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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괴담] 당신이 알아야 할 두 가지 사실레딧 번역 괴담/단편 2017. 1. 13. 19:59
당신이 알아야 할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 번째 사실: 인간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멍청하고도 위험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사실: 만약 조건이 사실이기엔 너무 좋아 보인다면, 사실이기엔 너무 좋은 것이 맞다.
평소라면 난 당신이 조언을 들을 만한 사람은 아니다. 만약 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제목은 “예수가 흐느꼈다”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가치 있는 경험을 했다. 그건 다른 비극적인 얘기들이 보통 그렇듯 대충 넘겨짚어서 생긴 실수들로부터 시작됐다.
한 10년쯤 전, 나는 대학을 나온 지 몇 년 안 돼서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가려고 노력 중이었다. 난 싱글이었고, 교육받았고, 의지에 차 있었다 –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한 모든 걸 갖추고 있었던 거다. 뭐, “싱글”인 부분은 아닐지도.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이다. 난 장래성도 밝고 잠재성도 넘쳐났다 –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 나는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지만 유혹만큼은 못 이겼다.
그래, 나는 영문학과 전공이다.
그렇다고 내가 마약이나 포르노에 중독된 건 아니었다. 내가 즐겼던 비행은 확률의 스릴이었다. 도박은 내가 경험한 중 가장 짜릿한 느낌을 줬다 – 모든 자제력을 버리고, 확률과 무작위의 신이 내 운명을 결정하게 두는 것이다. 난 중독돼 버렸고, 카지노에 매일 밤 드나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난 순진했고 어리석었던 거다. 감각에 목말라 눈이 먼 바보가 아닌 이상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도박장이 언제나 – 다시 말하지만, 언제나 – 당신을 이긴다는 사실을.
길고 힘든 얘기를 짧게 줄이자면, 난 24살의 어린 나이에 카지노의 주인들에게 전 재산 그 이상을 뺏겼다. 결과적으로, 난 자기들에게 진 빚에 대해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을 무서운 사람들에 의해 빚쟁이가 되었다. 나는 일 주일 동안 별 일들을 다 하면서 몇 백 달러를 모으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건 내가 진 빚의 극히 일부분의 일부에 불과했다.
당시에 생각하기엔 내가 가진 돈으로 무의미하게 빚을 갚기보단 차라리 동네 바에 가서 다 써버리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래서 바로 그렇게 했다. 가장 싼 술을 몇 갤런이고 마시다 보니 그 다음 일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난 바 뒤쪽에 있는 웅덩이에서 깨어났다. 바에서 진상을 부리다 쫓겨난 것 같았다. 머리 위쪽의 네온 사인은 마치 드릴로 내 이마를 뚫는 느낌을 줬다. 얼굴 밑에 있던 차갑고 더러운 물은 내가 정신을 좀 차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끝까지 타락해 있던 그 순간, 그 사람을 만났다.
“안녕, 친구.” 그가 즐겁고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움의 손이 필요해 보이네, 고맙게도, 나한테 두 개 있어.”
그는 내 양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날 끌어올렸다. 그가 날 벽에 기대 줬고 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난 내가 환영을 보는 줄 알았다. 그는 정말이지 이상했고, 그곳과 맞지 않는 사람 같았다.
나를 도와준 이는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였지만, 마치 안 익은 스파게티면으로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길고, 마른, 완두콩 같은 남자. 그럼에도 그가 입고 있던 줄무늬 정장은 그의 몸에 꽉 달라붙어 있었다. 마치 그의 매끈한 몸에 줄무늬를 그린 것처럼. 맨 위까지 채워진 단추와 크고 못난 나비넥타이로 고정된 그의 셔츠 깃 위로는 검은 머리를 양 옆으로 넘긴 채 웃고 있는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를 보고 난 후 바로 생각한 것들은 이랬다: 젠장할, 내가 웅덩이에서 죽었구나, 이 사람은 사신이고 내 미천한 영혼을 가지러 온 거야. 슬프게도,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난 살아 있었다.
“됐다, 친구, 이러니까 훨씬 낫지, 안 그래?” 그는 길고 가는 다리로 무릎을 꿇고 내 눈높이에 맞춰 주며 말했다. “곧 널 백만장자처럼 느끼게 만들어 줄게. 걱정하지 마!”
