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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1]
    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2019. 3. 25. 22:00

    원출처




    내 이름은 릴리 매드윕이야. 나한테는 일어날 일들이 미리 보여.


    "뭘 봐, 멍청아."

    우리 오빠 로저야. 로저는 일어날 일을 미리 보지 않아. 어떻게 아냐면, 만약 로저가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줄 알았다면 지금 당장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았을 거거든. 그치만 혹시 모르지, 사실은 미리 볼 수 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은 자기한테 일어날 일만 볼 수 없는 걸지도 몰라. 나도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거든. 내가 아는 거라곤, 로저가 3분 안에 죽을 거라는 거야.

    "오빠 좀 있음 죽어." 내가 말해 줬어.

    "너 지금 협박하냐?" 로저가 날카롭게 말해. 로저는 나보다 여섯 살이 많아.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스키터랑 더스틴이라는 절친이 있어. 걔들은 소매가 없고 헤비메탈 밴드 이름이 써 있는 셔츠를 입는 걸 좋아해. 가끔 오빠랑 친구들은 차고에서 그런 밴드처럼 음악을 연주하려고 하는데 아빠가 가서 그만하라고 소리질러. 로저 오빠 장례식에서는 걔들도 넥타이랑 자켓을 입고 머리도 빗고 올 거야. 그 다음부터는 걔들을 볼 일이 없을 건데, 그건 좋아. 나는 로저가 우리 오빠니까 좋아하지만, 로저가 사라진다면 모든 게 좀더 나아질 거야. 미안, 로저 오빠.

    "아니야,"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어. "그냥 경고해주려고 하는 거야. 난 오빠 사랑해."

    "닥쳐, 이상한 게!" 로저는 내 어깨를 쳤고 나는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울어야 될 것 같아서 울어. 엄마는 앞좌석에서 목을 돌려 우리를 쳐다보며 우리를 낳은 걸 후회하는 표정을 지어. 엄마가 정말 후회하진 않는다는 걸 알지만, 모든 부모는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잖아. 내가 애들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디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 생각까지 읽을 줄 아는 건 아냐. 그냥 그런 것들을 알 뿐이지.

    "너네 둘 조용히 안 할래?" 엄마가 물어. 정말 질문하는 건 아니고, 명령하는 거야. 어른들은 질문의 형식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 만약 아이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통하지 않을 거야. 내가 한 번 로저한테 내 인형 파스을 달라는 명령을 하려고 질문을 했는데, 로저는 나를 비웃고는 파스의 머리를 떼어내 버렸어. 엄마가 다시 붙이려고 했지만, 엄마는 장난감 고치기에는 소질이 없어서 파스 머리는 이제 좀 비뚤어졌어. 엄마한텐 괜찮다고 했어. 개성있어졌다면서.

    엄마랑 아빠는 내가 인형한테 파스이란 이름을 붙여 줬다고 이상하게 생각해. 왜 그런진 모르겠어. 파스은 천사의 이름이잖아. 사람들은 다들 인형 이름이 가브리엘이나 미카엘이나 라일라일때는 이상하게 안 여기면서, 유리엘이나 가브릴이나 파스이라고 지으면 웃긴 표정으로 쳐다봐.

    나는 팔로 파스을 감싸안고는 차 앞유리 밖을 쳐다봐. "1마일 앞 휴게소" 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작은 글씨로 밑에 "다음 휴게소: 46마일" 이라고 써 있어. 아빠가 운전하는 속도를 봐서,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 같아.

    "휴게소 있다!" 아빠가 말해. "화장실 갈 사람 있어?"

    몇 시간 전에 맥도날드에 멈춰서 치즈버거랑 감자튀김이랑 스프라이트 한 캔을 사먹었어. 햄버거랑 감자튀김은 다 못 먹고 남겼는데, 차멀미를 해서 스프라이트는 다 마셨어. 그걸 마시면 속이 편해지거든. 이제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는데, 여기는 로저가 죽을 곳이기 때문에 그냥 거짓말을 해. "전 안 갈래요." 마렵다고 생각을 하면 더 마려운 것 같아. 이제 다리를 꼬고 앉아.

