱에 금속이 박힌 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 사람."


    그에게 마취 마스크를 씌우는 일은 어려웠다. 금속이 걸려서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군인은 방 저쪽에서 혼잣말을 하며 팔의 남은 부분을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는 안정적이었지만, 미사일 폭탄의 충격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내장" 이나 "쏟아지는" 같은 말들이 들려왔지만 좀더 자세히 듣기는 싫었다.


    내 아래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는 군인은 말을 할 수가 없었지만, 울고 있었다. 그는 꺼억대는 훌쩍임과 함께 온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침의 거품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두려워할 것 없어요." 내가 그에게 말했다. 마스크 위로 똑 똑 똑 떨어지는 클로로폼을 쳐다보며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아프게 할게요."


    그의 눈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우리가 원하0는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눈 속에 비쳤다: 따뜻한 것, 안전해지는 것, 그리고 집에 가는 것.


    나는 열부터 거꾸로 숫자를 세어 내려갔고, 그는 내 목소리에 맞춰 눈을 깜빡였다.


    십, 구, 팔..... 그리고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칠, 육, 오.... 눈꺼풀이 내 목소리보다 박자가 늦춰지기 시작했다. 사, 삼, 이, 일... 눈꺼풀이 닫혔다.


    나는 클로로폼 마스크를 에테르 마스크로 바꾸었고, 시무스는 작업에 들어갔다.


    회복실 텐트에서는 누군가가 내일 다시 전장에 보내질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알고 있는 일이다. 회복실 담당은 아이다라는 간호사가 맡고 있다. 그녀가 내가 그 일을 알게 된 이유다. 아이다가 내게 말해주었다. 아니, 오늘 밤 말해 줄 거다. 눈물을 흘리면서.


    "그 사람 총 뺏어." 나는 크게 말했지만 시무스는 내 말을 듣지 못했다. 상관없다. 그에게 말한 게 아니니까. 누구한테 말한 건지 모르겠다.


    회복실의 군인은 아이다에게 산책을 좀 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그녀에게 자신을 잘 돌봐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한다. 그녀는 걸어가는 군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 사람 총 뺏어, 총 뺏으라고!" 이젠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젠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시무스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가만히 있어야 해." 그에게 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면 안 돼."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저 지금 하는 작업에 집중할 뿐이다.


    우리 병원의 캔버스 천으로 된 벽 밖으로 부츠가 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스크 위로 에테르가 고이고 있다. 밖에 있는 군인에게 달려가서 그를 멈추고 싶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 시무스. 제발 움직이지 마."


    하지만 소용없다.


    ​총성은 가까운 곳에서 커다랗게 울려퍼졌고, 시무스는 깜짝 놀란다. 내 가슴에는 핏줄기가 흩뿌려지고 나는 눈에 피가 들어가지 않게 재빨리 고개를 돌릴 수 있을 뿐이었다.


    "젠장할!" 시무스는 찢어진 동맥을 조이려고 하지만, 금속 파편이 혈관을 완전히 잘라 놓았다.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것도 알아선 안 되지만 알고 있었다. 피가 잦아들고, 에테르의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래도 그거라도 도울 수 있었다. 그래도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


    밖에서는 아이다가 스스로 자신에게 총을 쏜 사람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가 그런 짓을 할지 전혀 몰랐다. 어떻게 그걸 예상했겠는가?


    아무도 알 수 없었을 일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후, 혼돈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나는 시무스에게 최대한 진하게 탄 차를 한 잔 가져다 주었다. 시무스는 울고 있었지만, 나에게 그걸 보이진 않았다. 시무스와 나의 손톱 밑에는 피가 끼어 있었다.


    우리는 이곳 현장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벌써 몇 년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시무스는 내 손에 키스를 한다. 의사는 간호사들과 사귀어서는 안 되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절대 허락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신경을 끈 지 오래다. 나는 그의 손 사이에 내 손가락을 끼워넣었다.


    시무스와 나는 사실 서로를 잘 모른다. 우리는 그저 전쟁이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우리는 상황을 바꾸고 싶다. 시무스는 나를 블라니


    우리를 풀에 뉘여

    가족에게로 데려가고

    그대로 나를 두고 가네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살로니카


    나는 저 노래를 모른다.


    시무스는 나를 블라니 성으로 데려가서 블라니 스톤에 키스하도록 해 주고 싶어한다.


    "효과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가 말한다. "당신은 이미 아주 예쁘게 말을 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블라니 성에 가지 못할 거다. 같이는 못 갈 거다. 시무스는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내 곁을 떠날 것이다.


    ​내가 그걸 알 수는 없어. 그걸 어떻게 알겠어.


    하지만 그는 떠날 것이다. 그는 숨을 쉬려고 발버둥칠 것이고, 손끝은 파래질 것이고, 얼굴은


    그런 건 생각하기 싫어!