난 계속 내가 취해서 그런 걸 보고 있는 줄 알았으면서도, 그의 눈이 이상할 만치 노란 빛을 띄었던 걸 기억한다. 뭔가 황달 같은 빛을 띠었다. 마치 흰자와 눈동자가 하나로 녹아버린 것 같이 말이다. 눈이 망할 계란 노른자 같았던 거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내가 다 안타까워, 안타까워.” 그는 크게 혼잣말을 했고 난 생각했다, “요즘은 왜 아무도 서로 도와주지 않는 거지? 기분 좋은 일인데”
“누구세요?” 난 말을 뱉어내는 데 성공했다.
친절한 낯선 이는 미소를 짓고는 노란 눈을 내게 돌렸다.
“나한테 물어보면 안 돼, 친구, 내가 그걸 알면 말해줬을 거야. 진짜로!”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이름은 뭐지?”
“네이트” 난 토를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 혼자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네이트 윌슨.”
“세상에, 그거 진짜 좋은 이름이다!” 낯선 이는 갑자기 엄청나게 흥미로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가짜로 그러는 것 같지도 않았다. “네이트 윌슨. 음감이 좋은 이름이야, 안 그래? 와, 진짜 멋진 이름이야. 넌 행운아야, 네이트. 그런 멋진 이름을 가지는 건 행운이야.”
“어, 뭐, 고마워요.”
그 이후 길고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난 당연히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랐고, 낯선 이는 그저 거기 서서 날 쳐다보고만 있는 데에 매우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미친 놈처럼 웃고 있고. 그 불편한 침묵을 깨는 건 내가 해야 할 것 같았다.
“친구, 날 도와 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요…” 내가 말을 시작했다.
“잠깐, 우릴 친구로 생각하는 거야?” 그는 물었다. 약간 모호한 어투로.
“아니 뭐, 아까 길거리 물을 들이마시고 있던 날 도와줬으니, 그렇죠, 네.”
좀 믿기 힘들겠지만 (나도 당시엔 보고도 믿지 못했으니) 낯선 이는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함성을 질렀다. 다 큰 남자가, 술집 뒤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그건 마치 지루한 친구 한 명이 말해주곤 하던 이상한 꿈 얘길 실제로 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환상적이야!” 그는 무슨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입이 귀에 걸리게 웃으며 말했다. “새 친구를 만드는 건 너무 멋진 일이야!”
그는 거미 같은 손가락을 쭉 편 채 가냘픈 팔을 내게 뻗었다.
“손 잡아, 친구.” 그는 말했다.
그날 밤이 충분히 이상해지지 않았던 마냥, 난 물론 그렇게 했다.
“바로 그거지,” 그는 다시 어린애처럼 웃으며 엄청난 힘으로 날 일으켜 세웠다. “우정의 힘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가 마치 바깥세계라고는 토요일 아침에 하는 만화에서밖에 안 본 것처럼 말하긴 했어도 착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저 자기 식으로 사람들을 도우려는 착한 괴짜. 하지만 그가 자기 이름을 말하기 꺼려하는 사실은 좀 수상해 보이긴 했다.
“자, 이제 너한테 완전히 솔직해질게, 네이트.”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호박색 시선은 창피한 것처럼 아래를 바라보면서. “내가 널 여기로 따라온 건 이유가 있어서야. 그냥 운이 좋아서 본 게 아니고.”
난 심장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역시 사실이기엔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 – 이 때가 그가 날 칼로 찌르고 잘라 버리고 내 가죽을 옷으로 만들어 입은 후에 다른 것들은 라자냐로 만들어 버릴 그런 순간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밤중에 그렇게 행복하게 돌아다닐 리 없지.
“네가 솔직해진다는 건,” 난 스스로를 보호하기엔 아직 너무 취한 채 휘청거리며 말했다. “그럼 그 이유라는 게 날 죽이려고 그런 거야?”
그는 처음엔 충격 받은 것 같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살인자가 이렇게나 친절할 것 같아?” 그가 물었다.
“그럼, 성추행?”
