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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아내가 밤에 자꾸 땅을 파
    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7. 1. 3. 01:05
    원출처





    뭐 때문인진 모르지만 밤중에 자다가 깼어. 살짝 몸을 돌렸는데 아내 키미가 옆에 없었어. 난 키미가 욕실에 있거나 물을 마시거나 하는 줄 알았지. 다시 꾸벅꾸벅 몇 번이고 졸다 깼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키미는 돌아오지 않았어. 핸드폰을 보니까 시간은 새벽 3시 51분이었어. 나는 침대에서 나와 티셔츠를 주워입고 침실 밖으로 나갔어. 욕실은 어둡고 아무도 없었어. 다시 어두운 복도를 걸어서, 어두운 부엌으로 들어갔지만 키미는 거기에도 없었어.

    그래서 다시 침실로 들어갔는데 키미가 매일 밤 꼭 갖고 자는 핸드폰이 침대 위에 놓여 있더라고. 더 혼란스럽고 걱정돼서 복도로 다시 나가서 차고랑 연결된 거실로 가 봤는데 키미 차는 차고에 그대로 있었어. 난 거실 불을 켜고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지.

    뒤를 돌아보자, 뒷마당으로 가는 유리문 너머로 바깥에서 움직임이 보였어. 밖을 더 잘 보려고 거실 불을 끄니까, 놀랍게도 키미가 바로 거기 있었어. 거기에 있는 거 자체도 이상했지만 더 이상했던 건 키미가 하고 있던 일이었어. 키미는 땅을 파고 있었어. 언뜻 얼마나 깊은지 잘 안 보이는 구멍 다섯 개가 보였고 키미는 여섯 번째 구멍을 파고 있었어.

    나는 밖으로 나가 키미 이름을 불렀는데 대답은 없었어. 바깥은 추웠어. 진짜 추웠는데, 키미는 잘 때 입는 티셔츠랑 짧은 반바지밖에 안 입고 있었어. 난 다시 천천히 다가가면서 키미 이름을 불렀어. 키미는 내가 없다는 듯이 그저 계속 구멍을 팔 뿐이었어. 나는 그녀 주변을 넓게 빙 돌았어. 키미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랐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뭘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던 거 같아. 내가 마침내 키미 얼굴을 봤을 땐, 척추를 타고 소름이 확 끼쳤어.

    그녀의 눈은 완전히 까뒤집혀 있었어. 흰자밖에 안 보일 정도로. 키미는 내가 본 누구보다도 숨을 깊게 내쉬고 있었어. 마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지쳐 버린 것처럼. 그래도, 그녀는 그저 계속 구멍을 팠어. 나는 다른 구멍들을 한번 살펴봤는데, 그것들은 거의 45센티미터 지름에, 90센티미터 정도의 깊이였어. 안에 뭐가 들어있지도 않았어. 그저 파는 행위 자체를 위해 구멍을 파고 있는 것 같았어.

    내가 다른 구멍들을 보는 동안 키미는 파고 있던 구멍을 다 판 것 같았어, 왜냐면 키미가 이미 판 구멍 중 하나로 다가가서 그걸 다시 채워넣기 시작했거든. 나는 뭘 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물론 대답은 없었지. 난 거기 서서 키미가 자신이 파낸 흙으로 모든 구멍을 다시 채우는 걸 바라봤어. 아무리 노력은 했을지라도 결국 키미는 내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일을 다 마치자 키미는 삽을 집 벽에 기대어 놓고 유리문으로 다시 다가갔어. 나는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뒤따라갔지. 키미는 유리문에 도착하자 갑자기 뒤돌아서 뭔가를 중얼거렸는데 알아듣지는 못했어. 나는 뭐라고 했냐고 물었지만 키미는 그저 집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고 잠궈 버렸어. 난 문을 열어 달라고 세게 두드렸지만 그녀는 그냥 침실로 들어가버렸어.