    나는 그의 손을 내 손 안에 꽉 움켜쥐었다. 그는 따뜻하고, 살아 있다. 그가 여기서 죽을지 나는 모른다. 알기를 거부한다.


    "당신은 저 노래 들은 적 없지," 그가 내게 말하자, 나는 살로니카에 대한 그 노래를 지금까지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맞다. 지금 코르크에서 여자들이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나는 그걸 알 수가 없다.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어야 한다. 그곳에 가서 시무스의 어머니를 만나, 그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말해 주고,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 줄 때


    그만해, 이디스.


    시무스가 내 얼굴을 바라보는데, 그의 눈이 어두웠다. 원래 저랬었나?


    "안 좋은 것이 다가오고 있어."


    누군가 전장으로부터 들것에 실려 온다.


    그들이 병원 안으로 데려온 것은, 죽음 그 자체였다. 그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저 해골이 웃음 지으며 내가 사랑하는 것을 모두 앗아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뼈는 유니폼 천 아래에서 삐걱이며 흔들렸고 그들은 그게 기침 가래 소리라고 했다.


    "가스를 들이마셨습니다." 그들이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가스를 들이마신 게 아니예요! 이 사람은 병에 걸렸어요. 여기에 데려오지 마세요! 저기로 데려가요! 저기로!" 나는 병동 텐트를 향해 손을 마구 흔들었지만 내가 가리키는 것을 그들은 보지 못했다. 내 말을 듣지 못했다.


    어차피 소용없을 거다. 천쪼가리가 가리고 있다고, 몇백미터 떨어져 있다고 죽음을 몰아낼 수는 없을 거다. 죽음은 때가 되면 병동에 닿을 것이고, 회복실에도,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있는 구역까지 퍼질 것이다. 시간이 되면 다 거쳐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곳, 수술실에 있는 우리를 먼저 덮쳐올 것이다. 


    내 눈 앞에서 그의 살이 다시 차오르고 그는 어느새 그저 남자아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남자아이는 끓는 열에 빨개진 눈을 하고 숨을 쉬려고 들썩이고 있었다. 이미 볼의 혈색이 흐려져 가고 있었고, 회색이 된 손가락 끝을 내 손 쪽으로 뻗고 있었다. 그 애가 기침을 하자 거품 섞인 희뿌연 피가 입술과 코 언저리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어떻게 달리 할 방법이 없다. 죽음조차도 자신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악몽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폐는 액체로 차오르고 있었다. 폐의 이상은 클로린 가스의 영향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정말 가스 때문에 이런 건지는 몰랐다. 하지만 내가 뭘 말하든, 어떻게 하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


    시무스는 늑막 부위의 액체를 비워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려 했다.


    클로로폼 마취를 진행하는데 손이 떨려 왔다. 내가 분명 알 수 있는 것 하나가 있다: 마취제를 들이마실 수 없으면 마취가 되지 않는다. 아이의 정신은 부서진 전등처럼 깜빡이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어둠 속으로 잠식되지는 않는다. 그의 눈꺼풀은 경련을 일으켰지만, 완전히 닫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무스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무스가 살을 뚫고 들어간다. 피부는 쉽게 찢어지고, 그 안에 있는 근육 속까지 파고들어간다.


    나는 울고 있지만, 다시금 움직일 수가 없다.



    "시무스, 제발 하지 마. 제발, 제발 그만해. 마취가 되지 않을 거야, 될 수가 없다고."


    갈비뼈가 피에 젖은 채로 나온다. 안에 든 폐는 무겁고 어둡다. 나의 떨리는 손 아래, 마취 마스크 아래로, 아이는 혼절할 듯이 고통의 신음을 낸다.


    "제발, 시무스. 내가 빌고 있잖아! 얘 아직 움직일 수 있다고!"


    시무스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못 들을 것이다.


    바늘이 들어가면 아이가 깨어날지 나는 알 수가 없지만, 알고 있다.


    바늘이 들어가고 아이가 깨어난다.


    ​아이가 깨어나고 폐를 누르고 있던 커다란 압박이 바늘을 통해 공기 중으로 풀려나 버린다. 핏빛의 얇은 고름이 시무스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제 죽음이 시무스의 손을 잡아챈 것을 나는 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는 울먹이고, 시무스는 드디어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눈 주변의 핏빛 액체를 닦아내었다. 이제 시무스도 그게 가스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계속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죽게 둘 수 없었던 거다.


    "진정해, 이디스. 아직 아이가 죽지 않았어."


    그의 말이 맞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아이는 수술을 살아남고, 딱 하루를 더 살게 된다.


    시무스는 6일을 더 살게 된다.


    ​그는 손톱 밑에 피가 낀 채로 내 손을 잡는다.


    그는 이제 아프지만, 그저 여러 병자들 하나일 뿐이다. 아무도 그들의 폐를 비워주려 하지 않는다. 아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우린 병자들에게 위스키와 물을 주고 담요로 감싸주며 죽기만을 기다린다.