“세상에, 절대 아니야, 네이트. 오해하진 마, 넌 잘생긴 사람이니까. 하지만 내 타입은 아니라고.”
“그럼 너 같은 남자가 나 같은 남자랑 뭘 하려고 하는 건데?” 난 물었다, 내 감정은 ‘궁금함’에서 ‘짜증남’으로 점점 전환되고 있었거든.
“그게……”
그는 마치 적절한 단어를 찾는 듯 다시 잠깐 멈췄다. 그는 날 빼고 모든 걸 둘러봤다.
“바에서,” 그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 “거기서 있던 일을 얼마나 기억해?”
“거의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것 같아.” 난 벽에 의지해 서서 말했다.
“넌 바텐더한테 크게 얘기하고 있었어.” 그는 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말했다. “엿들으려고 했던 건 절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들리더라고. 넌 어떤… 돈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
난 그런 걸 전혀 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그가 말을 하자마자 모든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난 바에서 소리치고 난리치고 폐가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빚. 빚. 빚. 난 사람들이 나한테 충분히 동정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자 괜히 싸우고 싶어졌고 결국 취한 채로 쫓겨난 것이었다.
“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난 창피함에 뺨을 붉히며 말했다. “그건 네 문제가 아니야. 내가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네이트, 말하는 걸 들어보니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
“대체 뭐 하자는 건데?” 난 맞받아쳤다.
낯선 이는 말을 멈췄고, 자켓 속으로 손을 넣기 시작했다. 난 순간 그가 사실 카지노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날 총으로 쏴버릴 거라는 편집증적 환상을 봤다.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네이트.” 그는 말했다. “그리고 친구들끼리는 힘들 때 서로 도와주는 거잖아, 안 그래?”
그는 정장 안에서 돈 뭉치를 꺼내더니 내게 넘겨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이 때 난 이 모든 게 이상한 꿈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난 자기가 내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람이 건네준 돈을 미친 듯이 낚아채 세 보기 시작했다.
2만 달러. 이건 내 빚을 다 갚고도 남는 돈이었다.
“젠장할,” 난 그걸 머릿속으로 말했는지 입으로 뱉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이런 돈을 그냥 받을 순 없어.”
“받아 줘,” 그는 다시 입이 귀에 걸리게 웃으며 말했다. “나보단 네가 훨씬 더 필요하잖아.”
맨정신의 나라면 그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우습게도 취한 나는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더 현실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난 절박하고도 절박한, 궁지에 몰린 사람이었다.
첫 번째 사실: 인간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멍청하고도 위험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왜?” 그게 내가 바로 꺼낼 수 있던 질문이었다.
그는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난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아하니까.”
“하지만 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친구는 친구고 친구야. 왜 복잡하게 생각해?”
난 낯선 이의 2만 달러를 손에 쥐고 다시 벽에 무너지듯 기댔다. 그건 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유일한 출구였다.
“내가 다시 갚을게, 전부, 이자까지 합쳐서, 신께 맹세해.”
낯선 이가 웃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난 돈이 모자라지 않아. 그냥 가져가서 빚을 갚아, 알았지? 그리고 다신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내 뜨거운 뺨 위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낯선 이의 친절함은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겪은 일 중 가장 아름다운 일이었다. 그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성자였다.
“다시는 절대 도박을 하지 않을게.”
더 이상의 말 없이, 난 앞으로 돌진해 그를 껴안았다. 길고, 따뜻하고, 빈틈없는 포옹. 마지막엔 그의 야윈 팔이 내 등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고마워.” 난 그의 정장 어깨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속삭였다.
“친구가 뭐겠어, 안 그래?”
내가 드디어 그에게서 떨어졌을 때, 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신경이 너무 자극 받아서 그랬겠지. 낯선 이는 그저 희열로 가득 찬 크고 노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는 그냥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는 자켓 안으로 손을 다시 뻗으며 말했다. “널 도와주려고 내가 바에서 썼던 거야.”
그는 팜플렛 사이즈로 접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 당시에 난 그걸 펴 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내 더러운 코트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계속 그에게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난 그 돈이 정말 필요했지만, 난 그걸 아무 보답도 없이 받을 수는 없었다.
