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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15년간의 트럭 운전에서 겪은 일 4
    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2018. 12. 26. 00:00

    원출처





    안녕 인터넷 친구들, 드디어 돌아왔네. 5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쓴 얘긴데 너희 중 누군가는 기억을 해주길 바라. 꽤 인기가 있었던지라 더 쓰고 싶었어.


    그치만 너희도 알다시피 인생이 항상 재밌게 흘러가진 못하잖아. 일이 좀 생겨서 이런 걸 쓸 시간이 없었어. 생각도 많이 하고 좀 쉬다가 보니 글을 더 써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에도, 내 고향 유럽에서 생긴 일이야. 정확히 말하면 독일의 바바리아 지역!


    엄청 오래된 일인데도 생각만 하면 무서워지는 일이야. 편안한 트럭 침실에서 글을 쓰는 중인데도 소름이 돋네. 물론 여긴 밤이라 어둡고, 어둠은 항상 무서운 법이지. 내가 장담컨데 어둠이란 정말 심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야.


    나는 있는 거 없는 거 다 보고 살아왔어. 유령, 뱀파이어, 인디언 보존 구역에서 웬디고도 봤고, 근데 이번 건 정말 제일 무서웠던 게 나한테서 몇 센티도 안 되는 곳에 앉아 있었어. 이 글을 쓰면서도 후회가 몰려와.


    한 8년 전이었지, 나이로 치면 난 꽤 젊었어. 재밌게 놀고 먹으며 트럭을 운전하고 다녔는데, 뭐 더 바랄 게 있겠어. 정말 자유로운 인생이었지.


    그때도 겨울이었어. 발칸 지역에서도 늦은 1월의 추위가 공기 중에 맴돌았지. 운송할 게 생겼었는데 아마 나무 팔레트였던 것 같아. 월요일에 운송을 시작했는데, 너무 추워서 겨울을 마구 욕하면서 갔어. 나는 겨울을 애증해 왔어. 뭐 지금도 그래.


    아무튼 도착지는 바바리아의 산지 지역 어딘가였는데, 정확히 어딘진 잘 모르겠어. 유럽은 오래된 곳이라 좀 이상한 것들이 돌아다니곤 해. 미국은 이상한 일들로 따지면 비교도 안 될 정도야. 그런 점에선 유럽을 이길 곳이 없다고. 기분나쁘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너넨 그 사실에 감사해야 해. 미안, 자꾸 딴 길로 새네.


    운전은 잘 되고 있었고 도착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이었어. 유럽 도로라 꽤 구불구불해서 천천히 운전 중이었고. 겨울엔 해가 두세시면 지기 때문에 다섯 시면 완전히 어두워져서, 그때도 어두웠어. 겨울은 그게 싫다니까.


    야생의 언덕길에 혼자 있다 보니 조금 긴장됐어. 그때쯤엔 30분동안 길에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 길엔 불빛도, 집도, 전신주도 없었어. 아무것도. 그저 내 트럭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어둠을 헤쳐나가고 있었어. 한 시간 전에 주유를 하고 밥도 먹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여기서 진이 빠지면 안 되니까.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음악소리에 걸쳐 늑대가 우는 소리도 들렸어. 그 정돈 나한텐 평범한 일이었지.


    네비게이션은 도착지까지 한 시간하고 몇 분 정도 남았다고 말했어. 그땐 밤 열두시 정각이었어. 농담이 아니고, 딱 그때 그 여자를 봤어.


    처음엔 뭔가 허연 것이 멀리서 보였어. 나무에 비닐봉지가 꼈나 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봤어. 가까이 갈수록 점점 크게 보였지. 점점 인간의 형상을 띄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난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젠장, 자꾸 침실 창밖을 쳐다보게 되네. 꽉 찬 트럭 휴게소에 있는데도 긴장돼.


    거기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여자였어. 하얀 실내용 가운을 입은 여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고, 땀을 흘리며 내 직업과 이 장소를 막 욕하기 시작했어. 그리곤 여기서 날 기다리던 이 존재로부터 날 구해달라고 신께 빌기 시작했지.


    시속 50km정도로 천천히 달리고 있었어. 순간 나는 페달을 밟고 빠르게 속도를 올렸어. 시속 90km까지 올렸는데, 트럭이 그 이상으로 빠르게 가진 못했어. 그 여자를 지나치는 순간 나는 눈을 감았어. 눈을 뜨고 나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쳐다봤지.


    그 여자를 지나쳤다는 것에 안도했지만 캡 (운전석이 있는 차체) 안의 공기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어.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 그게 뭔지는 이미 알았던 것 같아.


    나는 조용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어. 하얀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그 여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어. 그녀는 나를 죽은 둣한 눈으로 바라보았어. 그녀의 얼굴 몇몇 군데는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그녀의 가운은 진흙이 묻어 더러운 게 방금 땅에 묻혔던 사람 같았어.


    나는 도로를 보고 있지 않았어. 그녀를 쳐다보면서 이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 여자가 눈을 뜨더니 나한테 손을 뻗으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 나는 눈을 감고 다시 기도를 하며 죽음을 준비했지. 그녀가 독일어로 노래를 하는 동시에 얼음처럼 차가운 손이 나에게 닿는 것이 느껴졌어.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어.


    나는 울기 시작했어. 그래, 울었다고. 울면서 그 여자한테 제발 날 그냥 두라고 소리쳤어.


    갑자기 모든 게 조용해지고 그녀의 손길이 사라졌어. 젖은 눈을 떠 보자 그녀는 감사하게도 거기 없었어. 내 팔뚝에는 손가락 자국이 나 있었는데, 그 세월이 지나고도 아직도 있어.


    나는 뺨을 열 대정도 치고는 어떻게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어. 그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집에 갈 때는 다른 길로 돌아갔지. 다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 눈치챘지만 난 아무한테도 얘기해주지 않았어.


    너네한테 처음으로 얘기해주는 거야.


    지금도 주유소 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일이 또 생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제발 안 그랬으면 해.


    바바리아에 가지 마. 난 다신 안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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