    시무스는 이제 죽어가고 있다.


    익사하고 있다. 눈이 빨갛게 튀어나올 듯 부어오른다. 코피가 몇 시간째 난다. 그가 머리를 받치고 있는 베개에는 핏덩이가 엉겨붙어 있다. 가슴팍과 목은 그의 무겁고 피로 가득한 폐에 갇힌 공기방울들이 새어나오는 소리로 켁켁거린다.


    시무스의 얼굴은 검게 부었다.


    그는 기침을 하다 멈추곤 내 피부 속으로 손톱을 박아넣지만, 나는 밀어내지 않는다. 그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빌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모든 게 결국 끝났을 때, 그의 손은 아직 내 손 안에 있었고, 그는 아직 따뜻했지만 살아있지는 않았다.



    "이디스...이디스..."


    그의 손은 아직 내 손 안에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그의 손이 아니었다. 한 여자의 손이었다. 그녀는 살아 있었고, 나보다 몇 살 어렸는데, 내 여동생처럼 생겼다.


    "메리앤?"


    하지만 그녀는 내 동생 메리앤이 아니다. 메리앤은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나보다 겨우 몇 살 어린 게 아니다. 아주 나이가 많았다. 그녀가 잡고 있는 손은 주름지고 늙었다. 내 손이었다.


    "아뇨, 이디스 할머니. 저예요, 수잔나."


    라디오에서 스코틀랜드인이 먼 곳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처음엔 살로니카에 대한 노래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이탈리아에 대한 노래였다.


    벽에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거기엔 내가 있었다. 나이를 먹은 나. 아니, 어린 나. 나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있고, 내 옆의 남자는 시무스가 아니다. 시무스는 우리가 블라니에 갈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그 남자의 이름은 로버트였다. 그는 신사다우면서 다정했고, 내가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때에도 나는 결국 그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로버트도 이제는 내 곁에 없다.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는 나이가 많았고, 좋은 인생을 살다 갔으며, 아프지는 않게 떠났다. 그래도 아프지는 않았다.


    "이디스 할머니, 다시 무서운 곳에 갔다 왔어요?"


    나는 울고 있다. 계속 울고 있었다. 떨고 있다. 나는 무서웠지만, 이제 공포가 수그러들고 있다.


    수잔나도 기억난다. 내가 수잔나를 사랑하는 것도 기억난다.


    "응, 얘야, 갔다 왔단다." 나이가 들어서 목소리가 갈라지지만, 내 목소리인 건 알았다. "내가 거기에 자주 가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너무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녀가 날 보며 마음이 아픈 만큼 나도 그녀를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렴. 이제 난 돌아왔단다. 잠깐이지만. 슬퍼하지 말렴."


    지금은 1972년.


    나는 늙었고, 내 정신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런데 내 정신이 자꾸만 돌아가는 곳은 1918년의 그 지옥인 것 같다. 나는 그곳에 가기 싫지만, 가고야 만다. 그리고 매번 처음의 그 순간처럼 끔찍하다.


    하지만 그만큼 매번 수잔나는 내 손을 잡고 내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나를 다시 데려와 준다. 나는 그녀가 내게 해 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었으면 하지만, 그녀는 알 길이 없다. 내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씀으로써, 그녀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지금은 1918년.


    여기로부터 4마일쯤 떨어진 곳의 전장에서, 독일군의 미사일이 바위를 격타했고, 나는 이 일을 알 수 없을 때에 이미 이 일을 알고 있다.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닥칠 거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게 시무스와 다른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거라는 걸 아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이미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을 때에 이 모든 것을 바꾸려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아무 힘이 없고 두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알고 있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앞으로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 왜냐하면 수잔나가 내 손을 잡고 다시 날 데려와 주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안전해질 것이고 다시 따뜻해질 것이니까. 그 순간만큼은, 나는 우리 집에 돌아와 있을 것이니까.


    나는 이것을 알고 있고, 내가 알 수 없을 때에도 항상 알고 있을 것이다.


    ***


    이 편지를 엄마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기록장에서 찾았어요. 우리 증조할머니 이디스가 엄마를 위해 써 준 거라고 해요. 저는 이디스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거든요.


    엄마도 지금 상태가 많이 좋지 못하세요. 집안 유전인가 봐요. 때가 되면, 저도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다행히도 엄마는 이디스 할머니가 겪어낸 것들을 경험하지는 않으셨어요. 엄마는 50년이 넘도록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고 있자면 우리도 이디스 할머니가 보고 살아온 그 시대와 비슷한 상황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에 이 글을 공유하는 이유는 그런 생각을 하면 무서워지기 때문이에요. 정말 끔찍하게 무서워서, 이걸 혼자만 알고 있기 싫어요.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것들이 가끔은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손을 뻗어, 제가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이 나의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든 견뎌나갈 수 있을 거예요. 시도하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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