“뭔가 네가 바라는 게 하나는 있을 거 아니야,” 난 그의 관대함에 경의를 표하며 말했다. “무엇이든지. 난 너한테 인생을 빚졌어, 그냥 뭐든 말해 봐. 난 정말이지 충분히 고마워할 수가 없어.”
낯선 이는 웃으며 생각을 하는 듯 그의 좁은 턱을 쓸어내렸다.
“그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인데,” 그는 농담조로 말했다. “윌슨 씨, 힘든 조건을 거는군요? 일단 그냥 내버려둬, 알았지? 내가 뭐라도 생각할게.”
그 후 그는 휘파람을 불며 걸어갔다. 그 많은 노래들 중에서도 “썬샤인, 롤리팝 앤 레인보우” 를 부르면서.
난 다시 웃기 시작했다. 반은 행복함에, 반은 나한테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서. 그 때, 더러운 바 바깥에서 더러운 물과 눈물과 약간의 토를 뒤집어쓴 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사람한테 뭘 줘야 하지?” 난 소리 내 말했다.
낯선 이는 어깨 너머로 다시 한 번 날 돌아봤다. 그의 이상한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거의 모든 걸 가졌을 뿐이야, 네이트,” 그가 내 말을 고쳐 주었다. “거의 모든 것.”
그리고 그냥 그렇게, 낯선 이는 사라졌다. 웃긴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 그런 사람이 그렇게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는 그렇게나 빨리 사라질 수 있을까. 마치 혜성처럼,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그것의 빛은 아주 잠깐 동안만 보이곤 다시 어두워지는 것이다.
낯선 이의 돈을 사용해, 난 도박 빚을 전부 갚았으며 그러고도 돈이 좀 남았다. 난 나 자신과 그를 위해 약속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 날 이후 10년이 넘도록 난 조금의 돈도 도박에 쓰지 않았다.
내가 도박장에 돈을 주고 빚에서 풀려난 후에서야 난 그가 줬던 종이를 펴 보게 됐다. 처음에 그저 훑어봤을 때엔 전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저 2007년부터 2017년 사이의 어떤 날짜들과 거기에 달린 문장들로 이루어진 리스트였다. 내가 앉아서 그 문장들을 세세히 읽어봤을 때에야 그 낯선 이가 절대 인간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는 인간 그 이상이었다.
그건 날짜, 시, 분, 초까지 세세한 순간들에 어떻게 해야 할 지 써 있는 지시들이었다. 그 상황에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최고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그는 아직 존재하지 않던 회사들에 대한 주식 팁을 써 놓았는데, 나중엔 정말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정확히 그 회사들이 나타났다. 그는 무슨 집을 사야 할 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최저가에 살 수 있는지도 써 뒀다. 무슨 옷을 입을지, 무슨 일을 할지, 어떤 친구를 만들지까지도.
2009년 10월 5일. 동네의 스타벅스에 간다. 제시 오브라이언을 만난다. 오후 3시 51분 17초.
2년 후, 제시 오브라이언은 제시 윌슨이 되었다. 그 낯선 이는 내가 인생의 사랑을 만나는 것도 알려줬던 거다, 우리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는 바로 그 순간까지.
난 올바른 주식에 투자하고 잘못된 주식에선 손을 뺐으며, 회사 파산과 시장 공황도 무슨 재정 후디니처럼 빠져나갔다. 내 자산은 솟구쳐 올랐고 내 부는 점점 커지고 커졌다.
2011년 6월 8일. 아스펜 길 10번 집을 구매한다. 빌리지 말고. 오후 6시 14분 43초.
그리고 난 그렇게 했다. 제시와 나는 허니문을 보낸 후 바로 그 크고 아름다운 집으로 이사를 갔다. 우린 부자였고, 건강했고,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 하지만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 낯선 이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2012년 8월 17일. 제시와 아이를 가진다. 오후 8시 31분 19초.
우리의 딸은 에이프릴이라고 불린다. 낯선 이가 정한 거지, 내가 정한 건 아니다. 에이프릴은 이제 4살이고, 난 내 딸을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
내가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만났던 낯선 이는, 내 모든 인생을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었다. 다른 것이 아닌 그저 그의 친절함 하나로. 그는 날 구해 주었으며, 그는 우리 모두를 구해 줬다. 그 날부터 10년이 지났고 난 당시 미친 듯이 취해 있었지만, 난 모든 세세한 부분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래서 난 오늘 장 본 가방들을 한가득 안고 돌아올 때, 누군가 내 뒤에서 “썬샤인, 롤리팝 앤 레인보우”를 부르는 걸 들었을 때, 그 목소리를 곧바로 알아챈 것이다.