    로저가 눈치를 채. "릴리 화장실 가고 싶어해요! 여기서 배배 꼬고 있다고요! 저한테 오줌 싸면 어떡해요!" 로저는 더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누군가의 오줌을 맞는다는 거에 대해 혐오감을 표시하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난 지금 로저의 목숨을 구하려고 하고 있단 말이야.

    엄마가 뒤를 돌아보고 나는 고개를 저어. "릴리, 화장실 가고 싶으면--"

    "안 가도 된다니까요."

    "쟤 가고 싶어해요! 저도 가고 싶고요!" 로저가 선언을 해.

    내 생각에 로저는 진짜 가고 싶은 게 아닌 것 같아.

    아빠는 휴게소 진입로의 가속방지턱으로 방향을 돌리며 우리의 말싸움을 끝내 버려. 두 개로 구분된 차선이 있어: 커다란 트럭을 위한 차선과 작은 차들을 위한 차선. 우리가 탄 스테이션 왜건은 두 번째 차선을 타고 언덕을 올라가서 주차장에 가. 거기에는 기념 명판이 붙은 받침대 위에 커다란 돌이 올려져 있는데 죽은 사람들 이름이 써 있어. 유리로 둘러싸인 빌딩 안팎으로 다른 가족들이 들어가고 나와.

    가장 가까운 병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궁금하네.

    "다들 내려!" 아빠가 선언해.

    "릴리, 얼른 가자." 엄마가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면서 말해.

    로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며 웃어 봐. 로저도 나를 쳐다봐. 순간이지만, 로저의 눈빛 속에 뭔가 알아차린 듯한 느낌이 있었어. 혹시 로저가 문을 닫고 차 안에 있기로 할지도 몰라. 그치만 로저는 날 보고 콧방귀를 꼈고 그 순간은 사라져 버렸어. "그만 쳐다봐, 멍청아!"

    "로저, 예쁜 말 써야지." 아빠가 신경도 안 쓴다는 톤으로 말해. 하지만 엄마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신경쓰는 척 해야 해.

    우리는 모두 내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주차장을 걸어가. 난 애기도 아닌데. 나는 자꾸 로저와 아빠를 돌아보며 그 일이 일어나길 기다려. 로저는 죽을 거야. 그것만 알아. 어떻게 죽을지는 몰라. 그 커다란 돌이 받침대에서 떨어져서 신발에 밟힌 개미처럼 로저를 깔아뭉갤지도 몰라. 나도 개미를 밟은 적이 있어. 항상 미안하다곤 하는데, 무슨 소용이겠어. 개미가 밟힐 때처럼 로저 내장도 다 짓이겨질까 궁금해.

    돌은 로저를 뭉개지 않아.

    엄마가 나를 여자 화장실로 데려갔어. 거기는 우리가 볼일을 보는 곳이야. 거기 변기들은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 그런 변기들은 어쩐지 무서워. 내가 앉아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물이 내려가서 나까지 빨려들어갈 것 같아. 나는 볼일을 보지만, 바깥에서 비명과 울부짖음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려. 어쩌면 로저가 자동 변기에 빨려들어갈지도 몰라. 엄마는 그런 걸 보고 시기적절이라고 불러.

    로저는 자동 변기에도 빨려들어가지 않아.

    우리는 밖에 있는 로비에서 만났고 거기엔 안내 데스크가 있고 관광 지도랑 호텔이나 워터파크 브로슈어들이 꽂혀 있는 진열대가 있어. 나는 야외 사파리 동물원에 대한 브로슈어를 보고 싶은데, 아빠는 다시 운전을 하러 가고 싶어해서 엄마가 나를 주차장으로 끌고 가.

    우린 방광을 비운 채로 다시 차에 타. 나는 로저가 죽기로 했던 때가 벌써 십 분은 지났는데 아직도 살아 있어서 헷갈려. 엄마랑 아빠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해. 엄마아빠가 "예측"이라고 부르는 걸 내가 하면 되게 싫어하시거든. 그리고, 내가 만약 드디어 잘못 예측한 거라면 그걸 망치고 싶진 않아. 로저는 나한테 못되게 굴지만, 그래도 우리 오빠니까 사랑해. 나는 파스찰을 안고 주차장에서 나가는 자동차의 창 밖을 쳐다봐.

