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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딧 괴담] 타기로 했던 비행기가 연기됐어 2
    레딧 번역 괴담/시리즈 2017. 4. 18. 02:23
    원출처






    안정을 찾기가 힘들어. 집에 있는 블라인드나 커튼은 전부 쳐 버렸어. 모든 문이 전부 잠겼는지도 세 번씩이나 확인했어.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장난이길 바라지만, 그게 아닌 걸 알아. 죄책감과 긴장이 들어. 빨리 남자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얘기할 수 있게. 이게 다 미친 악몽이 아니라는 걸 남자친구가 확인시켜줄 수 있게.

    ~

    남자친구가 돌아왔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맨발로 뛰쳐나갔어. 남친은 한 손엔 봉투를, 한 손엔 차키를 들고 있었어. 남친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음식 봉투를 뺏고는 거실로 남친을 밀었어. 티비에서 그 비행기 사고 소식이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거든. 남친은 입을 벌린 채 티비를 쳐다보더니, 고갤 돌려서 날 유령마냥 쳐다봤어.

    고개를 천천히 젓고는 남친은 손을 뻗어 날 만져 봤어.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지. "네가 죽은 거면 어떡해...? 내가 미쳐 버린 거라면?"

    남자친구의 얼굴은 공포 때문에 일그러져 있었고 나는 할 말을 잃었어. 마치 얼음물에 뛰어든 느낌이었어. 온몸이 충격에 휩싸였지. 남친이 만지는 촉감도, 내 몸이 떨리는 것도 느껴지지가 않았어. 내가 집중할 수 있던 단 한가지는 빨라지던 내 심장박동 뿐이었어.

    나는 앉아서 핸드폰 잠금을 풀었어. 바보같게 들리겠지만, 누가 옆에 있어주기 전까진 친구한테 전화하기가 겁났어. 음성메시지 때문에 너무 겁을 먹어서, 전화했다가 아까 들은 목소리랑 연결되기라도 할까봐 혼자 걸기가 싫었어.

    절친한테 전화하려고 걔 연락처를 눌렀어. 그런데 신호음이 가질 않더라. 그냥 이상하고 늘어지는 삐- 삐-소리만 날 뿐이어서 난 공포에 질렸지. 뭐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핸드폰을 소파 반대편으로 던져 버렸어.

    남자친구는 천천히 정신을 차리는 것 같더니 날 보고 눈썹을 찌푸렸어. "뭐...?" 남친은 폰을 가리키며 물었어.

    그 잠깐 사이에 난 결정을 내려야 했어. 남친한테 음성메시지에 대해 말해야 하나? 이 짐을 나누어야 할까? 아님 좀더 신중하게 행동해서, 그 소름돋는 메시지한테서 남친을 보호해야 할까?

    난 후자를 택했어. 남자친구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으로 밀어넣기엔 난 걜 너무 사랑해.

    난 더듬거리며 설명했어... "이거..자-자꾸 이..이상..한..소리를 내."

    남친은 확실히 그때까지도 겁에 질려 있었고, 내 이상한 행동에 대해 별로 눈치채질 못했어. 내가 바다 밑바닥 대신 여기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랬겠지.

    몇 분 후에, 남친은 나를 껴안았어. 안도감, 감사함, 사랑, 그리고 날것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런 절박한 포옹이었어. 나도 똑같이 그를 안았고, 우린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그저 얽힌 상태로 있었어. 우리가 드디어 떨어졌을 때 남자친구는 내 이마에 뽀뽀를 하곤 부엌으로 갔어.

    그때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어. 핸드폰 화면은 밝게 켜졌고 나는 전활 받기 위해 기어가서 폰을 잡아챘어. 친구가 건 전화이길 바라긴 했지만 누가 건 건지 알고는 있었어.