"햇빛, 막대사탕, 그리고 무지개, 그 모든 멋진 것들이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기분이라네!" 그가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 톤은 행복에 가득 차 있었다. “행운의 페니보다 밝다네, 당신이 가까이 있으면 비도 그저 그친다네, 내 사랑, 그리고 난 너무 행복하다네!”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난 돌아서서 그를 마주했다. 그 이상하고도 이상한 이는 10년 전의 그 날로부터 하루도 늙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는 그 날 입었던 똑같은 줄무늬 셔츠마저 입고 있었다.
“당신이 나의 것인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는 웃으며 팔을 벌리고 마지막 소절을 불렀다.
“하느님 세상에,” 난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진짜 당신이잖아.”
“바로 나지, 베이비” 그는 웃으며 과시적으로 손짓했다. “제시는 어떻게 지내?”
나는 대답하려 입을 벌렸지만 그는 정중히 날 멈추며 손을 들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세상에, 진짜 10년이나 됐나? 시간이 정말 빠르게 도망가는구나” 그가 말했다. “어쨌든, 내가 여기 온 건 내가 드디어 너한테 바라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야.”
“뭐라고?”
“10년 전에, 네가 나한테 어떤 거든, 뭐든 빚졌다고 했잖아.” 그는 대답했다. 내가 말했던 바로 그 목소리로 듣는 기분이었다. “ 그땐 정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아.”
“아, 당연하지! 그거 듣기 좋은 소식이네,” 난 갑자기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 뭘 원하는 건데?”
낯선 이는 2007년의 그 더러운 바 뒤에서와 똑같이 입이 귀에 걸린 채 웃었다.
“내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봤는데 말야, 친구, 내가 드디어 결정을 내린 것 같아.” 그가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서 뭘 원하는지 알겠어, 네이트.”
그는 내게 한 걸음 다가오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은 햇빛마냥 금빛이었다.
“난 네 이름을 원해, 네이트.”
난 처음엔 웃어 버렸지만 곧 그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정말 진지했다.
“내 이름?”
“그래, 네이트, 난 언제나 네 이름을 좋아했어, 정말 멋진 이름이야.” 그는 행복하게 손을 배배 꼬며 말했다. “난 내 이름을 가져 본 적이 없거든, 그리고 그건 좀 소외되는 느낌을 들게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난 정말 오랫동안 이름을 원해왔고, 최근에서야 내가 원하는 이름은 네 것이라고 결정했어. 내 생각엔 나한테 정말 잘 맞을 것 같아.”
이 남자는 내 인생을 구해준 사람이다. 내가 카지노의 깡패들에게 잡혀 죽을 뻔한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내가 해낸 모든 성공들은 그의 10년치 일정표 덕분이다. 이 모든 걸 생각해 보면, 내가 누구라고 이 이상한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겠는가?
만약 그가 자기도 네이트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돌아다니고 싶다면, 내가 누구라고 그를 막겠는가?
“물론이지, 친구.” 난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앞으로 기대 날 껴안았다. 장 봐온 식재료들을 내 가슴팍에 깔아뭉개면서.
“네가 날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 줬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네가 나한테 해 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지.” 난 대답했다.
낯선 이, 아니 네이트 윌슨은 다시 거미 같은 손을 내게 뻗었다.
“이제 악수하자.” 그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난 악수했다.
그러곤 그저 각자 갈 길을 갔다. 난 집으로 걸어갔고, 그는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웃으며 시내 쪽으로 뛰어갔다. 난 드디어 그에게 진 빚을 갚았다는 생각과, 그게 얼마나 쉬운 일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좀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집에 도착했을 땐 앞마당에서 에이프릴이 장난감 제초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난 웃으면서 에이프릴을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소꿉장난에 너무 몰입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난 장 본 것들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제시는 부엌에서 당근을 썰고 있었다. 라디오에선 썬샤인, 롤리팝 앤 레인보우가 크게 나오고 있었다. 오늘 하루가 뭔가 계속 이상해지고 있었다.