    갑자기, 파스찰이 내 품에서 낚아채졌어. 나는 깜짝 놀라서 돌아봤는데 로저가 인형을 창 밖으로 꺼내서 흔들어. "야, 멍청아, 니 인형이 날아다닐 수 있는지 한 번 볼까?"

    바로 이 순간이라는 걸 깨닫고,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고 느껴. "지금이 오빠가 죽는 순간이야." 나는 진지하게 로저한테 말해.

    로저의 비웃음이 화난 표정으로 바뀌어. 로저는 파스찰을 놓아 버렸고, 파스찰은 우리 차 바퀴 밑으로 사라져 버려.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안전벨트를 밀어내면서 마치 내가 파스찰을 낚아챌 수 있는 것마냥 몸을 움직여. 엄마는 무슨 일이냐고 크게 물어보면서 돌아봐. 아빠도 돌아보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지르려고 해. 릴리, 그만 소리질러. 로저, 무슨 짓을 해버린 거야.

    로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아빠는 백미러를 통해 자신이 만든 두 개의 큰 실수들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쳐다봐. 엄마는 나랑 로저를 번갈아가며 쳐다봐. 로저는 엄마와 아빠를 순진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내가 먼저 시작했다고 거짓말을 해. 아빠가 평소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도중 우리 중 한 명만이 합쳐지는 차선에서 다가오는 커다란 트럭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로 나야. 로저 쪽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 커다란 바퀴랑 트레일러가 달린 트럭이 우리를 향해 달려내려오는 것이었고 운전자는 나만큼이나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어. 나는 이제 파스찰이 아니라 아빠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라고 하지만 아빠는 아까의 비명과 지금의 것을 구분하지 못했고, 어쨌든 너무 늦었어.

    T본이 뭔지 알아? 나는 스테이크 이름인 줄 알았어. 조지 삼촌이 식당에서 T본 스테이크를 시켰었는데 뼈가 붙어 있는 커다란 고기덩어리가 나왔었어. 그래서 T본이라고 부른대. 뼈도 붙어 있고 T자 모양이라서.

    알고 보니까 T본은 차가 다른 차를 옆에서 박았을 때 나는 사고를 부르는 말도 된대. 왜냐하면 두 차가 T모양을 만들게 되니까. 우리 삼촌이 시켰던 스테이크처럼. 그 커다란 트럭이 우리한테 저지르는 게 바로 그거야. 진입차선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트럭이 우리한테 T본 사고를 내 버려.

    가장 가까운 병원은 23분 떨어져 있어. 그런 숫자는 절대 예측하지 못했을 거야. 로저랑 아빠가 구급차에 실려가. 아빠는 어깨뼈가 빠지고 상처랑 멍이 엄청 들었어. 로저는 보스턴 묘지로 실려가. 로저는 헬리콥터에 실려갔는데, 의식이 없으니,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 거지. 로저는 병원에 가기도 전에 내부 손상으로 죽어. 엄마랑 나는 유리에 찔린 작은 상처들 같은 걸 치료받아. 트럭 운전자는 괜찮지만 이 일 때문에 충격에 빠져 있어. 로저가 죽은 것 때문에 자기 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일은 온전히 로저 잘못이었으니까.

    현장에 있는 응급 요원들 중 하나가 파스찰을 찾아서 나한테 돌려줘. 파스찰은 항상 어떻게든 나한테 돌아와. 응급요원은 인형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더니 이름을 말해주니까 이상한 표정을 지어. 좀 있으면 미들버리라는 곳에 사는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그 사람이 불려갈 거라고 말해주지는 않아. 그런 사소한 것들은 별 소용이 없어. 좀 있으면 엄마랑 아빠가 울면서 껴안고 로저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기 전까지 계속 걱정할 거라는 사실처럼 말야. 그 후면 이제 아빠가 나를 더 멀리할 거야. 사실 속으로는 내 탓을 하고 있거든. (아빠, 나도 다 알아요.) 그리고 엄마는 매일 밤 나를 좀더 꼭 안아줄 거야. 나한텐 그게 다 보이지만,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걸 엄마아빠까지 알 필요는 없어.

    로저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지만, 파스찰은 아니라고 말해. 파스찰 말은 항상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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