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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연기됐어
    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2017. 4. 16. 11:14
    원출처





    제발 도와줘. 너무 무서워.

    어젯밤 나는 평소처럼 캐리어에 짐을 쌌어. 평범한 반바지랑 티셔츠 몇 개랑, 수영복 두 개, 쪼리 슬리퍼, 그리고 타겟의 여행 코너에서 산 미니 세면도구 세트. 운동화랑 스포츠브라도 있었어. (난 운동을 좋아해서 휴가가서도 운동을 해. 축복이자 저주라고 할 수 있지.)

    아이패드랑 간식이 든 백팩을 매고는 문을 나섰어. 남자친구가 공항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좀 심통이 나긴 했어. 내가 여자인 절친이랑 같이 주말을 보내기로 해서 약간 질투하고 있었거든. 내가 걔랑 같이 며칠을 보내기로 한 거 때문이 아니라, 그 며칠을 마우이에서 보내기로 한 거 때문에 말야. 뭐 이해가 가긴 해.
     
    남친은 날 공항에 내려주곤 같이 짐가방을 내려 줬어. 날 보내기 전에 길게 키스를 해 줬는데, 사람들을 급히 보내던 교통 감독관은 짜증났을 것 같아. 그래도 별로 차가 막히는 날은 아니어서 많이 미안하진 않았어. 우린 젊고, 사랑에 빠져 있다구. 그냥 우리만의 순간을 즐기게 해 줬으면 해.

    셀프 키오스크 기계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가방에 태그를 단 다음에 무게를 재고 들여보내러 갔어. 근데 가방 무게가 10파운드나 초과돼서 너무 놀랐어. 내가 못 보는 사이에 누가 장난으로 벽돌이라도 넣어둔 걸까? 나는 짐 다시 싸는 구역으로 가방을 밀고 가서 옷가지들 사이를 뒤져 보기 시작했어. 젠장할, 우린 하와이에 가는 거였다고. 가방을 60파운드나 되게 만들 물건은 들어있지 않았어. 가방 싸는 구역에서 그저 멍하니 가방을 쳐다보며 서 있게 되더라. 가방을 내 머리 위로 올리고, 던져 보고, 팔을 쭉 뻗어 들어올릴 수도 있었어. 근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냐고?

    나는 다시 가방을 닫고는 다른 구역으로 가방을 재러 갔어. 이번에는, 가방이 30파운드라고 나왔어. 보니까 내가 전에 있던 구역은 기계 고장이라면서 닫혀 있더라. 내가 다시 온 구역에 있던 직원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멈칫했어.

    "어, 고객님의 비행편은 날씨 문제로 일정이 재조정되었습니다, Ms. ---."

    "날씨가 안 좋다구요... 제가 거의 방금 비행정보랑 날씨를 체크하고 왔거든요. 확실한가요?" 나는 아까 일어난 가방 무게 문제 때문에 좀 민감해져 있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어.

    "네, 고객님. 제가 다시 조정해드릴 수 있는 비행편 중에 가장 빠른 건 내일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요."

    이쯤 되니 어리둥절했어. 혼자 생각에 잠겼지.

    "몇 분먼 기다려 주실래요? 누구한테 전화 좀 하고 올게요."

    난 뒤에 손님이 먼저 도움을 받도록 옆으로 잠시 비키고는 남자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어.

    신호음이 세 번 울리자마자 남친이 전활 받았어. "어, 왜 그래? 뭐 잊고 안 가져간 거 있어?"

    "아니..." 내가 들어도 우울한 목소리라 남자친구가 걱정된 표정을 짓는 게 상상이 갔어. "내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날씨 때문에 취소됐대."

    "뭐? 말도 안 돼. 기다려봐, 주차장에 차 좀 댈게."

    몇 분간 주차를 하고 남친은 다시 말을 시작했어. "일단 다시 데리러 가기 전에 비행 정보좀 체크해 볼게."

    다시 말이 멈췄어. "인터넷 사이트나 날씨 어플들을 아무리 봐도 네 비행기에 대한 험한 날씨 정보는 없어."

    "고객서비스센터에 한번만 더 물어볼게, 알았지?" 핸드폰을 잠시 음소거 처리하려고 했지만, 남자친구가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그냥 켜두기로 했어.

    승무원은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고, 상급 직원을 불러서 확실히 확인을 시켜 줬어. 심지어 그 직원도 세 번째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어 줬지.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행편을 재조정해 줘서 고맙다고 했어.

    다시 전화를 받았을 때는 남자친구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

    "진짜 이상하네. 다시 가고 있어. 조금만 참아, 도착하면 문자해 줄게, 알았지?"

    "고마워, 자기야. 정말로. 이 상황 너무 짜증난다..."

    남자친구는 날 다시 차에 태웠고 집에 가면서 우린 비행기 취소와 가방 무게에 대해 얘기했어. 우린 그냥 농담을 하곤 노랠 틀고 따라 불렀어. 친구한테 전화해서 비행편 얘길 하려고 했는데 전활 받질 않더라. 아마 걘 자기 비행기에 이미 타서 도착해서야 전화를 받을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어.

    그 나중에서부터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난 낮잠을 잤어. (아침에 짐 싸려고 일찍 일어났거든.) 잠에서 깼을 땐 친구한테 온 부재중 전화 몇 통이랑 남자친구가 중국 음식을 포장해 오겠다고 쓴 쪽지를 볼 수 있었어. 친구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들어 보니까 내 전화를 못 받은 게 분명하더라고.

    "---야,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아. 뉴스 봤어...제발 그게 네 비행기가 아니었다고 해줘. 제발."

    두 번째 메시지도 비슷했어. "제발, ---, 그낭...전화 좀 받아... 세부 정보를 공개를 안 해주고 있어. 제발 빨리 도착해줘. 제발..그냥..." 친구가 훌쩍이는 소리에 치직거리는 소리가 섞였어.

    세 번째 음성 메시지는 굉장히 기분나빴어. 처음엔 몇 분 동안이나 아무 소리도 안 나다가 끝에서야 깊고 전자음 같은 목소리가 들렸어: "넌 우리한테 빚을 진 거다."

    척추를 타고 소름이 끼쳐왔고 온몸의 피가 얼어버리는 것 같았어.

    티비를 켰더니 바로 나오더라. 내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바다 위에서 실종됐대. 그냥 사라져 버린 거야. 최근에 추락한 채로 구출되지 못한 비행기들이 막 생각나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어. 진짜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나? 아님 내가 망상을 하고 있는 건가?

    무서워. 누가 날 쳐다보는 것 같고 편집증에 걸릴 것 같아. 내가 빚을 진 게 누군데?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고...왜 나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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