“자기야,” 난 먹을 것들을 식탁에 올려두면서 제시를 불렀다. “오늘 내가 누굴 만났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제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당근을 썰 뿐이었다.
“자기야? 괜찮은 거야?” 난 물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이 시점에서 난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제시에게 걸어가서 머뭇거리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손이 그냥 쑥 들어갔다. 그녀의 젠장할 몸을 통과했단 말이다 – 마치 그녀나 내가 홀로그램이라도 된 것처럼. 난 소스라치며 비명을 지르고는 식탁 쪽으로 넘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제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자기야, 나 왔어!” 복도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시는 갑자기 들떠서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안녕, 자기야,” 그녀는 말했다. “오래 나갔다 왔네. 좀 걱정하고 있었어.”
낯선 이는 부엌으로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로 큰 미소를 지으면서.
“미안해, 우리 자기,” 그는 대답했다. “시내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났거든. 못했던 얘기를 하느라 늦었어.”
그 마지막 문장을 말하면서 그는 내게 오줌마냥 누런 눈으로 구역질나는 윙크를 했다
“아, 내가 아는 사람이야?” 제시가 말했다.
제시는 몸을 기울여 낯선 이에게 뽀뽀했다. 항상 나한테 하던 것처럼.
“아냐,” 낯선 이는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을 거야.”
난 폭발할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모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았다.
에이프릴이 밖에서 뭐라고 불러댔다. 풀 얘기 같았다.
“잠깐 당근 좀 썰어줄 수 있어?” 제시가 낯선 이에게 말했다. “가서 에이프릴 좀 보고 올게.”
“당연하지, 자기야.” 그는 칼을 받아들고 제시에게 한 번 더 뽀뽀하면서 말했다.
제시가 부엌을 나갔고 나와 낯선 이는 홀로 남겨졌다. 나는 조용히 씩씩댔고 그는 당근을 썰었다.
“이게 씨발 무슨 일이야?” 난 드디어 조금 평정을 찾고는 그에게 물었다. “이 미친 새끼야,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그저 계속 당근을 썰었다. 그의 시선은 도마를 떠나지 않았다.
“내 이름은 네이트랍니다, 낯선 분.” 그는 대답했다. “그렇게 불러 주면 고맙겠어.”
난 화가 나서 그의 어깨를 잡고 내 쪽을 보도록 돌리려고 했다. 난 그를 만질 순 있었지만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산을 옮기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건 내 이름이야. 여긴 내 집이고. 그리고 저 사람은 내 아내야.” 난 화나고 혼란스러워서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당장 나가, 내 인생에서 다신 나타나지 말라고.”
낯선 이가 깔깔 웃었다.
“틀렸어, 똑똑아. 그 악수 말이야. 여긴 네이트 윌슨의 집이야. 제시는 네이트 윌슨의 아내고, 이건 네이트 윌슨의 삶이야. 그리고, 우리가 한 최근의 거래에 따르면, 난 네이트 윌슨이야. 그리고 너, 좋은 친구, 넌 아무도 아니지.”
“그건 못 받아들여.” 난 손을 부엌 카운터에 내리치며 소리쳤다.
다른 말 없이, 네이트 윌슨은 내 손 위로 칼을 꽂았다. 아무 고통도 없고 피도 나지 않았다. 그저 통과했을 뿐이었다. 마치 내가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조언을 해주지, 낯선 이야, 현실은 네가 받아들이든 말든 계속된단다.” 내가 칼에게서 손을 치우자 그가 말했다. “네가 가진 모든 것, 네가 이루어낸 거라고 믿은 모든 것, 전부 내 지시에 따라 얻어낸 거잖아. 넌 한 번도 이 삶을 소유한 적이 없어, 낯선 이야, 그저 내게서 빌렸을 뿐이지, 하나 하나 말야. 그리고 이제 그건 전부 내 소유고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는 도마에 칼을 꽂고는 내게로 몸을 돌렸다.
“물론, 나랑, 아내랑, 내 딸이 우리만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고 떠나는 건 할 수 있지. 알아듣겠어, 낯선 이?”