    나는 집 주변을 돌아가 차고의 도어락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 침실로 뛰어들어가자 키미는 마치 밤새 거기 있던 것처럼 자고 있었어. 대체 내가 뭘 본 건지 정리해 보려고 노력하면서 난 거기 잠시 서 있다가 다시 침대로 올라갔어. 잠깐 누워 있다가 잠들었고, 그 사이 다른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내가 다음 날 아침 다시 일어났을 때 키미는 침대에 없었지만 부엌에서 키미가 핸드폰으로 노래를 켜 놓은 게 들렸어. 난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고 키미는 가스렌지에서 계란을 요리 중이었지. 난 키미 뒤로 걸어가 뺨에 입을 맞췄어. 키미는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며 잘 잤냐고 물었어. 난 일부러 유도하는 식으로 너보단 잘 잤겠지, 하고 대답했어. 키미는 그게 무슨 뜻이냐며 물어왔고 난 지난 밤에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냐고 물었어. 물론 키미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는 키미를 뒷마당으로 데려가서 막 채워진 구멍들을 보여주며 어젯밤 세 시쯤 그녀가 그것들을 팠다고 말했어. 당연히 키미는 날 믿지 않았고 내가 자길 골탕먹인다고 생각했어. 그녀를 설득시키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결국 키미는 내가 말한 대로 자기가 그것들을 팠다는 걸 믿게 됐어. 난 지난 밤 일을 세세하게 설명해 줬고 키미는 그걸 들으며 많이 무서워하는 게 보였어.

    키미는 자기가 예전엔 한 번도 몽유병에 걸린 적이 없다고 확신시켜 줬고 자기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어. 우리는 걸국엔 이 일이 그저 무섭지만 아무 해도 없는, 갑자기 나타난 몽유병의 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 날은 별다른 이상한 일 없이 흘러갔어. 우린 그날 밤 침대에 들었고 난 전날 밤에 있던 이상한 일은 거의 잊어버린 상태였어.

    그럼에도, 난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 난 한 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곤 했어. 다시 한 번 난 3시 45분쯤 깼고 키미가 옆에 없는걸 발견했어. 난 곧바로 일어나서 침실 창문을 내다봤고 키미는 또 구멍을 파고 있었어. 내가 멀리서 바라본 걸로 판단하자면 4개의 구멍은 이미 완성됐고 5번째 구멍을 파고 있었어.

    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어. 다시 키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어. 다시 한 번 키미의 눈은 뒤집혀 있었어. 전날 밤의 일을 반복해서 다시 보는 느낌이었어. 구멍 위치들이 달랐던 것만 빼고. 난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고 키미가 추운 데 나와 있는 것도 싫어서 그녀가 삽을 땅에 박아넣는 순간 삽을 꼭 잡고 땅을 더이상 못 파게 막았어.

    그 때 키미는 내가 살면서 들은 것 중 가장 섬뜩한 비명을 질렀어. 진짜 거짓말 안하고 그건 키미 목소리같지도 않았어. 그건 하이톤이었지만 많이 쉬어 있고 귀를 찢을 듯이 날카로웠어. 내가 삽을 놓자마자 그녀는 비명을 멈추고 얕은 숨을 몇 번 내쉬더니 계속해서 구멍을 파기 시작했어.

    나는 들어가서 긴 팔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와서 키미가 일을 마치길 기다렸어. 키미는 지난 밤과 같이 여섯 개의 구멍을 팠다가 다시 채워넣었어. 그녀가 삽을 벽에 기댈 때 난 뛰어가서 키미를 앞질러 문으로 들어갔어. 키미는 또 멈춰허 뭔가를 중얼거렸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가 않았어. 근데 '찾는다'이런 단어는 들은 것 같아. 우리가 복도로 들어왔을 땐 난 너무 걱정되고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키미가 걷는 길을 막아섰어. 키미에게 잠에서 깨라고 빌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어. 그녀는 그저 계속 날 지나쳐 가려고 시도했어.

    결국 난 키미를 놔줬고 내가 뒤따라가는 동안 키미는 다시 침대에 들었어. 그녀는 누운 채 뒤돌아 날 마주보고는, 눈을 감은 채로, "그가 우릴 잡기 전에 내가 그걸 찾아낼 거야." 라고 말했어. 난 무슨 말인지 물었지만 키미는 대답하지 않았지.

    오늘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갔어. 난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키미한테 설명했지만 역시 키미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몰랐어. 오늘은 새해 첫날이 오는 밤이니까 밤새 깨어있을 예정인데, 또 그런 일이 생기는지 지켜볼 거야. 정말이지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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