    전화를 받았어. 그 전자음같은 목소리가 대답해 왔어:

    "남자친구를 끌어들이지 않은 건 똑똑한 선택이었다. 이제 그는 계속 존재할 수 있다." 그 말 후 전화는 끊긴 것 같아 보였지만 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핸드폰을 귀에 꼭 누른 채 있었더니 그 무서운 문장이 다시 들려왔어.

    "넌 우리한테 빚을 진 거다."

    뭘 할 지도 모르는 채 난 내 방으로 들어갔어. 방에 뭐 이상한 점이 있나 하고 싹 훑어봤어. 침대 옆 탁자에는 여전히 내 로스쿨 교재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어. 침대보도 여전히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불도 여전히 켜져 있었지. 심호흡을 쉬었는데, 그림자 하나가 내 눈가를 사로잡았어.

    그래서는 안 됐어. 하지만 그래야만 했어. 그림자는 창문에 달린 커튼 뒤쪽에서 비치고 있었어. 커튼을 치워 버리곤 블라인드 사이를 살짝 열어 봤어.

    순간 모든 바람을 내 폐로 들이마신 것 같았어. 우리 집과 이웃집 사이에 남자 하나가 서 있었어. 그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나한테 손가락으로 이리 오라는 제스쳐를 취했어.

    나는 세게,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겨지게 될 그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기만을 바랬어.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어. 나랑 눈이 마주치자 그는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어:

    "넌 우리에게 빚을 졌다."

    난 커다랗게 훌쩍이기 시작하며 이 모든 게 생존자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보이는 환상이길 바랬어. 난 사실 그 전화에서의 남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라는 무언가한테 빚을 진 게 아니라고 말이야. 남자친구는 방으로 뛰어왔고, 초조한 채로 왜 그러냐고 물어왔어. 차마 말은 못하고, 대신 남친이 안아주는 동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기만 했어. 남자친구는 한 손으론 날 감싸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블라인드를 열어젖혔어. 나도 살짝 봤는데 남자는 가고 없었어. 잠깐이지만 안심이었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좀더 토닥여주고 나서는 우린 같이 침대에 들었어. 난 빨개진 눈을 크게 뜬 채 누워서 남자친구의 숨소리가 안정적으로 느려지고 규칙적으로 변하는 걸 들었어.

    ~

    난 남자친구보다 몇 시간이나 더 깨어 있었는데, 결국 잠자길 완전히 포기해 버렸어. 일어나서 콘택트렌즈를 끼러 욕실로 향했지. 렌즈를 끼자마자, 핸드폰 화면이 밝게 빛났어. 또 발신자 정보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온 거야. 다시 전화를 받았어.

    "누구세요?"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전화에 대고 말을 뱉어냈어.

    질문을 하자마자, 현관 벨이 울렸어. 난 핸드폰을 떨어뜨렸고 핸드폰은 화장실 바닥 타일에서 튕겨져 나갔어. 몸을 숙여 주웠더니 전화는 끊겨 있었어. 난 멍한 상태로 현관으로 갔지만, 창문 밖에 있던 그 남자가 문밖에 있다고 내가 뭘 할 건지도 몰랐어.

    문에 다가가자마자, 커다란 노크 소리가 울렸어. 문에 달린 조그만 렌즈로 밖을 내다봤더니 경찰이었어. 난 곧바로 문을 열어서 어떻게 도와드릴지 물었어. 전화를 걸던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을 쫓아내주길 바라면서 말야.

    " ---씨? 경찰서에 오셔서 비행기 ----에 대한 질문에 답을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저희가 가진 기록에 의하면 오늘 비행기에 타지 않으셨는데요...그 비행기가 12시간쯤 전에 실종됐습니다."

    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어. 경찰한테 숨길 건 전혀 없으니까.

    이 마지막 부분은 급하게 쓰고 있어. 방금 옷 갈아입고 양치질도 했어. 남자친구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했어. 경찰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고. 이게 다 뭔지 좀 알아내면 바로 너네한테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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