난 1~2분 정도 고통스러운 침묵 속에서 서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을 다시 볼 순 있는 거야?”
“물론이지, 네가 보고 싶을 땐 언제나 볼 수 있어, 하지만 널 볼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마치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너만이 날 볼 수 있던 것처럼 말이야.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안 그래? 아무도 아니게 되는 거. 이름 없는 이가 되는 거.”
이 모든 일들의 무게가 날 짓눌렀다. 난 털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오 신이시여, 내가 정말 멍청했지. 내가 어떻게 이런 거에 넘어갔지?”
네이트 윌슨은 어깨를 들썩하고는 당근 한 조각을 먹었다.
“너무 네 탓을 하진 마, 친구,” 그가 말했다. “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까지 몇 세기를 기다렸어. 그 사람이 바로 너인 건 네 잘못이 아니고, 네가 그렇게 좋은 이름을 가진 것도 네 잘못이 아니지.”
“내 이름…”
“넌 그저 그 이름을 낭비할 게 뻔했어, 친구. 만약 내가 그날 밤 거기 없었으면, 바로 다음 날 깡패들이 네 다릴 부러뜨렸을 거고, 넌 진통제를 먹기 시작하다가 몇 달 후에 약 중독자가 됐을 거라고. 네이트 윌슨이 그런 꼴이 나다니, 완전히 낭비잖아, 안 그래?”
“하지만 이제 뭘 해야 하는데?”
“내가 했던 일을 해야지, 낯선 이.” 네이트 윌슨은 또 당근 한 조각을 과도하게 음미하면서 먹고는 말했다. “계속 말을 걸고 다니고, 네 말이 들리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거야. 오늘 오후에 찾을 수도 있지, 누가 알아? 그래, 물론 일 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 한 세기가 될 수도 있지. 하지만 난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한 세기라고?” 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오래는 못 기다려.”
“놀라게 될 거야, 친구. 인내란 네가 이름 없는 자로 지내면서 배우게 되는 것 중 하나야. 네가 드디어 이름을 얻었을 때엔, 그 이름에 조금 더 감사하며 살 수 있겠지. 넌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게 될 거야.”
두 번째 사실: 만약 조건이 사실이기엔 너무 좋아 보인다면, 사실이기엔 너무 좋은 것이 맞다.
“그래서 그게 다야? 그게 나한테 해줄 말의 전부야?” 난 물었다.
네이트 윌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그래, 좋은 친구.” 그는 말했다. “하지만 넌 충분히 좋은 사람 같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거야. 낯선 이의 친절에는 항상 기댈 수 있잖아, 안 그래?”
내 존재 전부를 훔친 남자가 계속 야채를 손질하는 동안, 나는 그곳을 빠져나가, 복도를 걸어, 집을 나왔다. 난 제시와 에이프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돌아봤다. 나의 – 아니, 그의 – 가족이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웃기만 하면서. 그들은 내가 사라진 걸 전혀 모를 것이다.
아마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들은 전혀 상처받지 않을 테니까.
난 그들이 전혀 듣지 못했을 안녕을 속삭이고는 눈물을 멈추려고 소용없이 눈을 꼭 감았다. 난 그 후 도시로 홀로 걸어나갔고, 뭐든, 정말 뭐든 나 자신을 부를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다다. 내가 이름을 잃은 이야기. 아마 네이트가 옳았을 수도 있다. 아마 그건 정말 계속 그의 삶이었을 수도 있다. 아마 그는 그 삶을 더 좋게, 더 친절하게 살 것이다. 더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네이트가 되겠지.
난 이제 그 이름엔 별로 미련이 없다.
하지만, 당신이 이제 이걸 다 알게 되었다면, 그건 좋은 의미다. 당신은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내 말을 읽을 수 있다면, 내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만약 내 말을 듣는다면 대답도 할 수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 연락을 해 주길 바란다. 우린 얘기할 것이 많다. 내가 정말 좋은 일들을 당신에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의 독자, 나의 친구야. 뭐가 필요하든 내가 도와줄 수 있고, 대신 내가 바라는 건 정말 별것도 아닌 거야.
전혀 별것도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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